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록·골드만·UBS "달러 팔아라"
美 대선 누가 이기든 확장재정·금융완화 추진 가능성
중국·인도·인도네시아 등 신흥국 통화 매수 권유

"일단 달러에서 대피하라."

7조3000억달러(8200조원)를 굴리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조언이다. 또다른 세계적인 금융사 골드만삭스와 UBS애셋매니지먼트도 일단 달러는 팔고 아시아 신흥국 통화를 사라고 제안하고 있다. 대선 전후로 달러 가치가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미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올해 3.4% 하락했다.

27일(현지시각) 블랙록의 아시아 신용 부문 니라 세스 총괄은 블룸버그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미 달러화에 대해 '점진적인 매도' 의견을 유지 한다"며 "달러를 팔고 중국 위안화, 인도 루피화, 인도네시아 루피아를 매수하라"고 조언했다.

세스는 "최소 1~3년 더 점진적인 달러화 약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미 대선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든 상관없이 전례없는 재정지출 및 금융완화 조치가 계속되며 달러화 가치가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달러는 근본적인 관점에서 볼 때 여전히 비싼 편"이라며 "하향 추세가 장기간 지속될 것이며 대선 때문에 갑자기 방향성이 바뀌거나 변화가 생기는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주요 6개국 통화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DXY)는 올해 3.4% 하락해 93~94에서 거래되고 있다. 코로나 대응을 위해 미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적극적으로 돈을 푼데다 미 대선 여론조사를 토대로 ‘블루 웨이브(Blue wave·민주당의 대선 및 상·하원 선거 압승)’ 가능성을 점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가 대통령이 되고, 민주당이 상·하원 과반을 점유하는 블루 웨이브 시나리오는 달러화 가치에 마이너스 라는 의견이 많다. 재정 적자 급증을 우려해 추가 부양책에 신중한 공화당과 달리 민주당은 전 국민에게 코로나 수표를 다시 지급하고 주 정부와 지방정부 지원금도 늘리려면 대규모 부양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블루 웨이브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대선 결과가 늦게 나올 리스크가 줄고 있으며, 백신과 관련해 조만간 희소식이 나올 수 있어 안전자산 수요가 줄 것"이라며 "달러화 인덱스는 조만간 2018년에 기록한 최저 수준까지 떨어질 수 있으니 매도하고, 멕시코 페소, 남아공 랜드화, 인도 루피화를 매수하라"고 말했다.

이들이 달러 대신 매수를 추천하는 신흥국 통화는 중국 위안화를 제외하면 대부분 코로나 여파로 세계 경기가 휘청이면서 가치가 큰 폭으로 떨어졌다. 투자자 입장에선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매수할 수 있다는 의미다. 앞으로 달러화 가치 하락이 예상됨에 따라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는 투자자들이 신흥국 통화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