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실 산하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가 김해신공항에 ‘근본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발표한 직후 여권에서 가덕도 신공항을 재추진하자는 목소리가 나오자, 부산에 근거를 둔 BNK금융지주(138930)가 사활을 걸고 가덕도 신공항 유치에 동참할 의지를 드러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BNK금융지주는 김지완 BNK금융그룹 회장과 빈대인 BNK부산은행장, 이하 사외이사진을 총동원해 가덕도 동남권신공항 유치를 위한 부산 지역사회 노력에 힘을 보태기로 했다. 필요하다면 임직원을 동원한 홍보 행사도 마다하지 않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BNK금융지주는 부산권에서 가장 큰 ‘지방금융맹주’지만, 본업인 은행업에서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올 1~3분기 내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순익이 15.5% 줄었다. 반대로 신한·KB를 포함한 4대 금융지주는 같은 기간 수조원대 순익을 기록했다. 성장 동력을 회복할 이렇다 할 계기가 없다면 앞으로 부산에서 BNK금융지주가 설 입지가 불투명하다는 것이 금융권 시각이다.

한국기업평가 통계에 따르면 부산은행이 지난해 부산 지역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은 여신 26%, 수신 32% 수준. 이 가운데 중소기업을 상대로 한 여신 비중이 60%를 넘나든다. 신용등급이 높은 대기업과 거래하는 4대 금융지주 은행처럼 안정성을 유지하기가 어려운 환경이다.

빈대인(앞줄 왼쪽 네번째) BNK부산은행장이 지난 6월 부산은행 본점에서 가덕도 신공항 유치 염원을 담아 종이비행기를 날리고 있다.

이 때문에 BNK는 일찍부터 기존에 있는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방안보다 가덕도에 새 공항을 짓는 방안을 금융지주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해왔다. 전문가들은 가덕도가 김해공항보다 부산신항에서 가까워, 항공과 항만 물류가 서로 시너지 효과를 일으킬 수 여지가 크다고 분석한다. 여신 관계를 맺은 중소기업 가운데 부산신항 관련 사업체가 상당 수인 BNK가 김해공항 확장안보다 가덕도 신공항 유치에 공을 들이는 이유다.

김해공항 인근은 간척이나 대규모 토목공사가 불필요한 대신 소음 피해 보상에 들어갈 거액의 보상금이 필요하다. 반면 가덕도는 바다를 메워 새로 땅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기초 공사를 통한 낙수 효과와 지역 경기 회복을 기대할 만하다.

빈대인 BNK부산은행장은 지난해 서울에서 열린 한 컨퍼런스에 참여해 "지역경제에서 가장 큰 현안은 지역민들의 염원이 담긴 동남권 관문 공항 건설"이라며 "수도권 집중에서 벗어나 지역 균형발전과 상생 관점에서 타 지자체와 적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올해 6월에는 부산은행 임직원 150여명을 동원해 본점 1층 로비에서 직접 접은 종이비행기를 날리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공항 유치전이 치열해지자 부산은행 영업점들은 업장에 홍보 현수막과 포스터를 붙이며 열띤 지원을 보냈다. 당시 부산은행 전 직원은 근무 내내 신공항 유치 응원 문구가 새겨진 리본을 달고 일했고, 일부 은행원은 영업점 외벽에 자비로 제작한 자료물을 인쇄해 붙이기도 했다.

BNK금융지주 사외이사인 김영재 부산대 경제학과 교수 역시 해상 물류 중심인 부산 경제 체제를 신공항 건설로 효율성을 높이자고 대내외 자리에서 수차례 주장하며 외곽지원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부산지역 은행권 관계자는 "지난 추석에는 은행 차원에서 제공하는 추석 선물로 기장 특산품인 미역을 선정하고서는 가덕도 신공항 유치 기원 가방에 담아 보낼 정도로 공을 들였다"며 "기장에서 가덕도 거리가 서울에서 수원 사이보다 먼 데도 신공항 유치를 강조할 정도로 힘을 주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금융 전문가들은 전국 영업망을 기반으로 한 시중은행에 밀리고, 최근 급부상한 인터넷은행에도 치이는 BNK부산은행이 조선업과 항만 관련 업종 부진으로 지역 경제까지 무너지는 가운데 살 길을 찾으려면 신공항 건설로 인한 자금 유입, 경기 회복 효과에 기대야 한다고 말한다.

최근 BNK금융연구소가 작성한 ‘2020 동남권(부산·울산·경남) 경제 키워드’를 보면 BNK부산은행 핵심 소비자인 부산 지역 민심 역시 신공항에 적지 않은 열망을 나타내고 있다. 이 조사에 따르면 ‘신공항’은 ‘부동산’, ‘조선업’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일자리’, ‘경기회복’, ‘한일관계’를 멀찌감치 따돌린 결과다.

이병윤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조선업, 자동차, 기계 등 지방에 거점을 둔 전통산업은 쇠퇴했고, 새 성장 동력이 된 첨단 지식산업들은 수도권에 집중되고 있다"며 "지방은행은 특히 시중은행보다 중소기업 대출 비중이 높은데 지금처럼 경기 침체기엔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하는 요인"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