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차기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미국 증시는 바이든 당선인의 공약 수혜주로 꼽히는 친환경주와 경기민감주를 기반으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됐다. 미국 대통령 선거로 인한 불확실성 확대로 그간 마음을 졸였던 ‘서학개미(해외주식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들은 이미 ‘바이든 수혜주’ 찾기에 나섰다.

국내 증시 전문가들은 일단 대선 이후 미국 증시는 장기적으로 우상향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명지 삼성증권(016360)투자정보팀장은 "대선 전 불확실성으로 이미 글로벌 증시가 조정을 많이 받은 상황"이라며 "대선이 끝난 후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차기 대통령이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빠르게 추진할 것으로 예상돼 장기적으로 미 증시는 우상향 곡선을 그릴 것"이라고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2일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에 있는 미식 축구장 하인즈 필드 밖 드라이브인 유세장에서 연설을 한 뒤 지지자들에게 키스를 보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결과에 불복할 것을 예고했지만 미국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00년에도 조지 W 부시와 앨 고어 후보는 현장 투표 재검표와 법정 공방까지 갔지만 주가 하락 기간은 오래가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바이든이 대통령에 취임하면 대규모 부양책을 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중소기업·금융·경기민감주 등 제조업을 기반으로 미 증시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 팀장은 "빅테크(대형 기술기업) 주가는 조정받을 지 몰라도 나머지 대부분 종목이 상승할 것"이라며 "이들의 시가총액 비중이 빅테크보다 낮더라도 상승하는 종목 수가 많아지면서 증시가 올라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른바 ‘바이든 수혜주’로는 신재생 에너지 업계가 꼽힌다. 유승민 삼성증권 글로벌투자전략팀장은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면 에너지·기후, 일반 무역 등을 중심으로 주요 정책이 변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바이든 당선인은 파리 기후협약 재가입, 화석 연료 보조금 종료, 재생 에너지 사업 지원을 대선 공약으로 내세운 상태"라며 "반면 대중무역과 헬스케어, 법인세 분야에서는 변화의 폭이 작을 것"이라고 했다.

블룸버그는 바이든 후보 당선 시 수혜가 예상되는 기업을 토대로 '바이든 지수'를 만들었는데 여기에는 30개 기업이 편입돼 있다. 선런·넥스트에라 에너지와 같은 신재생에너지 기업, 스미스&웨슨 브렌즈 등 총기 제조업체, 크라운 캐슬 인터내셔널과
같은 통신 인프라 관련 기업, 테슬라 등 전기차 관련 기업들이 포함돼 있다.

문종진 교보증권 연구원은 "블룸버그 바이든 지수는 지난 6월 말 이후 바이든 당선 가능성이 커지면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보다 20%포인트(p) 넘게 상회했다"며 "추가 랠리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미국 주식시장에 직접 투자한 개인 투자자들은 희비가 갈릴 전망이다. 국내 투자자가 가장 많이 보유한 미국 종목 상위 6개는 모두 대형 기술주인데, 대형 기술주는 ‘트럼프 수혜주’로 분류된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SEIBro)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으로 국내 투자자는 미국 주식 중에서 테슬라를 39억2254만달러(약 4조4618억원)어치로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 다음으로 애플(24억194만달러) 아마존(19억691만달러) MS(10억9276만달러) 엔비디아(10억7645만달러) 알파벳(8억6481만달러) 순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