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오는 19일 0시부터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현행 1단계에서 1.5단계로 격상하기로 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나흘째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신규 확진자 수가 200명대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 등을 들어 거리두기를 2단계로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17일 오후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의 사회적 거리두기 관련 브리핑을 시청하고 있다. 정부는 19일 0시를 기해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1단계에서 1.5단계로 격상하기로 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17일 오전 중앙안전재난대책본부 회의에서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1.5단계로 격상하고자 한다"며 "코로나 방역이 위기에 직면했다. 특히 국민 절반 이상이 밀집한 수도권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고 밝혔다. 강원도의 거리두기 단계는 추이를 살펴보고 지자체 판단에 맡기기로 했다.

1.5단계로의 격상으로 달라지는 것은 방역 수칙 강화다. 감염 우려가 큰 중점관리시설 9종과 일반관리시설 14종 등은 철저한 방역 하에 영업을 해야 한다. 중점관리시설은 클럽을 비롯한 유흥시설 5종과 방문판매 업소, 노래연습장, 실내 스탠딩공연장, 식당·카페 등으로 이들 시설에서는 시설면적 4제곱미터당 1명으로 이용 인원이 제한된다.

유흥시설에서는 춤추기나 좌석 간 이동이 금지된다. 노래연습장에서는 음식 섭취가 금지되고, 한 번 사용한 방은 소독을 하고 30분 후에 재사용해야 한다. 식당·카페에서는 테이블 간 1m 거리두기나 좌석·테이블 간 한 칸 띄우기, 테이블 칸막이 또는 가림막 설치 등의 수칙을 준수해야 한다. 스포츠 경기의 관람 인원은 수용가능 인원의 30%까지 줄어든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1.5단계로 올린다고 해도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을 제기한다. 1.5단계로의 격상으로 생활 속에서 달라지는 것은 각종 시설의 이용인원 제한 등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부 업종의 영업 중단은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부터 적용된다. 하루 평균 확진자가 전국 300명, 수도권 200명을 넘어서는 2단계부터 유흥주점 등이 문을 닫고, 배달·포장을 제외한 밤 9시 이후 식당 운영이 중단되는 것이다. 노래연습장, 방문판매 업소, 스탠딩 공연장, 헬스장 등은 하루 평균 확진자가 400~500명 이상인 신규 2.5단계 까지는 운영이 가능하다.

정부가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1.5단계로 격상하기로 한 17일 오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대기하고 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1.5단계는 국민들에게 경각심을 주는 수준에 머물 뿐"이라며 "유흥시설에서의 춤을 추는 것을 금지하거나 면적당 이용인원을 제한하는 등의 조치는 실효성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거리두기 강화가 자영업자들의 경제적 피해로 이어진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현재 확진자 증가 추이를 보면 조만간 2단계로 올려야 할 상황이 올 게 뻔하다"며 "적극적이고 과감한 조치를 통해 신규 확진자 수를 줄였다가 안정세에 들어섰을 때 거리두기를 완화하는 게 자영업자들에게도 이득"이라고 주장했다.

천은미 이대 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도 "유흥시설 등의 영업시간을 제한하지 않으면 술을 마시는 젊은 층들 사이에서의 산발적 감염이 이어질 것"이라며 "2단계 격상이 확실히 효과는 좋지만, 자영업자들의 경제적 피해를 고려해 1.5단계로 유지하는 것이라면 일부 시설의 운영시간을 제한해야 한다"고 말했다.

2단계 격상 시기의 중요성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금이라도 1.5단계로 올린 건 다행이지만, 앞으로의 상황이 중요하다"며 "환자 발병양상 등을 고려해 1.5단계 격상 효과가 바로 나타나지 않으면 머뭇거리지 말고 2단계로 즉시 강도를 높여야 한다"고 했다.

이어 "자영업자 등의 경제적 상황을 고려해 2단계 격상시기를 늦추면 전국적으로 빠르게 확산되는 것을 막기가 힘들다"며 "유럽과 미국을 보더라도 7~8월에 코로나 유행이 심화될 때 정부가 바로 개입하지 않았더니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확산 속도가 빨라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