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가 전 세계를 휩쓸면서 호주의 주택 시장이 심각한 위기 상황에 처했다. 거의 30년 만에 처음으로 불황에 빠지면서 궁극적으로 스트레스 테스트(최악의 위기 상황 대응능력 평가)에 직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코로나 사태로 인한 전 세계적인 저금리 시대는 대출을 촉진시켜 자산 가격을 부채질하고 주택 시장을 끌어올리고 있다.

호주 시드니 근교의 주택가.

22일(현지 시각) 블룸버그통신은 7조1000억호주달러(약 5784조5830억원) 규모의 호주 주택 시장이 스트레스 테스트에 직면했다며 이 같이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경제학자들은 코로나 사태가 호주를 휩쓸면서 부동산 가격이 10% 이상 폭락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나 이제 그들은 향후 몇년 내에 이러한 예측을 5~15% 상승으로 되돌리기 위해 재조정을 하고 있다. 정책 입안자들은 가격 폭락에 대한 걱정에서 과도한 지출에 대한 경계로 전환을 한 것이다.

호주 은행의 대출 장부는 세계에서 모기지에 가장 많이 노출된 곳 중 하나다. 주요 4대 은행의 주택 대출은 국내 총생산(GDP) 약 2조호주달러의 약 75%에 해당한다. 통계청은 국가의 주거지 가치가 7조1000억호주달러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2분기 기준 수도권의 평균가격(가중 평균가격)이 1년 전보다 6.2% 상승한 수준이다.

이는 이전에 호주에서 볼 수 없었던 수준의 이자율 때문이다. 중개업체 모기지초이스에 따르면 호주 국내 4대 대형은행 중 3곳은 2% 이하의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을 내놓고 있고 HSBC홀딩스는 1.88%를 내놓고 있다. 앞서 호주준비은행이 금리를 0.1%로 인하하고 경제 전반에 걸쳐 차입 비용을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하는 채권 매입 및 은행 대출 프로그램을 촉진했기 때문이다.

모기지초이스의 최고경영자인 수잔 미첼은 "내가 생각하기에 지금 상황은 아무도 우리가 예상하지 않았던 곳"이라면서 "많은 경기부양이 있었고 (주택) 가격이 치솟는 것이 조금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RBA 모델링에 따르면 호주는 경제가 20% 위축되고 실업률이 20%로 치솟은 시나리오에서도 은행은 여전히 최소한의 신중한(prudential) 자본 요건을 위반하지는 않는다. 주요 은행이 (위기에) 무너질 가능성은 적다는 것이다.

또 RBA는 현재로서 자산 가격에 대한 걱정보다는 실업을 줄이는 것이 우선이라고 봤다. 필립 로우 주지사는 "국경이 여전히 닫혀있고 인구 증가가 없는 상황에서 (코로나 사태는) 주택 시장의 역학을 변화시키고 있으며 주택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우리는 최근 몇년간의 경험을 통해 거시건전성 기구가 안정적인 방식으로 부채 증가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우리는 우리가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는 문제지만, 현재로선 특별히 걱정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한 세기만에 최악의 불황 속에서도 일부 지역이 두 자릿수의 집값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는 뉴질랜드와는 대조적으로 호주의 경제학자들은 내년 초 주택담보대출비율(LVR, loan-to-valuation ratio) 규제가 시행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호주의 금융상담 CEO인 피오나 거스리는 "더 약한 대출 기준은 사람들이 가능한 한 많은 빚을 지게될 것이라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대출자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면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제 회복의 불균형한 측면과 마찬가지로 주택 시장의 힘 역시 균일하지 않다. 실제로 시드니와 멜버른 도심 아파트에 사는 많은 이들은 오히려 더 많은 공간을 찾고 있다.

맥그래스 부동산 에이전트 최고경영자인 존 맥그래스는 "코로나는 우리가 집을 개조하고 살고 싶은 곳을 다시 생각해보는 변화의 촉매제가 됐다"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은 "게다가 코로나 봉쇄로 직장을 잃었기 때문에 여전히 주택담보대출 상환 유예를 적용 받고 있는 가구들이 있다"면서 "이들도 내년 중 유예 기간이 끝나면 어쩔 수 없이 (주택) 매각에 나설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