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진성준 '부동산거래분석원' 설치 근거법안 발의
금융·조세정보 요청 권한 부여하고
부동산시장 교란하는 행위에 처벌조항 마련

사적거래 감시...시장 왜곡 우려
서울·부산 보궐선거 앞둔 與 지도부 '당혹'
"당 지도부에서 논의된 바 없어...앞으로 논의"
野"부동산 정책 실패를 일부 개인에 돌리려는 의도"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의원이 7일 자신이 발의한 '부동산거래 및 부동산서비스산업에 관한 법률안(부동산서비스산업법)' 제정안과 관련해 '일반 국민을 형사처벌하겠다는 취지의 법안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내 집 시세를 궁금해하거나 주변의 시세를 알아보는 게 무슨 문제가 되겠나"라며 "이 법은 파렴치한 집값담합행위를 처벌(하도록 하는 법)"이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의원이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진 의원이 전날(6일) 발의한 이 법은 부동산거래분석원(가칭·부동산감독원) 설립 근거를 담은 법이다. 부동산거래분석원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8월 지시하고 정부가 입법을 추진하던 기구다. 그러나 임대차3법 시행 이후 전세난이 악화되자 입법시기는 미뤄져 왔다. 정부의 지나친 감시가 오히려 시장을 위축시킬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내년 서울·부산시장 선거를 앞두고 악화된 부동산 민심도 감안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재산세 감면 기준(9억→ 6억)을 놓고 당정청이 갈등하며 겨우 정리됐는데, 갈등의 불씨를 또 만들 필요가 있느냐는 의견도 있었다. 국토교통위 여당 간사인 조응천 의원이 '부동산거래분석원' 자체를 강하게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예산국회 시작과 맞물려 법안이 발의된 것이다.

법안 세부 내용이 공개되자 부동산 업계는 발칵 뒤집혔다. 이 법안에는 △부동산 관련 업종의 등록·신고제 △부동산 교란하는 행위에 대한 처벌 규정 △조사를 위한 각종 정보요청 권한 강화 등이 담겼다. 부동산 교란 행위 조사를 위해 금융·조세 정보를 확보할 수 있도록 하고, 관계기관에 각종 수사 관련 정보를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시세조작, 허위정보 유포 등을 금지하고 이를 어기면 3년 이하 징역 3000만원 이하의 벌금 등 처벌 조항이 포함됐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이 법이 통과되면 '੦੦억원 이하로 팔지 말자' '저 부동산 중개소 가지 말자'라는 글을 올리면 최고 3년 징역형을 받을 수 있게 된다"는 글이 올라왔다.당 내 부동산 정책을 전담하는 태스크포스(TF)인 '미래주거추진단' 단장인 진선미 의원(3선)이 이 법안 공동발의 명단에 이름을 올리면서 당 지도부의 의지가 담긴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민주당이 180석으로 군사작전하듯 통과시키면 속수무책 당할 수밖에 없다" "당장 내년부터 아파트 부녀회 게시판이 부동산감독원 감시 대상이 될 것"이라는 댓글이 달렸다.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의원 자료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이번 정기국회에서 민주당이 이 법안을 당론으로 통과시킬 것이라는 관측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당론이라는 것은 의원총회에서 의결이 돼야 하는 것"이라며 "그 전에 이 법안을 두고 당 지도부 안에서 어떤 논의도 전혀 진행된 것이 없다"고 했다.

또 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내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부동산 민심'이 큰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오히려 부동산감독원 '속도조절론'이 나왔던 상황"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선거를 앞두고 일반 대중을 잠재적인 범죄자로 모는 법을 만들리가 없지 않나"라며 "지난번 '임대차3법' 때처럼 밀어 붙이듯 통과시킬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고 했다. 다만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국토부로부터 한 차례 보고는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부동산 민심 악화로 서울과 부산 등 내년 보궐선거가 치러지는 지역에서 민주당의 지지율은 하락세다. 최근에는 민주당 지지도가 국민의힘에 역전당한 여론조사도 나왔다.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지난 2~4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50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서울에서 민주당 지지도는 30.3%로 국민의힘(31.4%)에 1.1%포인트 뒤졌다. 부산을 포함한 부·울·경 지역 지지도는 국민의힘 32.7%, 민주당 28.0%로 민주당이 뒤졌다.

진 의원이 이날 페이스북에 '절대 다수의 아파트 소유자를 대상으로 한 법이 아니다'라는 취지의 해명글을 올린 것도 당 안팎의 반발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진 의원실 관계자는 "이 법은 주택을 200채 300채씩 갖고 시장을 교란하는 작전 세력을 겨냥한 것"이라며 "주택 1채를 가진 대다수 일반 대중은 아무 상관이 없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이 법안은 상징적인 의미도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이 첫 논의된 것이 10년 전이지만 이제야 통과되지 않았나"라며 "정보통신(IT) 기술의 발달로 부동산 시장 교란 세력이 진화하고 있는 만큼, 그런 새로운 범죄 대한 경각심을 울리는 차원의 의미도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법안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임대차 3법' 강행 통과 이후 전세대란이 심각한 상황에서, 부동산 시장 참여자를 적발해 처벌하는 법을 만든 것을 두고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부동산 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시장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 아니라 시장 실패의 책임을 일부 개인에게 돌리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국민의힘 김현아 비대위원은 페이스북에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는 3탓 3무가 있다"며 "3무는 시장에 대한 무지, 인간본능에 대한 무시, 정책적 무능, 3탓은 전정부 탓, 저금리 탓, 주거문화 탓"이라고 했다.

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미래주거추진단 발족식에서 이낙연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