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민족(우아한형제들)과 요기요(딜리버리히어로·DH)의 인수합병(M&A)과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가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공정위는 연구용역을 종료하는 등 심사보고서 채택을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조성욱 공정위원장은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인수합병을) 연내 결론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시장에서는 결합은 승인하지만, 까다로운 규정을 담은 ‘조건부 승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5일 공정위 안팎에 따르면 공정위는 최근 한국산업조직협회에 의뢰했던
'배달앱 사업자 간 기업결합에 대한 경제분석'이라는 연구용역을 종료했다. 이 보고서에는 배민과 요기요의 결합과 관련해 시장과 경쟁사업자, 소비자 등에 미치는 영향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이 보고서를 기반으로 심사보고서를 작성한 뒤, 이르면 이달 말 열리는 전원회의에 안건을 상정할 방침이다.

요기요 운영사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 강신봉(왼쪽) 대표와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 김범준 대표가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 질의를 듣고 있다.

정보기술(IT)·배달앱 업계에서는 공정위가 기업결합에 대해 ‘조건부 승인’을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비대면 경제 활성화로 배달음식 주문량이 급증하면서, 대기업 진출에 따른 배달앱 생태계 변화를 조사 과정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 관련 시장을 배달앱 시장이 아닌, 배달음식 시장 전체로 넓게 본다면 점유율이 줄면서 결합을 불승인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공정위가 실시한 연구용역 보고서에도 배민과 DH 기업결합 심사에 필요한 ‘시장획정’ 기준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원회의에 참석하는 7명의 위원들은 심사보고서를 바탕으로 기업결합을 최종 승인한다. 공정위는 위원들이 심사보고서를 검토할 수 있도록, 통상 1~2개월 전에 심사보고서를 상정한다. 따라서 12월내 결론이 나기 위해서는 연구용역을 포함한 심사보고서가 완성돼야 한다는 의미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에 따르면 배달 앱 시장 점유율은 배민 55.7%, 요기요 33.5%로 DH 계열 배달 앱의 점유율을 합치면 99%가 넘는다. 다만 기준점을 배달시장 전체로 시장을 넓히면 점유율은 대폭 줄어든다. 업계에서는 음식 배달 서비스에서 배달앱이 차지하는 비중은 15~20%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전화나 자체 앱을 통해 주문하는 비율까지 고려하면 독과점 우려는 크게 떨어질 수 있다.

쿠팡이츠나 위메프오 등 배달앱 시장에 대기업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시장의 동태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상황인 점도 ‘조건부 승인’에 무게를 두는 이유다. 두 업체가 결합한다고 해도 배달앱 등 플랫폼 시장은 기존산업과 달리 진입장벽 자체가 높지 않아 단순히 점유율만 높다고 해서 경쟁제한성이 크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 배민과 요기요가 여전히 배달앱 시장에서 1·2위를 지키고 있지만, 최근 배달앱 이용 순위는 지각변동을 겪고 있다. 후발 주자인 쿠팡이츠와 위메프오가 약진을 하면서 3위인 배달통의 자리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쿠팡이츠의 월간 사용자는 지난해 8월 17만여 명에서 지난 8월 75만 명 수준으로 4배 이상 늘었다. 위메프오의 월간 사용자 수도 같은 기간 2만4000명에서 17만5000명으로 7배 이상 증가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최근 배달앱 시장 상황 변화까지도 면밀히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조건부 승인을 내줄 경우 ‘수수료 인상 제한’ 등 까다로운 조건이 달릴 것으로 분석된다. 배달앱 공룡이 시장지배력을 이용해 ‘갑질’하는 것을 사전에 방지하겠다는 의도다. 배민은 지난 4월 기존 월정액(8만8000원) 수수료 체계를 정률제(성사된 주문 매출의 5.8%)로 바꾸려고 시도했으나 소상공인들의 거센 반발로 결국 무산된 바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연내 결론을 목표로 절차가 진행 중"이라며 "12월 안에 전원회의에서 결론이 나와야 하니, 절차 진행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