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주총서 배터리 분사 확정
국민연금 반대에도 외국인·기관 지지
뿔난 소액주주…LG화학 주가 6% 급락

LG화학의 배터리 사업부문을 떼어내는 물적 분할 안이 30일 주주총회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LG화학 배터리 사업부는 12월 신설법인 ‘LG에너지솔루션(가칭)’으로 출범한다.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LG화학(051910)은 이날 오전 9시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동관 지하 대강당에서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서 전지사업부문을 떼어내 100% 자회사로 두는 물적분할 안이 찬성 82.3%로 승인됐다고 밝혔다. 주주종회 참석률은 77.5%였다. 주총안 승인을 위해서는 전체 주식의 3분의 1 이상, 주총 참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최근 2대 주주인 국민연금과 소액주주들이 반대 의사를 밝혔지만, 외국인과 기관이 분사 계획을 지지하면서 분할안이 이변 없이 주총을 통과했다. LG화학의 주식은 현재 ㈜LG 등 주요주주가 30%, 국민연금이 10.2%, 외국인 투자자 40%, 국내 기관 투자자 8%, 개인이 12%를 보유하고 있다.

LG화학이 지난 20~29일 분할안에 대한 사전 전자투표를 진행했음에도 개인 투자자 80여명이 직접 주총장을 찾았다. 우려했던 것과 달리 분할 반대 시위 등의 소동은 없었으며, 주총은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업계 관계자는 "사전투표에서 찬성표가 많이 나온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앞서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를 비롯해 한국기업지배연구원, 그래스루이스 등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이 대부분 찬성한다고 밝혔다.

분할 계획이 승인됨에 따라 오는 12월 신설법인인 LG에너지솔루션이 공식 출범할 예정이다. 분할등기예정일은 12월 3일이다. 배터리 신설법인은 LG화학의 100% 자회사이며, 자본금 1000억원 회사로 설립된다. LG화학은 약 1~3년 간의 준비 기간을 거쳐 기업공개(IPO)를 진행할 예정이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이번 분할에 대해 "배터리 산업은 엄청난 성장이 전망되는 한편 기존 경쟁사들뿐만 아니라 완성차 업체들도 진출하는 등 한 치 앞을 장담할 수 없을 정도로 경쟁이 극심해지고 있다"며 "급변하는 시장 상황에서 배터리 사업 특성에 최적화된 경영 체계를 수립하고, 시장에서의 초격차 지위를 더욱 확고히 하고자 분사를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LG화학 제공

LG화학은 이날 배터리 사업 분할 목적에 대해 "투자 확대 통한 초격차 전략으로 글로벌 1위 지위 확보"라고 밝혔다. 회사는 주총 주요 현안으로 재무구조 부담과 재원 부족에 따른 성장 제약을 들었다. LG화학은 "전지부문 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시설투자 규모가 급격히 증가함에 따라 순차입금은 8조원으로 증가했고, 부채비율은 100%를 넘어섰다"며 "한정된 재원으로 사업본부 간 투자불균형이 발생하고 있으며,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경우 성장 가능성이 충분한 사업들의 경쟁력이 약화되는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LG화학은 앞으로 투자를 확대해 4년 뒤 신설법인의 매출을 30조원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신학철 부회장은 "이번 분사를 통해 앞으로 균형 있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춘 '글로벌 톱5 화학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분할 계획이 주총을 무난히 통과했지만, 주주 불만은 여전하다. 이날 주총에 참석한 주주들은 대부분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분사 소식에 이날 LG화학 주가도 6% 이상 급락했다.

개인 투자자들은 지난달 LG화학이 배터리 사업부문을 분사한다고 발표하자 강하게 반발했다. 배터리 사업의 미래 성장성을 보고 LG화학에 투자했는데 갑작스러운 분할 결정에 주주 가치가 훼손됐다는 것이다. 주주들 사이에서는 "배터리 없는 LG화학은 그저 페트병 회사" "빅히트 주식을 샀더니 BTS(방탄소년단)가 탈퇴한 격" 등의 비유도 나왔다.

특히 주주들은 LG화학이 인적분할이 아닌 물적분할을 택한 점을 문제삼았다. 물적분할은 기존 주주가 아닌 회사가 신설 법인의 주식을 100% 가지는 것으로, LG화학 소액 주주들은 신설 법인의 주식을 한 주도 못 받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