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팔아 목돈 벌어 온라인 사업에 투자

알짜배기 땅에 부동산을 갖고 있는 유통 업계가 자산을 팔고 있다. 유동성을 확보해 온라인 등 신규 사업 등에 투자하기 위해서다. 이들은 땅·건물을 매각하고 재임대하며 매장을 계속 운영하는 방식을 사용하는데, 기존 사업 구조를 유지하며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해외 유통 업체들은 매장을 직접 소유하지 않고 임차하는 경우가 50% 수준이지만, 국내 유통 업체들은 매장을 직접 소유하는 경우가 60%를 넘었다. 하지만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여파로 오프라인 점포에서 들어오는 돈이 줄어든 반면, 비대면 쇼핑의 부상에 맞춰 온라인 투자로 나갈 돈은 많아지자 점포를 팔아 자금을 마련하는 추세다.

롯데그룹은 최근 롯데리츠에 8000억원 규모의 백화점·아웃렛·대형마트·물류센터 6곳을 양도하고 해당 부동산을 임차하기로 했다. 작년 7월에도 1조629억원 규모의 백화점·아웃렛·대형마트 9곳을 양도한 바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3월 니혼게자이신문과 인터뷰에서 "채산성(採算性) 없는 점포 200곳을 정리하고 디지털화를 추진하며 오프라인 매장과 인터넷을 연계해 매출 증대를 노리겠다"고 말한 만큼, 롯데그룹이 확보한 자금은 온라인 쇼핑 사업 강화와 물류 인프라 투자 등에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롯데쇼핑은 지난 4월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 등 유통사 7곳을 통합한 온라인몰 롯데온(ON)을 출범했지만 기대만큼의 실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앱 마켓인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도 롯데온의 사용자 평점은 5점 만점에 2.5점으로 쿠팡(4.4점), 쓱닷컴(3.7점)보다 낮다. 유승우 SK증권 연구원은 "전자상거래 핵심이 물류인데 롯데쇼핑은 물류 투자가 약한 편"이라며 "롯데리츠 자산 편입으로 현금을 끌어들여 물류 인프라 증설에 나선다면 롯데온에 기회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홈플러스는 지난 16일 대전 방탄점·둔산점, 대구점에 이어 안산점 매각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앞서 임일순 홈플러스 사장이 "홈플러스 장점을 강화한 올라인(All Line·온라인+오프라인) 전략으로 위기를 정면 돌파하겠다"고 밝혔듯, 앞으로 온라인 사업 강화에 힘쓸 방침이다.

한화갤러리아는 작년 천안점, 수원점을 매각한 데 이어 광교점 매각을 마무리짓고 있다. 광교점은 올해 3월 압구정점에 이은 ‘제2의 명품관’을 목표로 5000억원을 들여 문을 열었지만 조만간 매각 후 재임대할 예정이다. 광교점을 매각하면 한화갤러리아가 부동산을 보유한 백화점은 압구정 명품관, 대전 타임월드 2곳만 남게 된다.

한화갤러리아 관계자는 "광교점 매각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했다"며 "확보한 자금으로 온·오프라인 신규 사업에 투자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마트도 지난 3월 서울 강서구 마곡동 부지를 8518억원에 팔고, 매매 계약과 동시에 해당 부지에 이마트 트레이더스가 입점하는 임대차 계약을 체결했다. 작년 11월에는 재무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9500억원을 받고 사모펀드에 매장 13곳을 매각하고 재임차해 운영하기도 했다. 신세계는 다른 유통 업체에 비해 직접 건물을 소유하는 비중이 높다. 작년 기준 이마트 83%, 백화점 58%, 트레이더스 86% 수준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부동산을 팔아 목돈 벌고 다달이 푼돈(임대료) 나가는 전략"이라며 "코로나로 내수 경기가 침체된 가운데 온라인에 대비하고 부채 비율을 낮추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