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010140)·대우조선해양등 국내 조선 3사가 4분기 막판 몰아치기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 대우조선해양이 유럽지역 선주로부터 총 2조274억원 규모의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6척 등을 수주한데 이어 현대중공업의 조선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이 2400억원 규모의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등 3척을 아프리카 및 유럽 소재 선사로부터 수주하는 데 성공하면서 연말 뒷심 발휘로 올해 부진을 단번에 만회할 것이란 기대가 나오고 있다.

조선 ‘빅3’ 연합군이 카타르 국영석유기업 페트롤리엄(QP)과 체결한 23조원이 넘는 LNG운반선 슬롯 계약 역시 이르면 연내 본계약이 체결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그러나 이같은 기대감은 한진중공업·STX조선해양·대선조선·대한조선 등 국내 중형조선사엔 ‘먼 세상’ 얘기다. 이들은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아 충분한 일감을 확보하지 못했다. 이에 구조조정 등을 통한 인력 감축이나 자산 매각 등에 나서고 있다.

경남 통영시에 위치한 성동조선해양 조선소(왼쪽)와 진해에 위치한 STX조선해양 조선소(오른쪽)의 야드와 독이 텅텅 비어 있다.

28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국내 중형조선사 수주액은 10년도 못 돼 4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2010년 39억5000만달러였던 국내 중형조선사 수주액은 지난해 9억1000만달러로 감소했다. 중형조선소는 상성 길이 100m 이상, 1만DWT(재화중량톤수)급 이상 또는 이에 상응하는 특수선 등 강선을 건조하는 곳을 말한다.

올해 코로나19 여파로 글로벌 조선 시황이 크게 위축되면서 상황은 더 심각해졌다. 중형조선사들은 올 상반기 탱커 6척을 수주해 수주량이 전년 대비 38.7% 급감한 15만7000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에 그쳤다. 수주액도 44.5% 급감한 2억8000만달러를 기록했다. 하반기는 70.3% 감소한 1억달러로 추정되는데, 올 상반기와 하반기 예상 수주액을 합하면 약 4억달러로 10년 전(약 40억달러)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이에 중형조선업계 전반엔 고정비 절감을 위해 구조조정을 실시하는 침울한 분위기가 지속되고 있다. 지난 2018년부터 6개월 단위 순환무급휴직을 이어온 STX조선해양은 지난 6월 말 전 직원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STX조선해양의 경영권을 가지고 있는 KDB산업은행은 이달 말 이 회사에 대한 매각 공고를 내고 공개매각 절차에 착수, 연내 매각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한진중공업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희망퇴직을 신청받았다. 작년은 자본잠식,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한 수주난이 원인이다. 한진중공업은 지난해 6월 생산직 및 사무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한 후 경영 효율화 및 채권단 지원으로 부진을 극복하는 듯했으나 지난 6월 다시 한번 희망퇴직 신청을 받아야 했다.

코로나19 사태로 ‘흑자도산’에 빠진 대선조선은 고육책으로 직원들의 지난달 임금을 절반만 지급했다. 지난 2018년 이후 흑자를 유지하고 있지만 수주 급감으로 현금이 부족하게 되면서 임직원 350명의 급여와 협력사 외주노무비, 기자재 대금을 일부만 지급하게 된 것이다. 대선조선은 일시적인 유동성 문제가 해결되면 나머지 비용을 추가로 지급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30 엑스포 개최를 추진 중인 부산항 북항 매립지 일대(왼쪽)와 마주한 한진중공업과 대선조선 영도조선소(오른쪽).

업계에서는 중형조선사들이 경쟁력을 얻기 위해 국내 해운사를 통한 자국 발주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부는 지난 2018년 발표한 ‘해운재건 5개년 계획’에 따라 한국해양진흥공사를 출범해 자국발주를 단행했지만, 혜택이 대형 해운사와 조선사에만 돌아갔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주활동을 뒷받침할 수 있는 금융 정책도 늘어나야 한다는 분석이다. 중형조선사들은 대형 조선 3사와 달리 선박 건조와 관련한 충당금을 자체 자금으로 해결할 여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만약 선수금 환급보증을 발급받지 못하게 되면 수주를 따내도 계약이 취소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지난해 4월 선수금 환급보증의 발급 한도액을 기존 1000억원에서 2000억원으로 늘렸지만 실제 선박 가격에 비하면 턱없이 낮다"면서 "현재 조선강국의 토대를 마련한 중소조형사들이 코로나발(發)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