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외교부가 대만과 홍콩 문제를 놓고 ‘전랑(戰狼·늑대 전사) 외교’를 펼치는 가운데 대만은 이에 맞서 ‘고양이 외교'로 대응하고 있다고 26일 닛케이아시안리뷰(닛케이)가 보도했다.

최근 중국 정부는 전례 없이 공격적인 외교 정책을 펼치면서 외교부 인사들도 거침없는 언행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5월 미국 정부가 홍콩국가보안법 제정에 반대하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소집을 요구하자 장쥔 주 유엔(UN) 중국대사는 직접 "미국이 UN을 인질로 삼는 것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표했다. 홍콩과 화웨이 등의 문제를 둘러싸고 영국 정부와의 갈등이 계속되자 류샤오밍 주영 중국대사는 "중국을 적대적 국가로 취급한다면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대만 언론은 이를 2015년 개봉한 중국의 애국주의 영화 ‘스페셜포스: 특수부대 전랑’에 빗대어 중국의 ‘전랑(늑대) 외교’라고 표현한다. 지난 8일(현지 시각) 피지에서 열린 대만 국경절 행사에 중국 외교관이 난입하면서 몸싸움 소동이 일었을 때도 우자오셰 대만 외교부장(장관)은 "중국의 야만적인 ‘늑대 전사'들의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고 말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차이잉원 대만 총통(오른쪽).

이와 반대로 소프트파워와 온화함으로 승부하는 대만의 외교 전략은 ‘고양이 외교'라고 불린다. 대만은 강경한 외교 정책으로 인해 중국의 대외적인 이미지 손실이 큰 틈을 타 자국이 자유와 평화를 사랑하는 국가라는 이미지를 굳히기 위해 노력 중이다.

영화 ‘전랑'에서 중국 최강의 특수부대에 속한 주인공 렁펑(오경 역)은 미국인 톰 캣(스콧 앳킨스 역)을 상대로 수차례 전투를 치른다. ‘고양이 외교'라는 비유는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샤오메이친 대만 주미 대표를 임명하면서 "그가 유연한 ‘고양이 전사'의 자질이 있다"고 소개한 데부터 시작했다.

샤오메이친 주미 대표는 "고양이는 특별한 성질을 가진다"며 "우리는 유연하고, 좁은 공간에서도 생존할 길을 찾을 줄 안다"며 대만과 자신의 상황을 빗대어 말했다.

샤오메이친 대만 주미 대표.

대만의 외교부 고위 인사들은 트위터를 통해 각국 미디어의 관심을 얻는 데 능하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지난 인도 방문 때 "항상 차나 마살라와 난을 먹는다"는 말과 함께 사진을 업로드해 인도 언론의 큰 호응을 얻었다.

지난 8월 앨릭스 에이자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의 대만 방문에 대해 중국이 "미국이 대만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며 강한 유감을 표하자 콜라스 요타카 대만 행정원(내각) 대변인은 트위터를 통해 "그런 일 없다"며 "우리는 그저 민주주의와 버블티를 좋아하는 똑똑한 나라일 뿐"이라고 적었다.

대만 전문가이자 미국 뉴저지주 세톤홀 법대의 매기 루이스 교수는 닛케이와의 인터뷰에서 "‘고양이 전사' 외교는 강력한 세력 앞에서 유연성과 민첩성을 강조한다"며 대만이 "긍정적인 스토리텔링"을 통해 세계와 소통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