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생활건강 매출 2500억원… '후'는 10억위안 클럽 가입
아모레퍼시픽도 매출 100% 증가, 설화수는 10분만에 매출 168억

국내 화장품·패션 업계가 중국 최대 쇼핑 행사인 광군제(光棍節·11월 11일)를 맞아 특수를 누렸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억눌렸던 소비 심리가 폭발하면서다. 광군제는 독신의 날을 뜻하는 중국 기념일로 2009년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가 이날 대대적인 할인 행사를 벌이며 시작돼 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로 자리 잡았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인들이 선호하는 국내 화장품 업체가 광군제에서 선방했다. LG생활건강(051900)은 후, 숨, 오휘 등 6개 럭셔리 브랜드를 앞세워 역대 최고 매출인 15억5만위안(2526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작년 광군제 매출보다 174% 증가한 수치다.

후는 광군제 매출이 작년보다 181% 늘며 에스티로더, 랑콤에 이어 광군제 럭셔리 화장품 브랜드 매출 3위에 올라서며 ‘뷰티 브랜드 10억위안(1680억원) 클럽’에 입성했다. 천기단 화현 세트는 작년보다 200% 증가한 76만 세트를 팔아치우며 뷰티 카테고리 부문 1위에 올랐다. 숨(92%), 오휘(783%), CNP(156%), 빌리프(153%), VDL(7%) 모두 매출이 작년보다 늘었다.

아모레퍼시픽(090430)그룹도 작년보다 광군제 매출이 100% 늘었다. 설화수 매출은 174% 증가해 티몰 럭셔리 화장품 부문 5위에 올랐으며 예약 판매 10분 만에 매출 1억위안(168억2300만원)을 달성했다. 라네즈는 슬리핑 마스크 20만개를 팔아치웠고 프리메라(446%), 미쟝센(242%), 헤라(100%), 려(95%), 아이오페(66%), 마몽드(25%)도 매출이 작년보다 증가했다.

애경산업(018250)은 전자상거래 업체 티몰의 국제 애경 플래그십스토어에서 매출 115억원을 달성했다. 작년보다 24% 증가했다. 에이지 투웨니스 에센스 커버 팩트가 45만4000개 판매되는 등 티몰 BB크림 부문 1위를 차지했다.

애경산업은 광군제에 대비해 광군제 기획 세트, 왕훙(網紅·소셜미디어 유명인) 마케팅, 자체 라이브 방송을 준비했다. 애경산업 관계자는 "코로나로 메이크업 제품 수요가 줄어든 가운데, 작년보다 매출이 오르는 등 긍정적인 결과를 얻었다"고 했다.

LG생활건강 브랜드 ‘후’의 ‘천기단 화현세트’.

신세계인터내셔날(031430)은 자체 화장품 비디비치와 연작이 완판 행진을 기록했다. 비디비치는 티몰과 징둥닷컴에서 매출이 작년보다 141% 늘었고, 올해 처음 광군제에 데뷔한 연작은 작년 시범 행사에서 기록했던 매출보다 446% 증가했다.

비디비치는 베스트셀러 페이스 클리어 퍼펙트 클린징폼의 용량(기존 120ml)을 60ml, 120ml, 200ml로 다양화했고 목표 매출의 211%를 달성했다. 중국에서 이른바 ‘여신 광채’라고 불리는 스킨 일루미네이션은 작년보다 판매가 127% 늘었다. 연작은 중국 인플루언서(influencer·영향력자) 위이야오 라이브 방송을 진행했는데 백년초우질두 수분진정크림이 2분 만에 완판되며 3억2000만원어치 매출을 올렸다.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중국에서 히트 상품을 키우고 적극적인 마케팅과 채널 확장으로 브랜드 인지도와 시장 점유율을 높인 것이 도움 됐다"고 했다.

닥터자르트는 올해 광군제 매출이 작년보다 2배 증가한 2억862만위안(354억원)을 기록했다. 더마스크 바이탈수딩 솔루션 세트, 더메이크업 리쥬비네이팅 뷰티밤 등 마스크팩과 보습에 도움 되는 기초 제품이 인기였다고 한다.

패션 기업도 선전했다. 이랜드는 역대 최대 매출인 4억7500만위안(800억원)을 기록했다. 여성복 브랜드가 인기를 끌며 광군제 매출 1억위안(168억2300만원)을 넘겼는데, 작년보다 80% 성장한 수준이다. 이랜드는 한국 여성 브랜드 최초로 티몰 여성복 카테고리 20위권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아동복 브랜드 포인포도 다운점퍼 10만장, 바지 17만장, 맨투맨 12만장을 팔아치우는 등 광군제 시작 30분 만에 16개 상품을 완판했다. 이랜드 관계자는 "경쟁이 치열한 티몰 패션 부문에서 순위가 올랐다"며 "중국 이랜드의 완전한 디지털 전환을 의미하는 것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에 적응한 결과"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