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인사에 첫 무궁화장 수여
"'노동존중 사회'로 가겠다는 의지 표명"
"전태일 분신 계기로 노동변호사 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고(故) 전태일 열사에게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추서했다. 노동계에서 무궁화장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전태일 열사 유족과 친구들에게 "오늘 훈장은 '노동존중 사회'로 가겠다는 정부 의지의 상징적 표현"이라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전태일 열사 훈장 추서식에 참석해 전태일 열사의 동생 전순옥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옆 의장병이 들고 있는 추서판에 부장을 걸어주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전태일 열사의 동생인 전순옥 전 의원과 전태삼·태리씨, 이수호 전태일재단 이사장과 전태일 열사의 친구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수여했다. 문 대통령은 추서식에서 가족을 잃은 슬픔을 딛고 노동자 권익 보호를 위해 지난 50년간 전태일 열사의 뜻을 이어온 그의 어머니 고(故) 이소선 여사를 비롯한 가족에게 감사의 뜻을 표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본관 2층 접견실에서 추서식을 한 뒤, 본관 로비에서 전태일 평전 초판본과 최신판, 전태일 열사가 1969년 겨울부터 1970년 봄까지 작성한 태일피복 사업계획서 등을 봤다. 태일피복 사업계획서는 근로기준법을 지키는 회사를 만들겠다는 사업 목적과 운영방법, 홍보계획 등이 담겨 있다.

전태일 열사 유가족이 이 사업계획서를 설명하며 '사회적 기업'을 언급하자, 문 대통령은 "근로기준법을 준수하고, 노동자들에게 충분히 복지를 제공하면서도 충분히 기업을 성공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그런 계획을 꼼꼼하게 (적었다)"며 "오늘날 사회적 기업의 모델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전태일 평전에 대해 "저도 저 책을 보며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전태일 열사 유가족이 12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전태일 열사 훈장 추서식을 마친 뒤 로비에 전시된 전태일 평전과 태일실업 설립 계획서를 보며 대화하고 있다.

이어진 환담에서 문 대통령은 "50년 지난 추서이긴 하지만, 우리 정부에서 전태일 열사와 이소선 어머님께 훈장을 드릴 수 있어 보람"이라고 말했다. 고 이소선 여사에게는 지난 6월 모란장을 수여했다.

문 대통령은 "전태일 열사가 분신한 1970년에 고3이었다"며 "노동운동과 노동자들의 어려운 처지에 대해 처음으로 눈을 뜨고 인식하는 계기가 됐고, 나중에 노동변호사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전태일 열사의 부활을 현실과 역사 속에서 느낀다"며 "전태일 열사가 했던 주장이 하나하나 실현되고 있다"고 했다. 그는 "하루 14시간-주 80시간 노동이 연 1900시간 노동으로, 하루라도 쉬게 해 달라는 외침이 주 5일제로, '시다공'의 저임금 호소가 최저임금제로 실현됐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노동존중 사회로 가야겠다는 의지는 분명하다"며 "전태일 열사 분신 후 수없이 많은 전태일이 살아났다. 수많은 전태일과 함께 나아가겠다"고 했다.

전태일 50주기를 맞아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종로5가 전태일다리에서 열린 2020 버들다리 거리축제현장에서 이수호(오른쪽) 전태일 재단 이사장과 이정기 서울봉제인지회장이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열사 동상에 겨울 목도리를 두르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노동계 인사가 무궁화장을 받은 것은 전태일 열사가 처음이다. 국민훈장은 정치·경제·사회·교육·학술 분야에 공적을 세워 국민의 복지향상과 국가발전에 기여한 공적이 뚜렷한 자에게 수여한다. 무궁화, 모란, 동백, 목련, 석류 등 5등급으로 나뉘며, 전태일 열사가 받은 무궁화장은 1등급이다. 정부는 지난 3일 국무회의에서 전태일 열사에 대한 국가 차원의 예우가 이뤄지도록 하는 영예수여안을 의결했다.

정부는 올해 6·10 민주항쟁 기념식 계기에 '민주주의 발전 유공' 부문을 신설, 고 이한열·박종철·전태일 열사의 부모, 조영래 변호사 등 민주화 운동에 헌신한 19명에게 훈·포장과 표창을 수여했다. 이전까지는 고 문익환 목사 등 민주화 운동에 기여한 인물 8명이 개별적으로 사후 추서 등의 형태로 훈장을 받았다.

오는 13일 마석 모란공원 전태일묘역에서는 전태일재단 주최로 전태일 열사 50주기 추도식이 열린다. 전태일 열사 가족과 친구들은 훈장을 영전에 헌정하고, 이후 전태일기념관에 전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