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며 고성장하던 공유 오피스 기세가 꺾일 것으로 전망됐다. 공유오피스는 사무기기 등이 갖춰진 오피스를 일정액을 내고 일정 기간 사용하는 회원제 개념의 사무실이다.

실제로 올해 공유오피스 시장의 성장세는 꺾였다. 불특정 다수와 접촉이 불가피한 데다, 재택근무로 오피스 자체 수요가 줄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로나와 공존이 불가피한 ‘위드 코로나(with corona)’가 시대가 현실로 다가오면서 이같은 그간의 전망과 180도 다른 예상이 나오기 시작했다. 거점 근무를 도입하는 기업이 늘어나며 새로운 수요층이 생겨났다는 이유에서다.

패스트파이브 시청점 내부.

4일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리서치앤마켓(ResearchAndMarkets)에 따르면 전 세계 공유 오피스 시장 규모는 지난해 92억7000만 달러에서 올해 82억4000만 달러로 12.9%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 영향으로 재택근무를 도입한 기업이 급증하며 오피스 수요가 전체적으로 줄어든 영향이다.

리서치앤마켓은 그러나 오는 2023년까지 공유 오피스 시장이 연평균 11.8% 성장해 114억200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리서치앤마켓은 "기업들이 비용 절감과 본사 밀도 감소를 모색하며 공유 오피스 시장은 코로나 팬데믹을 강하게 벗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코로나 초기 공유 오피스에 대해 쏟아진 부정적 전망과 지난해부터 이어진 위워크의 추락을 고려하면 고개가 갸우뚱해질 수도 있다. 사실 위워크의 위기는 코로나 이전부터 왔다. 기업공개(IPO)를 추진했으나 상장에 실패했고, 경영난에 직원들을 대량 해고했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위워크 매출은 2016년 4억3600만 달러에서 2019년 15억3500만 달러로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순손실액도 4억3000만 달러에서 9억500만 달러로 증가했다. IPO 실패 이후 기업가치도 2018년 470억 달러에서 2019년 80억 달러로 쪼그라들었다.

그러나 이는 위워크의 무리한 사업확장과 방만 경영이 주요 원인이라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홍지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위워크의 위기가 공유 사무실 사업 자체의 몰락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1989년 유럽에서 설립된 이후 리저스(Regus), 스페이시스(Spaces) 등의 공유 사무실 브랜드를 보유한 IWG는 견조한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고 했다. IWG의 매출은 2016년 30억2700만 달러에서 2019년 33억8700만 달러로, 순이익은 1억8800만 달러에서 5억7500만 달러로 각각 증가했다. 결국 위워크 사례가 일반적인 사례는 아니었던 셈이다.

전문가들이 공유 오피스의 성장을 전망하는 가장 큰 이유는 소규모 스타트업이 아닌 대기업의 임차수요가 생겨났다는 점이다. 홍 연구원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공유 오피스 시장의 성장세는 견조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과거 공유오피스 이용자는 스타트업과 프리랜서 위주였지만, 중소기업과 대기업 등으로 이용자층이 확대되기 시작했고, 코로나 이후 기업의 오피스 거점 분산 중요성이 대두되며 앞으로 시장이 더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실제 국내 기업 가운데서도 SKT와 롯데호텔·롯데쇼핑, 한화시스템 정보통신기술(ICT) 부문 등이 거점 오피스를 도입했다. 본사가 아닌 집에서 10~20분 거리 사무실로 출근하거나, 현장에서 일한 직원들이 본사에 돌아오지 않고 가까운 사무실에서 업무를 본 뒤 퇴근하는 방식이다. 아직은 자사 소유 다른 사무실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업무 방식이 확대되면 공유 오피스 수요 증가가 예상된다.

코로나 리스크도 공유 오피스 시장 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분석이 있다. 세빌스코리아는 "보증금이 일반 오피스보다 적고 임대차 계약 기간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는 공유 오피스의 장점이 경기불황 불안 심리와 맞물려 수요 증가를 불러일으켰다"면서 "이런 장점은 장기화된 코로나로 실물 경제가 위축되며 더 부각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사무실을 새로 임차하는 데 필수적인 인테리어 비용과 사무집기 구입 및 대여비용이 별도로 들지 않는다는 점도 또다른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최수혜 CBRE코리아 리서치 부문 이사도 "코로나 장기화는 공유 오피스 내 공용 공간에서 진행되는 다양한 프로그램 및 이벤트가 잠정 중단되는 등 일부 운영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무 환경 유연성 확보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직원들의 안전을 위한 분산 근무 필요성이 증대되며 당분간 공유 오피스에 대한 수요는 비교적 견고하게 유지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한편 국내 토종 공유 오피스 기업인 패스트파이브와 스파크플러스는 IPO를 추진하고 있다. 패스트파이브는 6월 말 기준 25개 지점을 연내 28개, 내년 35개까지 확장할 계획이다. 스파크플러스도 내년까지 지점을 40개로 늘릴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