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통화스와프, 코로나로 비대면 논의로 진행
한국측 규모·기간 확대 제안에…中, 흔쾌히 "OK"
中전문가 "통화스와프, 中 '위안화 국제화' 득이 돼"

"중국이 확실히 이전보다 통화스와프에 적극적이었다." "통화스와프 증액·기간 확대를 모두 흔쾌히 받아들였다."

일주일 전 한중 통화스와프 연장 계약이 체결된 뒤 협상에 참여했던 관계자들이 전한 후일담이다. 규모와 기간이 모두 확대되는 예상 밖의 결과가 나왔는데 중국 당국의 태도가 어느 때보다 호의적었다는 게 공통적인 평가다.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사태와 겹쳐 애간장이 탔던 3년 전과 달리 물 흐르듯 논의가 진행됐다는 것이다.

중국 전문가들은 이번 계약이 중국 정부가 추진 중인 위안화 국제화와 맞물려 중국에 상당히 득이 되는 측면이 크다고 해석하고 있다. 미국과의 갈등을 빚고 있는 중국 입장에서 리저브통화(보유통화)로서 위안화를 확대시키는 것이 국제신용도, 외환안정도 측면에서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로이터 연합뉴스

28일 정부·한은에 따르면 이번 한중 통화스와프 연장 계약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진행된건 지난 9월 중순부터로, 약 한 달 여만에 기존 계약보다 규모와 기간을 모두 확대하는 결과가 나왔다. 한은은 지난 22일 중국 인민은행과 통화스와프 연장 계약을 체결하면서 규모는 560억달러(64조원·3600억위안)에서 590억달러(70조원·4000억위안)으로, 기간은 3년에서 5년으로 늘어났다고 밝혔다.

올해 초 국제회의 석상에서 올해 10월 10일 만기가 돌아오는 통화스와프 계약에 대한 논의를 언급한 적은 있지만 실질적인 논의는 만기가 임박해서 이뤄졌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대부분의 논의는 전화, 이메일 등 비대면으로 진행됐는데, 특별한 잡음없이 원할하게 진행됐다는 게 관계자들의 얘기다.

한국 측에서 규모·기한 확대를 제안했을 때도 중국은 흥쾌히 응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3년 전 사드 사태로 중국과의 통화스와프 계약 연장을 두고 긴장감이 멤돌았던 만큼 연장할 때 가능한 길게, 큰 규모로 하는게 유리하겠다는 것이 우리 측의 판단이었다.

당초에는 캐나다와 맺었던 계약처럼 무제한 통화스와프를 제안했지만, 이는 중국쪽에서 전례가 없는 만큼 어렵다는 반응이었다. 홍콩과의 통화스와프 계약 규모인 4000억위안이 중국이 맺을 수 있는 최대 규모라는 것이다. 중국이 유럽중앙은행(ECB), 영국과 맺은 통화스와프 계약 규모는 3500억위안으로 한국과의 계약보다 규모가 적다.

중국에 정통한 전문가들은 이번 통화스와프 계약에서 나타난 중국의 태도 변화는 위안화 국제화를 비롯한 금융시장 개방 정책과 관련이 깊다고 보고 있다. 중국 정부는 올해 들어 4월 증권·펀드사 외국인 지분한도 폐지, 6월 해외직접투자(FDI) 네거티브 산업분야 축소, 9월 적격외국인기관투자자(QFII)와 위안화 적격외국인투자자(RQFII) 통합운영 및 규제완화 등 개방조치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여기에 인민은행은 디지털회폐(DCEP) 도입 등을 통한 위안화 국제화도 가속화하는 분위기다.

중국은 한국과 체결한 통화스와프 계약으로 당장 결제·투자통화로 위안화의 활용도를 높일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리저브 통화(보유통화)로서 입지를 넓힐 수 있다. 특히나 미국과 갈등을 빚으며 중국 기업에 대한 금융제재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가능한 많은 나라와 통화스와프 계약을 체결하는 게 중국에 이롭다는 것이다.

안유화 성균관대학교 중국대학원 교수는 "중국이 전세계 각국과 통화스와프 계약을 많이 맺을 수록 더 많은 위안화를 상호 보유하게 되는 것"이라며 "미국과의 갈등으로 외환환경이 불안해진 상황에서 통화스와프는 중국의 국제신용도와 외환안정에 상당히 중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