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위축됐던 글로벌 자동차 판매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10월 미국의 승용차 판매는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코로나19에서 가장 먼저 빠져나온 중국 자동차 판매는 7월부터 판매량이 증가해왔다 이에 따라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등 국내 자동차 업체들의 4분기 이후 실적이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한 포드 자동차 전시장에 자동차들이 늘어서 있다.

미국 자동차 전문지 오토모티브뉴스는 지난 3일(현지시각)까지 지난달 실적을 발표한 5개사의 미국 내 승용차(경차량·light vehicle 기준) 판매량이 47만5000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45만4000대 대비 4.5%가 늘었다고 발표했다. 현대차, 기아차, 토요타, 혼다, 스바루 등 한국과 일본 회사 위주 실적이다. 이들 5개사의 1~10월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4.7% 감소했다. 오토모티브 뉴스는 "코로나19의 타격에서 벗어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1~9월 미국 승용차 판매량은 전년대비 18.4% 감소했다. 그러다 3분기(7~9월) 전년 대비 9.5% 줄어들면서 어느 정도 수요를 회복했었다.

현대자동차는 5만7400대를 판매해 전년 동기(5만7000대) 대비 0.5% 늘어났다. 기아자동차는 5만8400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5만9000대)과 비교해 1.0% 감소했다. 제네시스는 1100대로 전년 동기(1900대)와 비교해 45.5% 줄었다. 랜디 파커 현대자동차 미국법인의 판매 담당 상무(VP)는 "자동차 소매 시장에서 회복 조짐이 보여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3분기 현대차 판매는 전년 동기와 비교해 1.3% 줄었었고, 기아차는 0.9% 늘었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다른 자동차 회사보다 판매량 증가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3분기부터 개선된 실적을 내놓았었다. 1~9월 누적 판매량 기준으로 판매량 증감율을 보면 각각 현대차는 -12.8%, 기아차는 -10.3%였다.

미국의 한 자동차 판매장에서 현대차의 SUV 투싼이 늘어서 있다.

토요타는 전년 동기 대비 7.8%가 늘어났다. 토요타 산하의 고급차 브랜드 렉서스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5.3%가 뛰었다. 혼다의 10월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3.7% 줄었는데, 1~10월 판매량 감소폭(17.6%)을 감안하면, 상당 부분 회복이 이뤄진 것이다.

이들 6개사의 판매량 회복을 이끈 것은 SUV(스포츠유틸리티차)였다. 토요타의 SUV RAV4가 4만700대 판매되면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6% 늘어난 것이 대표적이다. 렉서스의 SUV 판매도 전년 동기 대비 26.0% 증가했다. 현대차도 투싼(1만900대), 싼타페(9100대), 팰리세이드(7500대), 코나(6500대) 등 SUV 판매가 늘어나면서 실적 개선을 주도했다.

중국, 일본 등 다른 나라 자동차 시장도 판매량이 회복되고 있다. 중국자동차제조협회(CAAM)에 따르면 9월 중국 자동차 판매는 257만대로 전년 동기 대비 12.8%가 늘어났다. 3분기 판매량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7.9%였다. 중국 자동차 시장은 2017년까지 급성장하다가, 2018~2019년에는 부진한 양상이었다.

지난 10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베이징모터쇼에서 관람객들이 전시된 차량을 보고 있다.

10월 일본의 자동차 판매는 40만70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29.2% 늘어났다. 일본의 월간 자동차 판매가 증가한 것은 2019년 9월 이후 처음이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판매가 감소하고 있는 유럽을 제외하면 수요 회복세가 뚜렷한 셈이다.

이에 따라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은 3분기에 이전보다 개선된 실적을 내놓고 있다. 미국 포드는 3분기 순이익이 24억달러라고 발표했다. 또 세전이익률은 9.7%에 달했다. 지난 5년래 최고 수준이다. FCA(피아트크라이슬러)는 3분기 12억유로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FCA는 1억8000만유로의 순손실을 기록했었다. 마이크 맨리 FCA CEO(최고경영자)는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인상적인 실적을 거뒀다"며 "4분기에도 훌륭한 마무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FCA의 한 공장에서 근로자들이 마스크를 착용한 상태에서 자동차 조립을 하고 있다.

독일 폴크스바겐은 3분기에 약 26억유로의 순이익을 올려 2분기 16억유로 적자에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3분기 판매량은 260만대로 지난해 같은 대비 1.1% 줄어드는 게 그쳤다. 중국에서는 산하 고급차 브랜드 아우디, 포르쉐 등의 판매가 3% 늘어났다.

메르세데스-벤츠 등을 거느리고 있는 다임러는 3분기 22억유로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19% 늘어났다. 다임러는 지난 2분기 19억유로의 순손실을 봤다. 중국에서 벤츠 고급차 판매가 23% 늘어난 것이 수익성 개선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기아자동차의 미국 시장 내 대당 평균 판매단가(ASP)와 차급별, 트림별 판매량 추이.

글로벌 수요가 회복되면서 현대차와 기아차 등 국내 자동차 관련 회사들의 4분기 실적도 개선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올해 SUV 등 고부가가치 차량을 중심으로 판매가 늘면서, 판매마진 등 채산성이 크게 개선된 상황이다. 또 두 회사는 다른 글로벌 회사와 비교해 판매 감소 폭이 작은 편이다. 4분기 글로벌 수요가 회복되면 상승기류를 탈 수 있는 여건인 셈이다.

3분기 현대차는 해외에서는 전년 동기 대비 15% 감소한 79만8791대 판매에 그쳤지만, 역시 제네시스 판매 확대로 인해 수익성에 기여했다. 부가가치가 높은 차를 많이 판 덕분에 판매량은 감소했어도,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3% 증가했다. 기아차의 경우 해외 판매가 2019년 3분기 57만대에서 올 3분기 56만3000대로 1.3% 감소했지만, 매출액은 두 자리 수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당 평균 판매단가(ASP)가 1만6100달러에서 1만8400달러로 14.1% 뛰었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의 차종별 판매 구성.

인도 등 신흥국 시장에서 판매량 증가도 실적 개선 요인이다. 현대차는 10월 인도에서 5만7000대를 판매했는데, 1998년 진출 이후 22년만에 최고 기록이다. 전년 동기 대비 13.2% 늘어난 것이다. 기아차도 지난달에 2019년 같은 기간보다 63.5% 늘어난 2만1000대를 판매했다. 코로나19에 따른 봉쇄조치로 몇 달 간 판매가 거의 없던 인도 시장이 되살아나면서 두 회사가 탄력을 받은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