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종시 관가에서 ‘행4과4중5’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이 말은 세종시의 공무원 아파트 특별공급(특공) 분양이 남아 있는 부처와 기간을 의미한다. 행정안전부 4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4년, 현재 세종시 이전을 추진 중인 중소기업벤처부에 5년이 남아 있다는 것이다. 특공이 살아있는 만큼, 아직 집을 구하지 못한 세종시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이들 부처들이 부러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세종시 어진동 밀마루 전망대에서 바라본 세종시내

◇공무원도 "집값 급등, 청약밖에 답 없어"

23일 정부 부처 등에 따르면 행정안전부는 다음달 중기부의 세종시 이전 관련 공청회를 진행할 계획이다. 중기부는 지난달 23일 세종청사 이전을 신청했다. 세종시 이전은 별도의 심사과정 없이 ‘신청서 제출→공청회→관계기관 협의→대통령 승인→고시’ 등의 과정으로 진행된다. 현재 중기부는 대전 서구에 위차한 정부대전청사에 자리잡고 있다.

중기부는 ‘사무공간 부족과 유관 부처와의 협업’을 이유로 세종시 이전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대전청사가 차로 30분 정도면 오갈 수 있어, 세종시 이전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특공 때문에 이전하는 게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특공 제도는 세종시 이전기관 종사자들의 안정적인 주거환경 조성과 조기정착을 유도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윤주경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세종시 특공을 받은 공무원은 총 2만5406명이다. 이 가운데 매매(2854명)나 전매(1762명)를 빼고 2만790명(82%)이 특공받은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다.

이미 1~3차 이전계획에 따라 청사를 옮긴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공정거래위원회 등의 주요 부처들은 특공 자격이 끝났다. 총 213개 특별공급 대상기관 중 131개가 종료됐고, 현재 82개 기관이 남아 있다.

중기부가 내년 이전을 완료할 경우, 2026년까지 특공 자격이 부여된다.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중기부를 비롯해, 행안부와 과기정통부도 부러움의 대상이다. 지난해 뒤늦게 세종시로 이전한 행안부와 과기정통부는 특공 자격이 오는 2024년까지다.

공무원들이 세종시 특공에 관심을 두는 것은 급등한 집값 때문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11월 둘째주 기준 세종시 주간 변동률은 0.25%로 지난주에 이어 상승세를 유지했다. 올해 누적 변동률은 총 39.18%(1월 1일~11월 2일)로 전국에서 가장 높다.

갈수록 비싸지는 세종 집값에 청약밖에 답이 없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A부처 사무관은 "지난해 특공을 넣었다가 떨어졌는데, 이전 기관 특공 자격이 지난해 종료되면서 더이상 기회가 없어졌다"며 "청약만 믿고 기다렸는데 이제 세종시 집값이 너무 올라 구입할 수도 없는 상황이 됐다"고 했다.

◇정부, 특공 기준 강화... 연말 2차 개선안 시행

당초 정부는 특공 제도를 지난해 종료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뒤늦게 세종시로 이주한 기관과 앞서 들어온 기관과의 형평성 차원에서 5년을 연장했다. 다만 공무원 특공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지자, 조건 등을 대폭 강화했다.

특공의 문이 점점 좁아지면서 세종시에 거주하는 공무원들의 마음은 급한 상황이다. 세종특별자치시에 따르면 올해와 내년에 총 4700여 가구가 공급된다. 정부는 특공 자격을 강화하고 물량을 대폭 줄이겠다는 목표다. 올해 1월부터 시행된 특공 1차 개선안에 따르면 우선 무주택이나 1주택자에 대해서만 특별공급을 허용하고, 2주택자는 제외시켰다. 정무직이나 공공기관 및 정부 출연기관의 장도 특공 대상에서 제외했다.

입주기관 특별공급제도 2차 개선안

정부는 현재 2차 특공 개선안 시행을 준비 중이다. 빠르면 다음달 시행하겠다는 방침이다. 2차 개선안에는 1주택자의 경우 기존 주택을 6개월이내 매각해야 한다는 처분조항이 추가된다. 만약 처분조건을 어길 경우, 분양권 당첨이 취소될 수 있다.

또 신임 사무관과 전입자도 혜택을 받지 못하도록 할 계획이다. 신규 사무관의 경우, 세종시 이전 후에 임용됐기 때문에 사전에 직장이 세종시라는 점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특공 자격을 얻기 위해, 전입을 시도하는 사례가 늘면서 전입자에 대한 특공도 제외하기로 했다.

정부는 아파트 특공 물량도 점차 줄여나간다는 계획이다. 당초 2023년까지 특공 비율을 30% 낮추기로 했지만, 2차 개선안을 통해 2023년 20%로 10%포인트(p) 더 낮추기로 했다.

행복중심복합도시건설청 관계자는 "지난해 한차례 특공 조건을 강화했고, 2차 개선안에 대해 지난달 의견수렴과 규제심사, 법제처 협의를 진행했다"며 "당초 내년 1월1일 시행하려고 했지만, 예상보다 협의가 일찍 끝나서 다음달 시행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관련 내용을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