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북한과 관계 개선됐다" 하자
"히틀러 침략 전 유럽과 관계 좋았다" 응수
"'전략적 인내' 성공 못해 반복 않을 것" 분석도
미 대선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친구'라고 부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패배하고, '불량배(thug)'라고 부른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승리했다. 김정은 체제에 부정적인 바이든 당선자가 취임하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추진해 온 문재인 정부는 난관에 상당한 부딪힐 것으로 예상된다.
김정은에 대한 바이든 당선자의 발언은 매우 강경하다. 지난달 22일(현지 시각) 대선 전 마지막 TV 토론에서 김정은을 3차례 '불량배'라고 불렀다. 그러면서 "(당선되면) 우리가 그들(북한)을 통제하고, 그들이 우리를 해치지 못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임 기간 북한과의 관계가 개선됐다고 반박하자, 바이든 당선자는 "히틀러가 유럽을 침략하기 전 유럽도 히틀러와 좋은 관계였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두 차례 김정은과 만난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핵 비축량 감축에 동의하는 경우에만 김정은을 만날 것"이라며 조건을 걸었다.
이 같은 바이든 당선자의 견해는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어렵게 한다. 미국과 북한과의 관계가 냉랭했던 오바마 행정부 때의 '전략적 인내' 정책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이 변화할 때까지 제재로 압박하겠다는 게 '전략적 인내'다. 존 볼턴 전 백악간 국가안보보좌관은 "바이든이 당선되면 '오바마와 4년 더'인 셈"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러나 '전략적 인내'를 완전히 똑같이 반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의소리(VOA)에 따르면 에반스 리비어 전 미국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부차관보는 "바이든 전 부통령이나 그의 참모들이 '전략적 인내'로의 회귀를 주장한 적이 없다"면서 "이들은 '전략적 인내' 실패를 직접 목격한 이들이고, 참모 중 여러 명은 오바마 전 대통령 임기 마지막 2년 동안 이것과 거리가 먼 정책을 펼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점을 감안해서인지,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지난달 23일 국정감사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오바마 3기'로 (북한 문제를) 접근할 수 있지만, '클린턴 3기'가 될 가능성도 있으니 예단은 안 할 것"이라고 했다. 클린턴 행정부 2기에서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 중단과 미국의 대북 경제제재 완화, 북·미, 북·일 관계 정상화 및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내용의 페리 프로세스를 추진했었다.
바이든 당선자가 '전략적 인내'로 돌아가지 않고, 김정은과 대화를 시도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바이든 당선자는 대선 기간 TV 토론에서 북한이 핵 능력을 축소하는 데 동의하는 조건으로 김정은을 만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 발언과 관련해 지난 5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더불어민주당 김영호 의원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금까지 몰고 온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폐기(CVID)'를 고집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 있느냐"고 강경화 외교부 장관에게 묻기도 했다. 강 장관은 "단정적으로 이야기하기엔 섣부르다"면서도 "포괄적인 틀 내에서 후보자의 여러 말을 풀이한다면 같이 추진할 수 있는 해법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강 장관은 "지난 3년간의 성취, 북한과 우리 정부, 미국 정상 차원에서 공개적으로 밝힌 합의와 의지들이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강 장관은 오는 8일부터 10일까지 방미한다. 방미 목적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과 회담이지만, 미 대선 직후에 회담이 열리는 만큼 방미를 계기로 미 행정부 관계자는 물론 의회와 학계, 싱크탱크 전문가 등도 두루 만나 미 대선 후 워싱턴 동향을 직접 파악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외교관례상 바이든 캠프 인사와의 공식 접촉은 없을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