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현지시각) 미국 제약사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텍은 개발중인 코로나 백신 후보 물질이 90%의 효과를 나타냈다고 발표했다.

미국 제약회사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가 개발 중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효과가 90% 이상이라는 중간 결과가 9일(현지시각) 나왔다. 코로나19 정복 가능성에 가까워진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효능이 완전히 입증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백신 최종 허가 관문인 임상3상 결과를 끝까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한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내 감염학 분야 전문가들은 해당 백신이 심각한 질병이나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는지, 얼마나 오랫동안 감염으로부터 보호해 줄 것인지, 노인들에게 얼마나 효과가 있을 것인지 등 많은 의문점이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또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가 실험 결과의 백신으로서의 상용화 여부를 결정하는 핵심 단계를 통과하기 위해서 다른 과학자들의 검토를 거쳐야 한다는 점도 과제로 남아있다고 강조했다.

그레고리 폴란드 로체스터 백신연구소 연구원은 "이번 화이자, 바이오엔테크의 백신 실험 결과는 매우 고무적이지만 현재 보여줄 수 있는 결과 중에서도 가장 초기 단계의 성과라고 볼 수 있다"며 "면역력이 약한 고령, 중증 코로나19 감염자에 대한 효능 분석이 아직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 해소돼야 한다"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 AP통신도 해당 백신의 고무적인 측면을 언급하면서 아직 낙관하기엔 이르다는 분석을 덧붙였다. 블룸버그통신은 "(화이자 백신)연령대가 높은 그룹 등에서 어떻게 역할을 하는지 세부적으로 밝혀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AP통신은 화이자가 다른 감염학자, 과학자들이 참고할만한 구체적인 데이터를 아직 제시하지 않았다는 점을 짚었다. 논문 등에 발표된 효과가 화이자의 입장을 담긴 보도자료인만큼 확대 해석하기엔 이르다는 입장이다.

또 주요 외신은 화이자 백신이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더라도 배포 시기, 방식 등 상용화하기까지 적지않은 난관이 남아있다는 측면에서 아직 흥분하기 이르다는 반응을 보였다. 화이자는 이달 셋째주 FDA에 코로나 백신 긴급사용 승인 신청을 낼 예정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코로나19 백신이 배포 전까지 엄청난 물류상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우려했다. 최근 국내에서 벌어진 독감 백신 상온 노출 사례와 마찬가지로 실제 백신은 유통과정에서 저온 보관이 필요해 포장, 유통관리가 어렵다. 화이자의 코로나 백신은 섭씨 영하 70~80도의 저온에서 저장해야 하며, 백신을 용기에서 꺼낸 뒤에는 섭씨 2~8도에서 최대 하루까지 버틸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백신이 상용화될 경우 폭발적인 수요를 현재의 백신 유통 체계를 감당할 수 있을 지도 관건이다.

이번 결과는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가 실시한 임상3상 시험에서 얻은 초기 데이터를 중간 분석해 나왔다. 연구자들은 두차례의 백신 또는 위약을 투여한 대규모 실험 대상자 중에서 처음 코로나19에 감염된 94명의 결과를 살펴보았다. 그 결과 백신 접종 참가자의 코로나19 감염률은 10%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고 90% 이상은 위약(소금물)을 받은 사람들이었다. 화이자 측은 정확한 세부 수치를 밝히지는 않았다.

국내에서도 충분한 기대를 걸어도 좋다는 의견과 함께 과도한 기대는 금물이라는 지적이 엇갈린다. 국내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화이자가 제공한 정보가 중간 결과라는 점에서 추가 임상 결과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현재 90% 효과라는 것은 백신 사상 이례적으로 좋은 효과를 가진다고 볼 수 있어 기대를 걸어볼 수 있다"면서 "중간 결과이기는 하지만 90% 이상 효과는 일반 독감 백신의 두 배에 가까운 것이며, 93% 효과를 보이는 홍역 백신 만큼 예방 효과가 강력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신중론적 입장도 있다. 백신 GMP(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 전문가인 하석훈 박사(메디노 생산본부장)는 이번 화이자 코로나19 백신 중간 임상 결과 발표를 두고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을 맞는다고 해서 90% 예방효과를 가진다고 판단하기엔 섣부르다"면서 "(화이자 중간결과 발표)여기서의 데이터가 백신을 접종받은 참여자에게서 바이러스를 무력화하는 ‘중화항체’ 형성 비율이 90%였다는 것인지, 가짜약(플라시보) 대비 그 정도 효과였는지 등에 따라 수치는 다르게 평가될 수 있다. 백신에 대한 임상 디자인에 따라 해석이 다를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 박사는 "코로나19 임상 대상자를 현재 94명에서 대폭 확대했을 때 진짜 효과를 가지는지 등을 면밀하게 검토해야 할 것이다. 임상3상 결과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이라고 말했다.

안전성 등에 대한 검토도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 박사는 "백신의 첫째 이슈는 바로 ‘안전성’"이라면서 "보통 백신은 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한다. 지병이 있거나, 고령자 등에 대해서는 아직 백신 테스트가 완료된 것이 아니다. 추가 임상 결과를 기다려봐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와 과학계는 내년 상반기 중 화이자를 포함한 코로나19 백신이 상용화될 것으로 기대한다. 화이자는 올해 말까지 1500만∼2000만명에게 접종할 수 있는 분량(2회 투여 기준)의 백신을 제조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내년에는 13억회 투여분을 만들어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