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램 ‘n번방’에서 유포된 아동‧청소년 성(性) 착취물을 재판매한 혐의로 기소된 10대 고교생들이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이들은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처럼 텔레그램 대화방을 만들어 등급을 나누고 입장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춘천지법 형사2부(재판장 진원두)는 30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모(16)군에게 징역 장기 5년·단기 3년 6개월, 제모(16)군에게 징역 장기 2년 6월·단기 2년을 선고했다. 고모(16)군과 노모(16)군에게는 장기 1년 6월에 단기 1년의 징역형을 내렸다. 조모(16)군에게는 범행 가담 정도가 가벼워 서울가정법원 소년부로의 송치를 결정함에 따라 조군은 형사처벌이 아닌 보호처분을 받게 됐다.

재판부는 "성 착취물 판매 행위는 여성을 성적 도구로 삼는 잘못된 성인식을 확대·재생산하는 등 사회에 끼치는 해악이 심각한 범죄"라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특히 이들이 판매한 성 착취물 중에는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사진이나 영상이 다수 포함돼 있고, 피해자들의 신체가 적나라하게 노출돼 있다고 지적했다.

디지털매체 특성상 음란물이 한번 판매된 이후에는 완전한 삭제가 어렵고, 추가 유포될 가능성이 있어 피해자들이 겪는 정신적 고통이 크다는 점과 그런데도 별다른 죄의식 없이 다수 음란물을 판매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다만 이들이 범행이 이르게 된 데에는 어른들의 책임도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다수의 어른이 만들고 퍼뜨려놓은 그릇된 성인식이 아직 중학생으로서 사리분별력이 부족한 피고인들의 행동에 큰 해악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며 "소년인 피고인들이 져야 할 죄책의 크기와 교화 가능성을 판단하는 데 이 같은 사정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소년법에 따르면 범행을 저지른 미성년자에게는 장기와 단기로 나눠 형기의 상·하한을 둔 부정기형을 선고할 수 있다. 단기형을 채우면 교정 당국의 평가를 받아 조기에 출소할 수 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문형욱(25)이 운영하던 텔레그램 ‘n번방’ 등에서 유포되는 아동·청소년 성 착취물을 각자 역할을 나눠 대량 수집했다. 이후 또 다른 텔레그램 대화방을 만든 뒤 성 착취 영상물의 수에 따라 ‘일반방, 고액방, 최상위방’ 등으로 등급을 나눠 입장료를 받는 방식으로 1만5000여 개의 성 착취 영상물을 판매한 혐의다.

이들은 9월부터 올해 3월까지 이같은 방식으로 각자 적게는 100여 차례, 많게는 1000여 차례에 걸쳐 성 착취물을 팔아 총 3500여만원의 범죄 수익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