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ST·KIST, 신소재 '그래핀 골격 메조다공성 탄소' 합성
그래핀의 높은 전기전도도·다공성 물질의 넓은 표면적 획득
주상훈 교수 "같은 촉매 비용으로 백금보다 8배 많은 수소 생산"

연구팀이 만든 ‘그래핀 골격 메조다공성 탄소(OMGC)’(왼쪽)와 이 물질을 이루고 있는 그래핀 튜브(오른쪽).

같은 촉매 비용으로 수소 생산량을 기존 대비 8배로 늘릴 수 있는 새로운 그래핀 활용법이 개발됐다.

주상훈 울산과학기술원(UNIST) 화학과 교수 연구팀은 김진영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박사와 함께 튜브 모양의 그래핀으로 이뤄진 신소재 ‘그래핀 골격 메조다공성 탄소(OMGC)’를 합성하는 데 성공했다고 17일 밝혔다.

차세대 연료인 수소를 만들려면 물을 수소와 산소로 나누는 전기분해 반응이 필요하다. 자연 상태에서 물은 수소·산소로 잘 분해되지 않기 때문에, 촉매를 첨가해 반응을 촉진시켜야 한다. 현재 가장 효율이 좋다고 평가받는 수소 생산 촉매는 귀금속인 백금이다. 비싼 만큼 수소의 단가를 높이는 요인이 된다. 백금을 대체할 값싼 촉매 개발이 필요한 상황이다.

OMGC를 만드는 과정.

2~50나노미터(nm·10억분의 1미터) 크기의 구멍들을 가진 물질 종류인 메조다공성 물질이 한 가지 대안으로 꼽히고 있다. 구멍이 많은 만큼 표면적이 넓어 촉매로서 화학반응을 활발히 일으킬 수 있다. 화학반응하는 분자들을 옮기고 저장하기에 적당한 구멍 크기를 갖고 있다는 점도 촉매로서의 장점이다. 하지만 전기가 잘 통하지 않는다는 한계가 있다. 전기가 통하지 않는 물질은 화학반응을 잘 일으키지 못해 촉매로 사용할 수 없다.

연구팀은 높은 전기전도도와 넓은 표면적 모두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전기전도도가 높은 그래핀을 활용해 새로운 메조다공성 물질을 만드는 것이다. 연구팀은 ‘메조다공성 실리카’와 ‘몰리브데늄 카바이드’라는 물질로 튜브 모양의 틀을 만들고, 이 틀을 이용해 그래핀을 튜브 모양으로 만들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신소재 OMGC는 예상대로 높은 촉매 성능을 보였다. 주 교수는 이날 전화통화에서 "실제 수소 생산 시스템에 OMGC 촉매를 활용해본 결과, 기존 백금 촉매보다 성능이 8배 높았다"며 "같은 양의 촉매로 8배 많은 수소를 얻을 수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주상훈 교수.

주 교수에 따르면 OMGC의 제조비용은 현재 1그램당 8만 5000원 수준으로, 1그램당 8만원인 백금 촉매 가격과 비슷하다.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같은 촉매 비용으로 수소 생산량을 크게 늘릴 수 있게 된다. 연구 진척에 따라 OMGC 제조비용이 더 낮아질 가능성도 있다.

주 교수는 "아직은 실험실 수준의 연구성과로, OMGC의 제조비용을 낮출 수 있는 대량합성 방법 등을 후속으로 연구할 계획"이라며 "에너지저장장치(ESS), 오염물질 흡착제 등 다른 분야로의 응용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구성과는 국제학술지 ‘앙게반테 케미(Angewandte Chemie)’에 지난 12일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