글로벌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이 개발 과정에서의 실수가 효능을 높이는 데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23일(현지 시각)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 개발 연구진은 당초 환자에게 투약해야할 정량의 절반을 실수로 투여한 것이 백신의 효능을 끌어올리는 의외의 결과를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스트라제네카·옥스퍼드대 '코로나19 백신' 투여받는 임상 참가자.

아스트라제네카는 코로나 백신 임상시험 참가자 2만3000명중 코로나19 감염자 131명을 상대로 투여 방식을 달리해 시험을 진행했다. 일부에게는 정량의 절반만 투여한 뒤 한 달 후에 정량을 투여했다. 나머지 참가자들에게는 한 달 간격으로 두 번 모두 정량을 투여했다.

그 결과 초기에 절반만 투여했을 때 약 90%의 효능을 보였고, 두 차례 정량을 투여했을 땐 62%의 효능을 보였다. 다만 절반을 투여한 것은 개발진의 실수인 것으로 드러났다.

아스트라제네카의 연구개발 책임자인 메니 팡갈로스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환자에게 정량의 절반을 투입한 것은 단순히 우연"이라고 말했다. 초기 실험에서 실수로 정량의 절반을 투입했지만 이 그룹이 더욱 좋은 효과를 얻었다는 것이다.

파스칼 소리오 아스트라제네카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이번 백신의 효능과 안전성은 매우 뛰어나다"며 "내년 최대 30억회 분 백신을 생산할 수 있도록 제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리오 CEO는 "임상시험이 끝나는 즉시 전 세계 당국에 긴급사용 승인을 위한 자료 제출을 준비할 것"이라며 "백신이 나오면 공중보건 비상사태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자신감을 표명했다.

한편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은 모더나, 화이자 등 앞서 발표된 코로나19 백신과 비슷한 수준의 효능을 갖춘 반면 더 저렴한 가격을 책정하면서 주목 받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백신 가격을 1도스(성인 1명의 1회 접종량)당 3파운드(한화 약 4400원)에 공급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앞서 모더나 백신이 1도스당 32~37달러(약 3만5000원~4만1000원)인 것과 비교하면 10배 정도 저렴하다. 화이자 백신은 1도스당 19.5달러(약 2만1000원)다. 외신은 "백신 효과가 화이자, 모더나보다는 다소 낮지만 가격이 훨씬 저렴하고 보관과 운송이 용이하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