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27억5000만 갑 판매 '전년比 5.6%↑'... 코로나19 영향 일부 있어
업계 "판매량 증가, 담배세 인상 얘기 나오나"... 정부 "검토한 적 없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소비 시장이 얼어 붙었지만, 담배 판매량은 2016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코로나19로 해외 여행이 금지되면서, 구입하지 못한 면세 담배의 수요가 국내 시장으로 대체됐다는 분석이다. 흡연자 사이에서는 경기 침체 등 ‘코로나 블루(코로나 우울)’를 극복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담배로 달래는 사람이 늘어난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30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 1~3분기(1~9월) 담배 판매량은 27억5000만 갑으로 1년 전(26억 갑)보다 1억5000만 갑(5.6%) 늘었다. 이는 2016년 1~3분기(27억6000만 갑) 이후 4년 만에 최대다. 2015년 담뱃값 인상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던 담배 판매량은 올 들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담배 판매로 거둬들인 세금(제세부담금)도 8조9000억원으로 2016년(9조2000억)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일러스트=정다운

◇담배 판매 증가, 가격인하 효과 떨어졌나… 담배세 인상 vs 검토한 적 없다

담배는 크게 불을 피워 흡입하는 ‘궐련(연초)’과 기기를 사용해 쪄서 피는 ‘궐련형’, 니코틴 액상을 활용하는 ‘액상형’, 담배잎을 재가공해 만든 ‘연초고형물’ 등 4가지로 구분된다. 올해 3분기까지 액상형(CSV) 전자담배는 120만 포드(pod) 판매돼 지난해(1590만 포드)보다 92.5% 급감했다. 지난해 ‘쥴’을 시작으로 유해성 논란이 일면서, 정부가 사용 중단을 권고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반 연초를 말하는 궐련 담배는 3분기까지 24억6000만갑 판매돼, 지난해 같은 기간(23억갑)보다 7% 증가했다. 궐련형 전자담배도 0.7% 증가한 2억8300만갑 판매된 것으로 나타났다. 궐련과 궐련형 전자담배 판매량 증가가 액상형과 연초고형물 감소분을 넘어서면서, 전체 담배 판매량이 지난해보다 증가한 것이다.

자료=기재부

다만 담뱃값 인상 전인 2014년 1분기에서 3분기까지 판매량(32억4000만갑)과 비교하면 15.1% 감소했다. 정부는 담뱃세 인상 등 금연정책의 효과가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담배 판매가 증가하면서 2015년 담뱃세를 인상한 정책 효과가 떨어지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소비자가 인상된 가격에 적응하면서 다시 판매량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담배 업계에서는 담배세 인상안이 5년~10년 주기로 발표되는 만큼, 판매량 증가에 따라 정부에서 담배세 인상 논의를 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정부에서는 담배 인상에 대해서는 전혀 검토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 관계자는 "월별로 판매량이 증가했을 뿐, 연간 담배 판매량을 놓고 보면 판매량이 매년 2~3% 씩 줄어드는 상황"이라며 "담배가격 인상에 대해서는 전혀 논의한 적이 없다"고 했다.

◇외국을 못나가서 담배 판매 증가… 재난지원금·추석 등 분석 다양

업계 에서는 담배 수요가 늘어난 점에 대해 100% 코로나19의 영향이라고 말할 순 없지만, 상당 부분 영향을 줬다는 점에는 동의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코로나19로 해외 여행이 금지되면서, 면세점에서 소비되는 담배 물량이 국내 시장으로 유입됐다는 것이다. 면세점 담배는 전체 담배 판매량의 5~6% 수준이다. 코로나 블루로 인해, 담배의 소비가 늘었다는 분석도 있다. 담배업계 관계자는 "담배와 술은 보통 불황기에 잘팔리는 상품"이라며 "코로나 블루에 따른 담배 소비 증가는 아주 제한적인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일각에선 정부가 올해 두 차례 지급한 재난지원금이 담배 판매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1~2차 재난지원금 가운데 일부를 편의점 등 담배 소비에 이용했다는 것이다. 정부는 12조2000억원 규모 1차 재난지원금을 5월초부터, 7조8000억원 규모 2차 재난지원금을 9월 말부터 지급했다.

실제 지난 담배 판매량은 5월 2억9780만 갑을 시작으로 6월 3억850만 갑→7월 3억5220만갑까지 증가했다. 8월에는 2억9100만갑으로 다시 줄었지만, 2차 재난 지원금이 나온 9월에 다시 3억6820만 갑으로 월 최대치를 기록했다.

다만 기획재정부는 재난지원금과 담배 판매량 사이의 유의미한 상관 관계는 확인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담배 업계 관계자는 "현재 정부의 판매량 통계는 실제로 소비자한테 판매된 것이 아닌, 판매점이 생산업체로부터 매입한 것을 기준으로 한다"며 "재난지원금 보다는 지난 10월 추석 연휴를 앞두고 판매점이 담배를 매입하면서 판매량이 증가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