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충전기와 유선 이어폰 제외하면 탄소 배출 줄여"
애플 진짜 노림수는 원가 절감과 웨어러블 점유율 높이기
삼성, 내년 상반기 출시 '갤럭시S21'서 애플 정책 따라갈 듯

애플이 오는 30일 국내서 정식 출시할 ‘아이폰12’ 패키지에서 충전기와 함께 유선이어폰(이어팟)을 제외했지만 가격은 전작과 같다. 소비자 반발을 우려해 일명 ‘친환경 정책’을 내세웠다. ‘수익’과 ‘명분’을 모두 챙기는 행보로 비쳐졌다. 특히 애플이 무선 이어폰 시장에서도 큰 이득을 볼 것으로 예상되며 삼성전자의 대응 전략이 주목된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005930)가 내년 상반기 출시할 갤럭시S21 패키지에 애플을 따라서 기본 번들 이어폰과 충전기를 제외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시장 환경을 고려해 충전기까지는 아니더라도 이어폰은 제외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애플은 아이폰12 패키지에서 친환경을 이유로 이어폰과 충전기를 제외시켰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갤럭시와 아이폰의 기능과 디자인이 닮아가는 것을 넘어 출시 정책에 있어서도 서로 큰 영향을 준다"며 "애플의 친환경 패키지 정책 또한 삼성전자가 채택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몇 사례로 과거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화면을 갈수록 키우며 소비자들의 호평을 받자 애플도 계속 고집하던 3.5~4인치 정책을 버렸다. 최근에는 공개 초기 카메라 렌즈를 키워 후면 부분이 툭 튀어나온 인덕션폰이라고 놀림받은 아이폰11이 시장에서 성공하자 이를 바로 삼성전자가 갤럭시S20에서 채용했다. 또 하이엔드 모델만 고집하던 애플은 삼성전자를 따라 아이폰 중저가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다.

삼성 ‘갤럭시노트20 울트라’ 모델 제품 패키지 구성도.

애플의 이번 정책도 삼성전자가 벤치마킹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와 애플 모두 5G(5세대) 이동통신 칩셋을 탑재하며 생산 원가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현재 삼성전자는 5G 모델인 갤럭시S20과 갤럭시노트20 시리즈 패키지에서 기본 유선 이어폰과 충전기를 제공 중이다. 갤럭시노트20 미국 출시 모델에서만 유선 이어폰을 제외했다.

이런 상황에서 리사 잭슨 애플 환경·정책·사회적 이니셔티브 담당 부사장은 지난 13일(현지시각) 열린 아이폰12 공개 행사에서 "탄소 배출을 줄이고 소중한 자원의 채굴과 사용을 줄이기 위해 이어팟과 충전기를 신제품 박스에서 빼기로 했다"고 밝혔다.

애플에 따르면 패키지 소형화·경량화를 통해 연간 200만톤의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애플의 진정한 목적은 원가 절감과 함께 다른 데 있다는 분석이다.

애플 무선 이어폰 ‘에어팟’.

아이폰12를 위탁 생산하는 폭스콘 공장은 대만에 위치하고 있다. 대만 현지매체인 디지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애플의 친환경 패키지 정책의 진짜 노림수는 웨어러블 시장 강화다.

지난 13일 아이폰12 공개날 애플의 오디오 자회사인 비츠는 49.99달러(5만6000원) 가격의 프리미엄 유선 이어폰 ‘비츠 플렉스’를 출시했다. 디지타임스가 인용한 공급망 관계자에 따르면 비츠 플렉스 초기 판매량은 긍정적인 수준으로, 내년 상반기까지 이 같은 판매 추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무선 이어폰 시장에서 애플 ‘에어팟 시리즈’ 판매량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무선 이어폰은 웨어러블 시장서 매년 50% 이상의 글로벌 성장이 기대되는 분야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이미 애플은 올해 2분기 전 세계 무선 이어폰 시장서 35% 점유율을 기록하며 1위를 달리고 있다. 이어 샤오미 10%, 삼성전자 6% 순이다. 애플의 점유율은 지난해 50%에 육박하던 수준과 비교하면 떨어졌지만, 이번 친환경 패키지 정책을 통해 점유율을 다시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삼성전자도 갤럭시S21 패키지부터 이어폰과 충전기를 뺀다면 제품 단가를 크게 낮출 수 있는 동시에 ‘버즈 라이브’ 등 자사의 무선 이어폰 판매량 증가도 기대할 수 있다. 이미 애플이 시행한 정책이고 친환경을 명분으로 내세운 만큼 소비자 반발도 적을 것이란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