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이 미국의 제 46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보수적인 미 정치권에 본격적인 ‘여성 시대’가 온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대통령 당선에 여성 유권자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데다, 바이든 주변의 핵심 인물도 상당수가 여성이기 때문이다.

이번 대선은 지난 1900년 이후 가장 높은 투표율(1억6000만명, 67%)을 기록했다. 이는 ‘미국 민주주의를 위한 특별한 성과’로 평가된다. 바이든의 당선에는 여성 유권자들의 표심이 그 어느때보다 크게 작용했다. 특히 ‘흑인 여성이 바이든을 구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8일(현지 시각) 에디슨리서치의 출구 조사에 따르면 남성은 48%가 바이든을 지지했다. 여성은 절반이 넘는 56%가 바이든을 선택했다. 여성의 투표율은 적어도 한 세기만에 가장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아프리카계 여성들과 학위가 적은, 라틴계 여성들이 전국적으로 광범위하게 바이든을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흑인 인구 비중이 높은 디트로이트, 애틀랜타, 밀워키, 필라델피아 등에서의 투표율이 특히 높았다. 격전지였던 조지아와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도 흑인 유권자들이 바이든의 당선에 결정적인 도움을 줬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은 오랫 동안 성차별과 성추행 사건사고 등으로 여성들의 표심을 잃었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앞서 지난 5월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으로 미 전역에 시위가 일면서 흑인 유권자들의 ‘백인 우월주의’에 대한 혐오도 극심해졌다.

이에 반해 바이든은 오히려 ‘가장 가까운 친구’이자 ‘일하는 아내’가 있고 정치적으로 영리하게 ‘첫 흑인 여성 부통령’을 선택했다는 측면에서 여성 유권자들 사이에서 반사 이익을 얻은 셈이다.

때문에 미국 최초의 여성 부통령이 된 카멀라 해리스뿐 아니라, ‘파워레이디’로 평가 받는 바이든의 아내 질 바이든 여사까지 전통적으로 백인 남성들이 포진했던 집단에 여성들의 입김이 크게 작용할 것이란 기대감이 더 커지고 있다.

이번 대선 결과를 두고 워싱턴포스트(WP)는 "많은 흑인 여성뿐 아니라, 모두를 위해 평등과 자유, 정의를 위해 싸우고 희생하는 여성들 모두가 ‘민주주의 중추’임을 증명한다"고 썼다.

한 세기 넘게 투표권을 확보하고 지키기 위해 노력한 여성들은 모두 100년 전에는 수정헌법으로, 55년 전에는 의결권법으로, 올해는 신세대 여성들이 근본적인 투표권 확보와 의견청취로 투쟁을 이어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대선 결과는 단순히 바이든에 대한 지지가 아닌, 여성뿐 아니라 유색인종, 이민자라는 많은 미국 내 비주류 집단이 새롭게 떠오른 ‘희망의 국면’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로 이미 미 의회와 주의회에 새로 선출된 여성과 흑인, 성소수자 등이 늘면서 미국을 대표하는 ‘주인공’이 재정의되고 있다.

미 정치권에서 이들의 행보가 어떻게 펼쳐지더라도, 이 같은 비주류 집단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큰 셈이다. 또 앞으로 누가 대통령이 되든 이들 역시 미국의 미래를 위해 목소리를 내고 전 세계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훗날 ‘바이든의 시대’가 재조명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