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북한과 관계 개선됐다" 하자
"히틀러 침략 전 유럽과 관계 좋았다" 응수
"'전략적 인내' 성공 못해 반복 않을 것" 분석도

미 대선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친구'라고 부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패배하고, '불량배(thug)'라고 부른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승리했다. 김정은 체제에 부정적인 바이든 당선자가 취임하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추진해 온 문재인 정부는 난관에 상당한 부딪힐 것으로 예상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6월 30일 판문점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악수하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김정은에 대한 바이든 당선자의 발언은 매우 강경하다. 지난달 22일(현지 시각) 대선 전 마지막 TV 토론에서 김정은을 3차례 '불량배'라고 불렀다. 그러면서 "(당선되면) 우리가 그들(북한)을 통제하고, 그들이 우리를 해치지 못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임 기간 북한과의 관계가 개선됐다고 반박하자, 바이든 당선자는 "히틀러가 유럽을 침략하기 전 유럽도 히틀러와 좋은 관계였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두 차례 김정은과 만난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핵 비축량 감축에 동의하는 경우에만 김정은을 만날 것"이라며 조건을 걸었다.

이 같은 바이든 당선자의 견해는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어렵게 한다. 미국과 북한과의 관계가 냉랭했던 오바마 행정부 때의 '전략적 인내' 정책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이 변화할 때까지 제재로 압박하겠다는 게 '전략적 인내'다. 존 볼턴 전 백악간 국가안보보좌관은 "바이든이 당선되면 '오바마와 4년 더'인 셈"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러나 '전략적 인내'를 완전히 똑같이 반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의소리(VOA)에 따르면 에반스 리비어 전 미국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부차관보는 "바이든 전 부통령이나 그의 참모들이 '전략적 인내'로의 회귀를 주장한 적이 없다"면서 "이들은 '전략적 인내' 실패를 직접 목격한 이들이고, 참모 중 여러 명은 오바마 전 대통령 임기 마지막 2년 동안 이것과 거리가 먼 정책을 펼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점을 감안해서인지,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지난달 23일 국정감사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오바마 3기'로 (북한 문제를) 접근할 수 있지만, '클린턴 3기'가 될 가능성도 있으니 예단은 안 할 것"이라고 했다. 클린턴 행정부 2기에서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 중단과 미국의 대북 경제제재 완화, 북·미, 북·일 관계 정상화 및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내용의 페리 프로세스를 추진했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 3일(현지 시각) 미국 애틀랜타에서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 지원 유세를 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은 오바마 행정부 때의 '전략적 인내'로 돌아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바이든 당선자가 '전략적 인내'로 돌아가지 않고, 김정은과 대화를 시도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바이든 당선자는 대선 기간 TV 토론에서 북한이 핵 능력을 축소하는 데 동의하는 조건으로 김정은을 만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 발언과 관련해 지난 5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더불어민주당 김영호 의원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금까지 몰고 온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폐기(CVID)'를 고집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 있느냐"고 강경화 외교부 장관에게 묻기도 했다. 강 장관은 "단정적으로 이야기하기엔 섣부르다"면서도 "포괄적인 틀 내에서 후보자의 여러 말을 풀이한다면 같이 추진할 수 있는 해법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강 장관은 "지난 3년간의 성취, 북한과 우리 정부, 미국 정상 차원에서 공개적으로 밝힌 합의와 의지들이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강 장관은 오는 8일부터 10일까지 방미한다. 방미 목적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과 회담이지만, 미 대선 직후에 회담이 열리는 만큼 방미를 계기로 미 행정부 관계자는 물론 의회와 학계, 싱크탱크 전문가 등도 두루 만나 미 대선 후 워싱턴 동향을 직접 파악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외교관례상 바이든 캠프 인사와의 공식 접촉은 없을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