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세, 독점 규제, 기후 변화 등 진보 의제 넘쳐나
공화당 상원 수성으로 관련 법 의회 통과 어려워져
중앙정부 주도 방역 예고…기업들 "효율적 통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을 바라보는 기업들의 시선은 '덜 친절하지만 예측가능한' 리더로 압축된다.

주식시장 만큼이나 불확실성이 최대 악재인 업계에서 규제론자 바이든을 크게 경계하지 않는 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비교우위 외에도 △여소야대 정치 지형과 △큰 정부 지향성 때문이다.

미국 뉴욕 월스트리트 전경.

◇ "바이든표 진보적 의제, 상원 통과 줄줄이 막힐 것"

'바이드노믹스'의 두 축은 막대한 정부 지출과 증세(增稅)다. 저금리로 자산 가격이 오른 고소득자와 기업에게 세금을 더 걷어 공공 부문에 투자하고 저소득층에 재분배하겠다는 것이다.

법인세 인상(최고 21%→28%)과 각종 독점 규제, 공공 의료 보험 강화, 기후 변화 대응안과 노조 강화는 바이든의 대표적 공약으로 꼽힌다. 바이든이 최근 수십 년 동안 가장 진보적인 의제로 출사표를 던진 인물이란 평가를 받는 이유다.

그러나 정작 기업들은 민주당의 공격적 정책이 실현될 가능성을 적게 보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보도했다.

8일(현지 시각) 상원 100석 중 공화 48 민주 46석을 확보한 가운데, 공화당이 노스캐롤라이나와 알래스카 등을 추가로 차지해 상원 다수당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민주당표 입법에 반대하는 공화당이 상원을 수성했기 때문이다. 백악관과 상원의 당파적 구도가 양분돼 민주당의 과감한 정책 추진은 어렵다는 의미다.

WSJ은 바이든 공약 이행을 위한 상당수의 법 제·개정이 상원을 통과하지 못할 거라고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명한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의 합류로 보수화된 연방대법원 역시 정책적 걸림돌이 될 거라고도 했다.

대선 직후 대형 기술기업 위주의 나스닥이 나흘 연속 상승하며 1만2000선에 이른 것도 같은 이유다. 바이든의 공약이 쉽게 실현되기 어려울 것이란 기대가 커져 오히려 빅테크가 강세를 보인 것이다.

◇ 중앙정부 주도 방역·경기부양 예고…'큰 정부' 기대감 ↑

대선이 끝난 현재 기업들의 최대 관심사는 코로나 재확산이다. 내년 봄까지는 백신의 대중적 보급이 쉽지 않아 전염병 확산 방지를 위한 제한 조치와 그에 따른 경영난이 또다시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다.

반면 바이든은 연방정부가 주도하는 적극적 방역과 지역사회의 협조를 전제로 '노 셧다운'을 공언했다. 각 지방정부마다 다른 조치로는 바이러스를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보도에 따르면 바이든 정권은 각 주(州)와 지역 단체, 학교 등이 감염 상황에 따라 어떤 제도를 도입하고 제한조치를 상향 또는 하향 조정할지에 대한 연방 지침을 만들 계획이다. 또한 드라이브-스루(Drive-thru) 검사소와 감염자 추적 시스템 등 개발 용도로 지방정부에 재정적 지원을 대폭 늘리는 대신 중앙정부 차원의 관여도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기업들은 이러한 조치가 트럼프 행정부의 지엽적·폐쇄적 방역에 비해 코로나 대유행을 더 빠르게 통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아울러 민주당이 제시한 대규모 경기부양안도 기업에겐 호재다.

다만 공화당의 반대로 최종 지원 규모는 이보다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코로나 방역 역시 각 주 정부에 강요할 수 없으며, 공화당 소속 주지사들의 저항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미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비교우위도 공통적으로 거론했다. 경제매체 CNBC는 "트럼프 때처럼 기업 이름을 직접 대면서 날카로운 공격을 쏟아내거나 트위터로 갑자기 정책 변화를 발표하는 일은 줄어들 것"이라며 "새로운 관세 부과나 무역 관계의 긴장감, 고숙련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제한도 완화돼 '예측 불가'라는 위협에 노출되는 일이 적어질 것"이라고 했다.

WSJ도 "이번 선거로 기업에게 그리 친절하지 않은 대통령이 집권하게 됐지만, 공격적인 계획들이 다행히도 상원을 통과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면서 '예측 불가능성'을 피하고 싶어하는 기업들에게는 '온건파 대통령'이라는 꿈의 시나리오가 현실이 됐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