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임대소득 과세 정상화 등을 이유로 전월세 신고제를 시행하겠다고 예고한 가운데 부동산 시장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월세 시장이 큰 혼란을 겪는 상황에서 자칫 또다른 변수가 될 까 하는 걱정이 나오는 것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편법증여가 줄어드는 효과 등을 기대하면서 당분간 겪을 수 있는 일부 부작용에 대한 대책은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를 골자로 한 새 임대차법이 시행되면서 전세 매물이 귀해지고, 가을 이사철까지 맞물리면서 전셋값 상승이 계속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14일 오후 서울 마포구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매물정보란.

5일 국회와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전월세신고제를 담은 부동산 거래 신고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내년 6월 시행될 예정이다. 전월세신고제는 임대사업자 외에 일반 임대인의 전월세 거래도 주택 매매처럼 일정 기간 내에 실거래가로 지자체에 의무적으로 신고하도록 하는 제도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달 23일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내년 6월 임대차 신고제가 시작돼 정착되면 임대소득에 대한 과세와 함께 세액공제도 함께 합리적으로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 8월 통과된 법안에 따르면 중개인이나 집주인은 전월세 계약 때 30일 이내에 임대 계약 당사자와 보증금·임대료·임대 기간 등 계약 사항을 관할 시·군·구청에 신고해야 한다. 임대차계약서까지 제출해 접수를 완료하면 확정일자도 자동 부여된다.

전월세 신고제의 장점은 전월세집의 임대료 수준이 투명하게 공개되면서 시세 파악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최근 신규 계약의 임대료가 큰 폭으로 뛰고 있지만, 기존 임대차 계약은 신고 의무가 없어 전부 파악하기가 어렵다. 확정일자 신고 등을 통해 파악된 일부에 대해서만 정보가 공개되고 있다. 이 때문에 세입자는 집주인이 제시하는 임대료가 적정한 수준인지, 어느 정도 대표성이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전월세신고제 도입으로 자녀에게 고가 전세를 얻어주는 방식으로 이뤄지는 편법증여를 가로
막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부모로부터 증여받은 돈으로 오랫동안 전세를 살다가 이들이 주택 매수에 이 자금을 이용하는 사례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전월세신고제로 세수 확보를 투명하게 할 수 있는 셈이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전월세신고제가 시행되면 자녀가 결혼할 때 부모가 전세금을 도와줬던 관행들을 증여로 보고 세금을 내도록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전월세신고제가 도입되면 한동안은 부작용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 우선 전월세신고제 도입이 분쟁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요즘처럼 전세값이 가파르게 오를 경우 그렇다. 서울 강남구 개포디에이치아너힐스 전용면적 59㎡의 전세 가격은 최근 9억~10억원 수준이다. 같은 아파트 같은 면적의 전세계약을 갱신한 경우는 상한선 5%만 올린 6억원 선에 계약이 갱신됐다.

개포동 M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앞집은 9억원에 전세를 놨다는데 재계약으로 3억원 가량 손해를 본 집주인이 인터폰 교체를 요구하는 세입자에게 면박을 주는 상황"이라며 "시세가 모두 공개되면 이런 갈등이 더 많이 나올 것 같다"고 했다.

전세가격이 인위적으로 통제되면서 비슷한 주택의 전세보증금 가격이 수억원씩 차이가 나는 전월세 이중가격 형성이 심해지면 전세입자의 ‘권리금’이 생겨날 수 있다는 점도 예상되는 부작용 중 하나다.

서울 고덕동 인근의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전월세 신고제를 통해 특정 아파트 동호수의 전월세 가격은 임대사업주택자의 물량이라 2년에 5% 이내로만 거래할 수 밖에 없다는 정보를 손쉽게 확인할 수 있게 되면, 해당 주택에 임차인들이 시간을 두고 줄서기를 할 수 있다"면서 "권리금을 얹어줄테니 이사갈 계획이 있으면 연락달라는 식의 거래가 충분히 생길 수 있다"고 했다.

임대주택 물량을 줄여 전세난을 더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다주택자들이 집을 비워놓을 수 있다는 의미다. 지금까지는 세를 끼고 주택을 매입하는 이들이 많았다. 세원이 노출돼 월세 소득에 따른 소득세, 건강보험료 등이 느는 것을 감안하면 빈집으로 두자는 사람이 생길 수 있다는 얘기다. 빈집으로 두지 않더라도 자녀만 세입자로 두는 사례 등이 나올 수도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상가의 경우 10년 임차계약 보장 등과 같은 문구가 들어가는 등 임대차 계약이 임차인의 쪽으로 기울면서 세를 놓지 않고 빈 점포로 두는 경우가 나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