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KBO(한국야구위원회)리그 한국시리즈 1차전이 있었던 서울 고척돔에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떴다. NC 다이노스 창단 이후 첫 정규리그 우승이 결정된 지난달 24일 이후 다시 야구장을 찾은 것이다. 이날 NC 다이노스는 두산 베어스를 이기고 최종 통합우승 75% 확률을 거머쥐었다.

다이노스 모자와 마스크를 쓰고, 점퍼를 입은 김 대표는 팀이 이기는 모습을 지켜보며 문득 9년 전 프로야구 제 9구단 창단 당시를 떠올렸을 것이다. 애들이나 하는 ‘게임’이라는 인식이 강했던 그 때, 한 대기업 야구단은 엔씨소프트에 "매출 1조원도 되지 않는 회사가 막대한 자금이 들어가는 야구단을 운영할 수 있겠는가"라며 야구단 창단을 반대했다.

하지만 9년이 지난 지금 NC 다이노스는 비아냥이 무색할 정도로 모범적인 기업-스포츠단 운영 사례를 만들어냈다. 창단 10년도 되지 않은 구단의 ‘대권 도전’에는 김 대표의 남다른 야구 사랑 때문이라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김 대표는 창단 당시 반대 목소리에 "내 재산만으로 100년간 야구단을 운영할 수 있다"고도 했다. 포브스에 따르면 김 대표의 재산은 올해 11월 기준 26억달러(약 2조9000억원)이다.

김 대표는 어린 시절부터 야구 만화를 보고, 커브볼을 던지는 걸 연습해 온 야구광이다. 그러나 야구단 운영은 일절 관여하지 않는다. 자신은 전문가가 아니라는 판단에서다. 반면 마케팅과 데이터 분석 등에서는 게임회사의 노하우를 야구단에 십분 접목하고 있다. 앞서 가는 마케팅으로 팬들을 빠르게 흡수했고, 야구 데이터 분석 분야는 현재 프로야구의 ‘데이터 야구’라는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이런 김 대표를 야구팬들은 ‘택진이형’이라는 별명으로 부른다. 누군가 존경할 만한 것을 갖춘 사람을 ‘형’이라고 부르는 일종의 밈(meme·인터넷에서 유행하는 특정 콘텐츠 또는 문화 요소)이다. 택진이형은 엔씨소프트의 광고에도 여러 번 출연했다.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보수적인 시각이 주를 이루는 한국 기업문화를 알고 있다면 택진이형의 행보는 여러모로 놀라울 뿐이다.

그는 1년에 두 번은 꼭 다이노스의 홈구장인 창원 NC 파크를 찾는다고 한다. 홈 첫 경기와 마지막 경기다. 특히 마지막 경기에서 직접 마이크를 잡고 관중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전한다. 이런 구단주도 김 대표가 유일하다. 관중들은 역시나 ‘택진이형’을 연호한다.

NC 다이노스는 올해 단 6경기를 남겨뒀다. 결과는 아무도 모른다. 우승을 놓칠 수도 있다. 하지만 김 대표와 엔씨소프트, NC 다이노스가 만든 기업-스포츠단의 동반 성장은 모범사례로 남을 것 같다. 매출 1조원이 안되던 NC는 올해 매출 2조원 돌파가 확실시된다. 애들 상대로 코묻은 돈이나 뜯는다던 게임 산업은 현재 반도체, AI(인공지능), 디스플레이 등의 첨단 기술이 집약된 4차 산업혁명의 한 축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