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삼성증권(016360)이 발행한 주가연계증권(ELS)이 10대1에 달하는 청약경쟁률을 기록하는 등 ELS 시장이 활기를 보이고 있다. ELS는 특정 기업 주가나 주가지수가 정해 놓은 범위에서 움직이면 약정 수익을 지급하는 파생상품이다. 보통 만기는 3년이며 6개월 단위로 상품 조건을 충족하면 상환 시기에 맞게 환산된 수익률을 지급하고 중도상환된다.

연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 발생 이후 전세계 주가 지수가 계속 우상향해온데다 경기 부양책으로 시중에 유동성이 넘쳐나면서 개별 종목에 투자하는 것보다 불확실성이 낮은 ELS에 자금이 몰리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최근 주가지수가 너무 가파르게 올라 조정이 올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도 있다.

조선DB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2일 청약을 마감한 삼성증권의 ELS(25186회)는 9.71대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다. ELS 청약 때 발행 한도를 다 채우지 못해 1대1의 경쟁률도 기록하지 못하는 경우가 흔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높은 경쟁률을 기록한 것이다.

이 상품은 S&P500, 유로스톡스50, 코스피200 등 3개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로 연 지급하는 쿠폰 수익률은 세전 4.96%다. 이 상품의 원금 손실 기준선(낙인·Knok-In)은 기초자산의 45% 이하로 기존 ELS 낙인(50~55%) 수준에 비해 낮아 향후 손실 가능성이 낮을 것이란 기대감에 자금이 몰렸다.

같은 날 마감한 삼성증권 ELS(25183회)도 8.64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 상품도 S&P500, 유로스톡스50, 코스피200를 기초자산으로 하며 낙인은 50% 이하인 대신 쿠폰 수익률이 연 5.88%다.

연초 코로나19 확산으로 전 세계 증시가 급락한 뒤 계속해서 상승 흐름을 이어오자 ELS 손실 가능성이 낮을 것이란 기대감에 ELS 투자가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발행된 국내 공·사모 ELS 발행량은 4조5892억원으로 1개월 전 한 달간 발행량 보다 12.6%, 2개월 전보다 115% 급증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국내외 증시 상승으로 6개월 전에 발행된 ELS가 최근 조기상환되면서 수익을 톡톡히 챙긴 투자자들이 비슷한 상품에 다시 가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또 코로나19의 지속적인 확산, 미국의 정권 교체로 인한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개별 종목보다는 기초자산이 일정 구간에만 있으면 예금 금리보다 높은 수익률을 얻을 수 있는 ELS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투자처로 여겨지고 있다.

심상범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코로나 충격을 막기 위한 경기부양책으로 시중 유동 자금이 늘어나면서 위험 부담을 덜고 싶은 투자자들이 낙인 위험은 낮지만 시중 금리보다 높은 수익을 내는 ELS에 관심을 보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최근 각국 증시의 주가 지수가 많이 올랐기 때문에 앞으로 3년 내로 지수가 크게 하락해 낙인을 찍을 경우 손실이 확정될 가능성도 열려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주가 지수는 기업 실적 대비 많이 오른 측면이 있기 때문에 한 차례 거품이 빠지는 시기가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