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밤 군사분계선에서 최초 포착
3일 저녁 GOP 철책 짚고 월남…경계음 안 울려
4일 오전 철책 1.5㎞ 남쪽에서 붙잡혀
비무장 상태로 귀순 의사 밝혀

민간인 귀순자로 추정되는 북한 남성 1명이 강원도 동부전선 군사분계선(MDL) 철책을 넘어 남하한 뒤 4일 우리 군(軍)에 붙잡힌 가운데, 이 남성이 군 감시장비에 최초로 포착된 것은 이틀 전인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 남성 1명이 철책을 넘어와 동부전선에 대침투경계령인 진돗개 하나가 내려지는 등 수색작전이 전개된 4일 병력을 태운 트럭들이 이동하고 있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 주민 A씨는 지난 2일 오후 10시14분 강원 고성군 남강 인근 동부전선 군사분계선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이 남성이 군사분계선 상에서 움직이는 모습이 우리 군의 열영상장비(TOD)에 감지됐다. 오후 10시14분에 3초간 나타났던 이 남성의 모습은 오후 10시22분 다시 30초 정도 포착됐다가 사라졌다.

군은 이 남성이 군사분계선을 넘어올 수 있다고 보고 감시태세를 격상하고 비무장지대에 병력을 투입했다. 비무장지대를 지키는 감시초소(GP)와 일반전초(GOP) 감시 경계 태세도 강화됐다. 그러나 이 A씨 행방을 찾지 못했다.

A씨는 하루 뒤인 지난 3일 오후 7시25분 비무장지대 남방한계선에 있는 우리 측 GOP에서 다시 발견됐다. 군 TOD에 우리측 GOP 철책을 짚고 월남하는 장면이 포착됐다. 포착 직후 남성은 가파른 경사로를 따라 사라졌다.

A씨가 처음 포착된 후 철책을 넘기까지 추가로 포착되지 않았다. 합참 관계자는 "동부전선의 경우 겨울이지만 아직 수풀이 우거진 상태고, 지형에 따라 사각지대가 다소 있다"고 설명했다. 지형에 따른 감시 사각지대 등으로 포착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감시 과정의 문제는 철책을 넘어 월남하는 과정에서도 발생했다. A씨가 철책을 짚고 넘었지만, 경보음이 울리지 않았다. GOP 지역에는 과학화경계시스템이 설치돼 있어, 사람이나 동물이 철책에 닿으면 센서가 울리며 5분 대기조가 즉각 출동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작동하지 않은 것이다. 합참 관계자는 "확인해서 필요한 조치를 할 예정"이라고 했다.

A씨가 철책을 넘어 내려오자, 군은 북한 국지도발 가능성에 대비한 방어 준비태세인 진돗개를 최고 단계인 '하나'로 격상했다. 병력을 투입하고 차량 등을 투입했지만 A씨를 찾지 못했다.

A씨가 우리 군에 붙잡힌 것은 GOP 철책을 넘은 이튿날인 4일이다. A씨는 월남한 후 약 12시간만인 이날 오전 9시50분 GOP 철책에서 남쪽으로 1.5㎞ 떨어진 지점에서 붙잡혔다. 탐색 작전을 벌이던 기동수색팀이 발견했다. 민통선 북쪽이라 근처에 민가는 없었다. A씨는 비무장 상태였고, 검거 후 귀순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귀순 사태가 발생했지만 북측은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합참 관계자는 "현재 북측은 특이 동향이 없다"며 "군 통신선이 아직 복구 안 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