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가 산지 난개발을 방지하겠다며 추진하는 ‘경기도 산지 지역 난개발 방지 및 계획적 관리지침(난개발 관리지침)’에 경기도 지자체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경기 양평군 일대.

23일 경기도에 따르면 도는 최근 난개발 관리지침을 수립하기 위해 경기도 내 31개 지자체에 세부 규제 내용을 적은 공문을 발송했다. 경기도청 관계자는 "확정된 지침은 아니고, 지자체 의견을 듣는 단계"라면서 "의견 수렴 이후 세부 내용은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확정된 지침은 아니라지만, 공개된 규제안이 ‘지나치게 강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난개발 방지 차원에서 국내엔 산지관리법이 이미 제정돼 전국 단위로 시행되고 있다. 경기도 지침은 이보다 2배쯤 규제가 강하다.

예컨대 경기도 지침은 △경사도 15도 이하 △절토(切土)·성토(盛土) 비탈면 수직높이 6m 이하에서 건축할 수 있도록 했다. 산지관리법이 △경사도 25도 이하 △절토·성토 비탈면 수직높이 15m 이하로 규제하는 것과 비교해 ‘2배쯤 강한’ 지침을 경기도 전역에서 시행하겠다는 뜻이다.

경사도란 △임야에 주택 등을 짓기 위해 터를 닦는 등 형질을 변경한 부지의 최대폭을 기준으로 2배만큼을 수평으로 투영했을 때 △해당 지점과 수직으로 맞닿은 원지반(原地盤)과 개발부지와의 경사를 말한다. 비탈면 수직높이란 부지 개발을 위해 흙을 깎거나 채운 곳의 수직 높이를 말한다. 경사도와 비탈면 수직높이가 보다 낮아지는 쪽으로 규제가 강화되면 그만큼 임야에서 건축할 만한 대상지가 줄어든다.

그래픽=이민경

지자체들은 난개발 방지가 당연히 필요하지만, 경기도가 지자체 결정사항을 강요한다고 반발한다. 지자체에선 현재 개별로 기준을 정해두고 있다. 경사도 기준을 살펴보면, 도심지인 수원은 10도 이하, 성남·고양·과천은 15도 이하 등으로 산지관리법보다 강한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반면 산지 비율이 높은 가평·양평·연천 등은 25도 이하로 정했다. 경기도 지침은 ‘이 지침에서 정한 사항은 시·군·조례 등에 반영해 개발행위 허가기준으로 사용한다’고 해, 원안대로 적용되면 경기도 내 모든 지자체에서 이 지침이 적용된다.

가평군의회는 지난달 27일 ‘지침 완화 건의문’을 채택했다. 군의회는 건의문에서 "경기도의 난개발 관리지침은 가평군 지역 실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 사례"라면서 "이미 도시화가 돼 있거나 평지가 많은 시·군의 실정에 적합할 수 있으나, 전체 면적 중 83.5%가 임야인 가평군 실정을 볼 때 지역 성장 및 개발의 씨앗을 싹트지 못하게 하여 지역 발전의 작은 희망마저 사라지게 한다"고 했다.

경기도 내 31개 지자체의 시·군의회 의장들이 모인 경기도 시·군의회의장협의회도 지난 10일 ‘지침 수정 촉구 결의문’을 채택했다. 협의회는 결의문을 통해 "지자체에 위임된 개발 관련 인허가 범위를 경기도가 지침을 통해 조례에 반영토록 강제하는 것은 기초자치단체장의 권한을 침해하는 것일 뿐 아니라 기초자치단체의 자치입법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했다.

경기도 내 측량협회들도 지침 철회를 요청하는 연대 서명 운동을 펼치는 중이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경기도 지침은 절·성토 비탈면 수직높이를 6m 이하로 규정하는데, 경기북부도청사 뒤 비탈면은 수직높이가 30~40m"라면서 "내로남불식 행정"이라고 주장했다. 또 "지침은 산악지역 형평성을 고려하지 않은 데다 아무런 원칙도 법적 근거도 없다"면서 "과도한 규제로 농촌과 비도시 권역의 사유재산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전제관 공간정보산업협회 경기도남부회 회장(대아측량토목설계공사 대표)은 "양평과 가평, 포천, 연천은 산악지형이 상당히 많은데 수원과 양평을 똑같이 규제하는 게 맞느냐"면서 "지역 현안을 반영하지 않은 무책임한 탁상행정"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경사도 규제가 25도에서 갑자기 15도로 낮아지면 그 사이 경사도에 속한 토지를 보유한 시민은 재산권 침해를 받는다"면서 "경기도에 난개발 관리지침 수립과 관련한 민간 전문가의 참여를 요청했으나, 경기도는 수개월이 지나도 답변이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