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응한 포진지에 '안보전시관' 조성…전사자 유품·피탄지 보존
故서정우 하사 모친 "평화 이유로 北도발 애써 외면 안타깝다"

10년 전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로 전사한 해병 2명의 부모가 '명예해병'이 됐다. 또 북한 포격에 용감하게 맞서 대응 사격을 했던 연평부대 포7중대 K-9 자주포 포상(포진지)이 안보전시관으로 조성된다.

부석종 해군 참모총장과 이승도 해병대 사령관, 고 서정우 하사, 문광욱 일병 유가족들이 23일 오전 대선 유성구 대전국립현충원에서 열린 연평도 포격전 전투영웅 제10주기 추모식에 앞서 전사자묘역에서 추모묵념하고 있다.

해병대사령부는 23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연평도 포격전 전투영웅 제10주기 추모식'을 거행했다. 2010년 11월 23일 북한 포격 도발로 전사한 고(故) 서정우 하사의 부친 서래일(61)씨와 모친 김오복(60)씨, 고 문광욱 일병 부친 문영조(57)씨와 모친 이순희(54)씨가 '명예해병'으로 임명됐다. 이들은 이승도 해병대 사령관으로부터 해병대의 상징인 '팔각모'와 인식표(빨간명찰), 명예해병증을 받았다.

해병대는 "영웅들의 숭고한 희생정신과 헌신을 결코 잊지 않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이라며 "우리의 영웅들은 지금 우리 곁에 없지만 그들의 부모님이 새로운 해병대 가족이 되어 그 명맥을 이어나간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했다.

이승도 사령관은 명예해병 임명식에서 "당시 연평부대장으로서 10년 전 오늘을 한시도 잊을 수 없었고, 앞으로도 결코 잊지 않을 것"이라며 "(전사한) 두 해병의 숭고한 희생과 헌신을 모든 해병대원의 가슴과 영혼에 오롯이 새기고 해병대의 역사에 '영원한 해병'으로 기억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해병대는 연평도 포격전 당시 대응 사격을 했던 K-9 포상 2곳 중 1곳을 안보전시관으로 조성해 보존키로 했다. 연말까지 완공할 예정인 안보전시관에는 포격전 경과를 설명하는 전시물이 설치되고, 북한 포탄 피탄지와 파편 흔적, 전사자 유품 등이 보존된다. 전시관은 국민과 해병대 장병들이 당시 연평부대의 용맹함을 인식하는 장소로 활용된다.

23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연평도 포격전 전투영웅 제10주기 추모식' 시작 전 서욱 국방부 장관이 고(故) 서정우 하사와 문광욱 일병 묘비를 둘러보고 있다.

추모식은 서욱 국방부 장관 주관으로 거행됐다. 두 전사자 유가족과 참전 용사, 현역 장병을 비롯해 부석종 해군참모총장, 이승도 해병대사령관, 남영신 육군참모총장, 역대 해병대사령관 등이 참석했다. 브레들리 제임스 주한 미 해병대사령관, 이남우 국가보훈처 차장, 민홍철 국회 국방위원장과 국방위원, 지역 기관장 등 100여명도 참석했다.

서 장관은 추모식에서 "올해는 연평도 포격도발 10주기이자 6·25전쟁이 발발한 지 70년이 되는 해"라며 "우리 군은 과거의 아픔이 두 번 다시 되풀이되지 않도록 튼튼한 국방태세를 확립해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지켜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서 장관은 또 "지금 남과 북은 대결과 갈등의 시대를 종식하고, 한 번도 가보지 못한 평화의 길을 걸어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역사가 말해주듯, 진정한 평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강한 힘'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했다.

국방장관의 연평도 추모행사 참석은 2015년 이후 5년만이다. 국방장관은 과거 연평도 전사자 추모행사에 빠짐없이 참석해왔지만, 2016년부터 3월 25일이 '서해수호의 날'로 지정되면서 이 행사에만 참석해왔다.

23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연평도 포격전 전투영웅 제10주기 추모식'에서 고(故) 서정우 하사 어머니가 편지를 낭독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고 서정우 하사의 모친 김오복씨는 추모 편지에서 "평화라는 이유로 북한 도발을 애써 외면하며 비난 한마디 하지 않은 사람이 점점 많아지고 있어 참으로 안타깝기만 하다"며 "언젠가는 너희들의 희생이 결코 헛되지 않는 세상이 될 거라 소망해본다"고 말했다. 추모식 후 유가족과 이승도 사령관은 헬기로 연평도로 이동해 두 해병이 전사한 곳을 찾아 고인들의 넋을 위로했다.

북한은 2010년 11월 23일 연평도와 주변 해상에 76.2㎜ 평사포와 122㎜ 방사포 등 포탄 170여 발을 발사했다. 개머리 해안 인근 해안포 기지에서 시작된 포격은 2차례에 걸쳐 1시간이나 계속됐고, 해병대원 2명과 민간인 2명이 목숨을 잃었다. 부상자도 60명이나 발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