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정기국회 인앱 결제법 처리 강행 탄력 잃어… 일단 무산 가능성
"반값 수수료 발표 애플 따라가지 않으면 내년 중 입법 재추진 될 듯"

구글이 한국 개발 앱에 한해 구글플레이 인앱 결제 적용시기를 내년 1월에서 9월로 유예하면서, 앱 개발자에게 30% 수수료 강제를 금지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일명 구글 인앱 결제 금지법)의 국회 처리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법안 처리 공언에도 불구하고, 야당인 국민의힘이 신중론을 내세우고 있어 교착 상태에 빠진 상황에서 구글이 인앱 결제 유예라는 타협책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구글 인앱 결제 금지법이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다만, 애플의 앱 수수료 반값 인하 방침 발표 이후 여야 모두 구글을 향해 수수료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는 점은 변수가 될 전망이다. 여야 모두 수수료 인하를 요구하고 있어, 구글이 추진할 후속 방안이 기대에 미흡하면 인앱 결제법에 탄력을 붙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구글은 인앱결제 의무화 확대 정책을 발표한 지난 9월 인도의 경우 신규와 기존 앱 모두 인앱결제 의무화 시점을 2022년 3월말로 6개월 늦추겠다고 했지만, 그 배경으로 인도 결제구조의 특성상 시스템 보완이 필요한 점을 꼽은 바 있다. 이번에 발표한 신규 앱에 대한 인앱결제 유예는 유일하게 한국에만 적용하는 것이다.

지난 7일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구글 인앱 결제 공청회에서 임재현 구글 코리아 전무 등 주요 증인들이 증언하고 있다.

23일 국회 등에 따르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오는 26일 정기국회 마지막 전체회의를 개최하고 법안소위를 통과한 각종 법률안을 의결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날 처리될 법안 목록에 구글 인앱 결제 금지법은 포함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당초 이원욱 과방위원장 등 여당 의원들은 26일 전체회의에서 인앱 결제 금지를 위한 개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입장이었지만, 18일 예정됐던 과방위 법안심사소위가 무기한 연기되면서 개정안의 전체회의 처리가 어려워졌다. 인앱 결제 방지법의 연내 처리도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일사천리 분위기였던 인앱 결제 금지법 처리가 암초에 부딪힌 것은 야당인 국민의힘이 신중론을 고수하고 있어서다. 구글플레이에 새로 등록하는 모든 디지털 콘텐츠 앱은 내년 1월20일부터 인앱 결제 시스템이 의무 적용되지만, 기존 앱은 내년 10월까지 적용이 유예된 만큼 논의할 시간이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또 전 세계 모든 앱 개발자에게 적용되는 인앱 결제를 법률로 금지하는 시도를 하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는 점도 고려돼야 한다는 게 야당 측 입장이다. 인앱 결제 금지법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자칫하면 구글 플레이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 도전하는 국내 중소 개발사업자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업계의 목소리도 야당측 신중론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과방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법안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나, 국제 통상 문제나 중소 앱 개발사의 글로벌 진출에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좀 더 시간을 갖고 검토해야 한다"는 공동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여당 내부에서는 단독으로 과방위 전체회의에 인앱 결제 방지법을 상정, 의결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가능성은 높지 않은 편이다. 졸속 의결이라는 역풍이 일 수 있기 때문이다. 여당 단독으로 법안을 처리한 임대차 보호 3법 등으로 전월세난이 가중됐다는 비판 여론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여당이 또 단독 법안 처리에 나서기 어려워졌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런 교착 지점에 빠진 상황에서, 구글은 이날 "수수료 30%가 부과되는 인앱 결제 의무화 정책을 한국 개발자에게는 작용시기를 내년 1월에서 9월로 유예하겠다"고 밝혔다. 국회 안팎에서는 여당이 인 앱 결제법을 단독처리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이같은 방침을 발표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구글의 유예 조치를 여당은 구글의 정식 발표 시점 보다 한 시간정도 앞서 언론에 알리는 등 인앱결제 금지법 추진의 성과로 내세우는 분위기다.

이 때문에 이번 정기국회에서 인앱 결제법이 통과될 가능성은 낮아졌다는 게 국회 안팎의 시각이다. 내년까지 좀 더 신중하게 검토해보다는 국민의 힘측 주장에 무게가 실릴 수 있게 됐다.

그렇지만. 내년부터 매출 100만 달러 미만 개발자들에게 인앱 결제 수수료를 기존 30%에서 15%로 낮추기로한 애플의 수수료 인하 발표 이후 구글도 수수료 인하에 동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은 향후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국민의힘 의원들도 성명서에 "구글도 애플처럼 중소 개발사 수수료를 15% 이하로 인하하라"고 요구할 정도로 앱 수수료 인하에는 여야가 한 목소리다.

구글이 앱 수수료 인하에 동참한다면 인앱 결제법이 흐지부지 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인앱 결제법 입법 움직임이 내년에 재연 될 수도 있다. 이원욱 과방위원장은 구글의 발표 이후 성명을 내고 "구글이 수수료 15% 인하를 결정한 애플에 버금가는 수수료인하 정책을 통해 국내 건강한 앱 생태계 구축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