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잠식에 빠진 아시아나항공(020560)이 감자(減資)에 들어갈 전망이다. 재무 건전성이 악화된 아시아나항공의 관리종목 지정을 피하기 위해서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1대 주주 금호산업의 경영 실패 책임을 물어 차등감자를 진행할지, 소액주주의 지분도 똑같이 줄이는 균등감자를 단행할지 고민에 빠졌다.

28일 항공업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채권단은 연내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감자를 계획 중이다. 감자는 재무구조가 악화된 기업의 주식 수를 줄여 그 차익만큼 자본잉여금으로 전환하는 것을 말한다. 감자를 통해 아시아나항공을 자본잠식률을 낮춘다면 관리종목 편입을 피할 수 있다.

서울 강서구 오쇠동의 아시아나항공 본사.

감자를 추진하는 가장 큰 이유는 올해 하반기 아시아나항공의 실적 전망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2092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할 전망이다. 지난 2분기에는 화물 운송에 힘입어 깜짝 흑자를 기록했지만, 올해는 화물 운임이 떨어지면서 이전만큼 수익을 내지 못하게 됐다.

아시아나항공이 3분기에 적자를 기록하면 안 그래도 높은 자본잠식률은 더 높아진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아시아나항공의 자본잠식률은 56.28%다. 연말 사업보고서상 자본잠식률이 50%보다 높으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관리종목으로 지정되면 일정 기간 주식 매매가 정지될 수 있고 주식의 신용거래도 금지된다.

특히 사업보고서 기준 완전 잠식에 빠지거나 자본잠식률이 2년 이상 이어질 경우에는 아예 상장 폐지 대상이 된다. 또 완전자본잠식에 빠질 경우 신용등급이 떨어지면서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수천억원 규모의 자산유동화증권(ABS)을 조기 상환해야 하는 트리거(Trigger·방아쇠)가 발동할 수 있다.

채권단 입장에선 아시아나항공 감자가 불가피하다. 일반적으로 부실기업의 경우 차등감자를 진행한다. 대주주에게 경영 실패 책임을 묻는 동시에 채권단의 지배력을 높여 기업을 정상화하는 데 힘을 실을 수 있어서다. 실제 채권단은 2010년에도 금호산업차등감자를 단행한 바 있는데, 당시 대주주였던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 회장 등이 보유한 주식은 100대 1로, 채권단과 금호석유화학, 소액주주는 6대 1 비율로 감자했다. 이를테면 6주를 갖고 있던 소액주주는 감자 이후 1주만 갖게 됐다.

문제는 차등감자를 할 경우, 금호산업까지 동반 부실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금호산업이 담보로 내세우곤 했던 아시아나항공의 지분 가치가 줄면서 자금압박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박 전 회장이 이미 지난해 4월 아시아나항공 경영권 매각을 결정하고 경영에서 손을 뗐기 때문에 금호산업에만 책임을 묻는 게 과하다는 반발도 나올 수 있다.

아시아나항공 주주 모두를 동일한 비율로 감자하는 균등감자도 쉽지 않다. 2대 주주인 금호석유화학과 다른 소액주주들의 지분도 함께 줄기 때문이다. "이전 경영진의 경영 실패 책임을 왜 우리가 떠안아야 하느냐" "소액주주 희생으로 부실 경영에 책임이 있는 금호산업을 살려주는 특혜" 등의 비난을 각오해야 한다. 금호석유화학의 반발도 만만치 않을 전망인데, 배임 등을 피하고자 법적 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금호석유화학은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로 아시아나항공 경영진을 견제해온 바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균등감자보다 차등감자의 가능성이 더 높지만, 금호산업 부실 부담 탓에 채권단이 연중 감자를 추진하지 않을 수도 있다"며 "정부가 아시아나항공에 지원한 기간산업안정기금으로 항공업계가 정상화될 때까지 어느정도 시간을 벌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