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다시 확산하면서 물류 운송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업계에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코로나 확진자 수가 많이 늘어난 유럽에선 항만 작업에 차질을 빚고 있고 미국은 육상 물류까지 여파가 미쳤기 때문이다. 국내 수출기업들은 안 그래도 컨테이너선 부족과 운임 급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물류 상황이 더 나빠질까 걱정하고 있다.

지난 13일 부산항 신항 부두에 접안한 컨테이너선에서 분주하게 화물을 선적하고 있다.

23일 국립부산검역소에 따르면 부산 629번 환자 A씨는 해양공사 직원으로 지난 12일 동호회 축구 경기를 하다가 코로나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A씨는 지난 18일과 19일 부산신항에 접안한 선박 2척에 올라 화물 검수를 진행했고 22일에서야 확진 판정을 받았다. 방역당국은 현재 A씨의 동선 등을 토대로 접촉자를 분류하고 있다.

앞서 부산항에 입항한 외국 선박에서도 지난 17일부터 19일까지 사흘동안 77명이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다. 독일 국적 컨테이너선부터 러시아 원양어선 등 7척의 선박에서 확진자가 나왔다. 국립부산검역소는 전수 검사를 진행해 지난 21일 선박 2척에서 추가로 6명의 코로나 확진자를 찾았다. 이들 모두 선박 외부에서 접촉은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 코로나 확진자 수도 일일 300명 이상 늘어나는 상황에서 외국 선원들의 코로나 확진까지 이어지면서 방역당국은 긴장하고 있다. 2주내에 일일 환자가 600명 이상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크리스마스부터 내년 중국 춘절까지 연말연시 성수기 시즌을 앞둔 수출기업들은 걱정거리가 늘었다. 글로벌 선사들이 코로나 확진자가 늘어나 물류 작업이 늦어지는 항만을 기피하거나, 아니면 추가 운임을 받기 때문이다.

영국의 사우스햄튼(southampton) 컨테이너 허브나 펠릭스토(felixstowe) 사례가 대표적이다. 코로나 확산에 지난 1일부터 봉쇄 조치(락다운·lock down)에 들어간 영국의 항만에선 일할 사람이 부족해 하역 작업을 제대로 진행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컨테이너 혼잡도가 평소보다 30%가량 높아졌고 일부 화물은 하역에만 3주 이상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 선사 CMA CGM은 이에 사우스햄튼 컨테이너 허브를 이용하는 화물에는 TEU(6m 컨테이너 1개)당 150달러의 ‘혼잡세’를 추가로 받고 있다. 특히 일부 해운사들은 아시아에서 런던까지 FEU(12m컨테이너 1개)당 8000달러의 운임을 요구했다고 한다. 지난 7월과 비교해 4배가량 뛰었다.

아직 국내 코로나 상황이 미국이나 유럽과 비교할 정도는 아니지만, 운임 인상의 지렛대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미주 노선 운임이 뛰면서 상대적으로 운임이 싼 부산항을 들리지 않는 것 아니냐는 의심까지 나오던 중이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해양수산부 조사 결과로는 10월까지 외국 선사들이 계약과 다르게 부산항에 들리지 않는 일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면서도 "중국발과 부산항발 운임 격차가 있는 상황에서 코로나 확산이 운임을 올리는 좋은 핑계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이미 치솟고 있는 컨테이너선 운임을 고려할 때 국내 코로나 확산으로 이같은 추가 운임이 발생하면 수출기업 입장에서 가격 경쟁력에 큰 타격이 될 수 있다. 세계 컨테이너선 운임 지표인 상하이 컨테이너선 운임지수(SCFI)는 지난 20일 기준 1938.32포인트로 역대 최고점을 찍었다. HMM(옛 현대상선)을 비롯한 국적 선사의 선복량(적재능력)이 85만TEU에 불과해 물동량을 감당하는 데 한계도 있다.

물류업체 관계자는 "지금도 선박 부족이나 운임 강세로 어려움을 겪는 수출기업이 많은데 코로나가 다시 확산해 화물 운송이 제한되면 성수기를 놓칠 수 있다"며 "그저 방역당국을 믿는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