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대만, 투자자가 대출담보로 맡긴 주식을 공매도 물량으로 분류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개인 투자자의 공매도 기회 확대를 약속한 가운데 일본·대만식 공매도 제도가 유력한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투자자가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으면 담보로 맡긴 주식을 의무적으로 공매도 가능 물량으로 분류하는 것이다. 다만 금융위원회는 과거에 유사한 관행을 금융투자협회에 시정하도록 조치한 이력이 있어 제도 도입에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의 공매도 활성화 방안으로 담보 증권을 의무적으로 주식 대여 잔고에 편입하는 방식이 거론되고 있다. 현재 일본과 대만은 이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해당 방안에 대한 개인 투자자의 여론을 수렴한 후 제도 도입을 검토할 계획이다.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 매도한 후 나중에 다시 매입해 갚는 투자 방식으로, 주가 하락이 예상될 때 사용된다. 공매도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원하는 시점에 빌릴 수 있는 주식 물량이 많아야 한다. 기관 투자자는 기관간 거래로 대여 물량을 비교적 쉽게 확보하지만, 개인 투자자는 한국증권금융을 통해 증권사에 제공되는 물량만 빌릴 수 있어 물량 확보가 쉽지 않다.

한국증권금융에 따르면, 빌릴 수 있는 종목 수는 2018년 6월 말 79개에서 올해 3월 13일 409개로 5배 늘었지만, 잔고 기준으로는 76억원에서 133억원으로 1.75배 늘어나는 것에 그쳤다.

대주 가능 종목은 3년 동안 5배 늘었지만 대주 잔고는 1.75배 늘어나는 것에 그쳤다.

한국과 달리 일본에선 개인 투자자의 공매도가 활발하다. 자본시장연구원의 ‘한국과 일본의 주식 신용거래제도 비교 연구’에 따르면, 일본 주식시장에서 개인 투자자의 공매도 비중은 2017년 거래 대금 기준으로 38.7%에 달한다. 같은 기간 한국 유가증권시장의 개인 공매도 거래 비중은 5.5%에 불과하다.

대주 거래를 중개하는 한국증권금융에선 지속적으로 일본·대만식 공매도 제도의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한국증권금융은 해당 제도 도입을 주장하는 서울대 안동현 교수에게 ‘개인투자자의 주식차입매도시장 접근성 개선을 위한 인프라 조성방안 연구’ 용역을 맡겼다. 내년 4월에 연구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홍인기 한국증권금융 전무가 최근 정책토론회에서 일본 사례를 언급하기도 했다.

다만 금융위는 해당 제도가 과거 조치를 역행하는 방안이라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2014~2016년 개인 투자자 사이에선 투자자의 동의없이 담보 증권이 대여 잔고에 편입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당시 금융위의 권고로 2017년 5월 금융투자협회는 신용거래약관에 ‘회사는 증권금융회사가 담보증권을 제3자에게 대여하는 방법으로 활용하는 경우 사전에 고객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조항을 추가했다.

만약 투자자가 담보로 맡긴 주식을 의무적으로 공매도 가능 물량으로 편입하면 주식담보대출을 받은 투자자의 주식이 투자자 동의 없이 공매도 물량으로 쓰이는 것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해당 방안을 개인 투자자의 공매도 활성화 방안으로 인지하고는 있다"면서 "자신의 주식 잔고가 공매도에 쓰이기를 원하지 않는 투자자도 있기 때문에 여론 수렴 과정을 거쳐서 도입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