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표 혼란 발생했지만 우위는 가려졌다"
공화당 상원 수성에 증세·규제 가능성도 낮아져
"워런·샌더스 등 급진적 내각 구성 위협 완화"

미국 월스트리트 11번가에 위치한 뉴욕 증권거래소.

사상 초유의 대선 불복 사태가 벌어진 미국의 주식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다. 핵심 경합주의 개표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우위를 점한 가운데, 현직 대통령인 공화당 소속 도널드 트럼프가 백악관 브리핑룸에서 '대선 조작설'을 주장하며 불복 의지를 천명한 상황에서다.

5일(현지 시각)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542.52포인트(1.95%) 상승한 28,390.18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67.01포인트(1.95%),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도 300.15포인트(2.59%) 상승 마감했다. 시장정보업체 베스포크인베스트먼트는 S&P 500 지수가 이번주에만 7% 가까이 급등했다며 1932년 이후 선거 주간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고 밝혔다.

CNN비즈니스는 대규모 폭력사태와 혼란이 우려되는 상황에서도 월가는 이미 본격적인 축하모드에 돌입했다며 △개표 결과의 불확실성 감소 △블루 웨이브(민주당의 상·하원 장악) 실패에 따른 증세 및 규제 가능성 감소 △연준(Fed·연방준비제도)의 제로금리 유지와 적극적인 부양책에 대한 기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개표 막판 불확실성 ↓...공화당 상원 수성도 한 몫

이날 오후 9시 기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확보한 선거인단은 각각 214명, 253명이다. 경합주(州)인 펜실베이니아와 조지아주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0.7%p와 0.1%p의 근소한 차이로 앞서고 있지만, 뉴욕타임스(NYT)는 나중에 합산될 우편표를 감안하면 바이든 당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내다봤다.

개표 후반부 특정 후보로 무게가 기운 것만으로도 증시 상승을 견인했다는 게 시장의 중론이다. 누가 당선되든지 일단 단순 결과에 대한 불확실성이 줄어든 상황이 증시에 긍정적으로 반영됐다는 것이다. 또 현 상황에서 트럼프와 바이든 누가 백악관에 입성해도 극단적 정책 변화를 꾀하지는 않을 거란 전망도 불확실성을 감소시키는 요인이 됐다.

민주당은 올해 선거에서 백악관과 상·하원을 모두 장악하는 '블루 웨이브'를 기대했지만 예상만큼 선전하지 못했다. 하원에서는 민주당이 다수당을 유지하게 됐지만, 상원 탈환은 여의치 않아 보인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바이든 후보가 당선될 경우 워싱턴은 '민주당 백악관'과 '공화당 상원'으로 양분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민주당표 증세와 각종 규제 계획에도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관련 입법에 반대하는 공화당이 상원을 장악해 과감한 정책 추진이 어렵기 때문이다. JP모건 펀드의 데이비드 켈리 수석 시장전략가는 "백악관과 의회가 양분되면 정책 변화는 점진적일 수밖에 없다"며 "공화당이 상원을 수성한 이상 증세 위협이 사라지고 주식시장에는 매우 긍정적"이라고 했다.

월가는 바이든이 당선된다 해도 급진적 성향의 내각을 꾸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그간 당내에선 '급진 좌파'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과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각각 재무장관, 노동장관 후보로 거론돼왔다. 그러나 미국 언론들은 바이든이 여소야대 정국을 고려해 이들을 내각 명단에서 배제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CNN비즈니스는 "바이든이 양분된 의회에 완전히 무감각하고 무지하다면 워런과 함께 일할 수 있다"며 공화당의 상원 수성이 워런과 샌더스 의원에 대한 월가의 두려움을 적잖이 완화한 것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온라인매체 악시오스(Axios)도 바이든 측이 현직 상원의원은 장관에 임명하지 않는 방침을 세울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켈리 수석은 "개표 이후 선거 결과가 완전히 확정되기 전까지는 물론 위기감이 팽배할 것"이라고 하면서도 "그러나 불확실성은 곧 해소될 거라 본다. 잠시 미결 상태라 해도 월가에 그리 큰 불안으로 다가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