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성형’ 트렌드가 개명(改名)에서 문주(門柱)로 확대되고 있다. 신축 아파트들이 멋스러운 문주를 전면에 내세우다 보니, 구축 아파트들도 문주를 새로 설치하며 이미지 변신을 꾀하고 있다. 문주는 아파트 정문에 설치하는 개선문 형태의 출입구를 말한다.

지난 3월 문주를 새로 설치하기 전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보라매 신동아파밀리에’ 정문(위)과 문주를 설치한 이후인 지난 23일 아파트 정문의 모습.

26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보라매 신동아파밀리에’는 최근 문주를 새로 설치했다. 이 단지 입주자대표회의는 지난 6월 아파트 문주 시공을 의결하고, 입주자 과반수 동의율을 채워 공사까지 완료했다. 이 단지는 기존 단지명 ‘신대림 2차 신동아파밀리에’에서 ‘신대림 2차’를 빼고 ‘보라매’를 다는 아파트 개명을 한 데 이어 문주까지 새로 설치해 ‘아파트 성형’을 완료했다. 이 단지는 2016년 준공됐다.

서울 성동구 행당동 ‘서울숲 한신 더휴’ 역시 문주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3월 입주자대표회의에서 문주를 설치하는 안건을 의결했고, 소유자 동의도 충족돼 조만간 설치에 나설 계획이다. 이 단지 역시 올해 ‘행당 한신 휴플러스’라는 기존 단지명에서 ‘행당’을 빼고 ‘서울숲’을 넣은 개명을 했다. 이 단지는 2003년 준공됐다.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용인 수지구 서원마을 수지금호베스트빌5단지(2002년 준공)는 지난 8월 문주를 새로 설치하는 계약을 1억2960만원에 체결했다. 군포 산본동 산본2차이편한세상(2007년 준공)도 지난달 문주 디자인 업체 선정 공고를 냈다.

아파트 문주 설치는 입주자 동의가 모이면 쉽게 추진할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 허가는 받아야 하는데 주택건설기준규정은 문주 높이가 소방차 통행이 가능하게끔 높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까다롭지 않다. 어떤 재질과 디자인으로 설치하느냐에 따라 가격이 다른데, 통상 약 1억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용은 입주민들이 낸 장기수선충당금으로 충당하는 경우가 많다.

입주민들은 아파트의 첫인상인 정문에 멋스러운 문주를 내달아 이미지를 쇄신하고 집값을 올리려는 의도로 문주를 달고 있다. 그러나 문주 설치가 집값을 얼마나 끌어올릴 수 있을지 미지수라 주민 사이에서 반대 의견이 나오기도 한다. 서울 금천구 남서울힐스테이트(2014년 준공)에선 입주자대표회의가 ‘아파트 부가가치 상승과 이미지 쇄신을 위해 1억1000만원을 들여 주(主)문주 이외 추가 문주를 설치하겠다’고 의결했지만, 주민 반대로 무산됐다.

문주의 역사는 옛날 단독주택 대문에 붙여놓은 문패에서부터 시작한다. 대형 건설사가 아파트 브랜드로 차별화 경쟁을 벌이며 아파트에서도 하나둘씩 문패가 등장했다. 단지명을 한자로 적은 간판용 머릿돌이나 단지 상징성을 나타낼만한 석재 조형물 위주였다. 개선문 형태의 문주는 아파트 특화설계 경쟁이 심화되며 몇 년 전부터 생겨났고, 최근에는 특화설계 경쟁이 심화하며 장엄하고 화려한 문주가 등장하기도 한다.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3주구 재건축 이후 조감도(위)와 서초구 신반포21차 재건축 이후 조감도(아래). 각각 화려한 문주 설계가 적용됐다.

삼성물산은 지난 5월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3주구 재건축 단지 수주전에 나서며 아파트 문주를 ‘초대형 샹들리에’ 형태로 만들겠다고 제시했다. 샹들리에를 모티브로 화려한 에메랄드 디자인을 적용, 거대한 샹들리에가 입주민을 맞이하는 형태로 설계했다. 포스코건설은 서초구 신반포21차 수주전에서 포스코의 철강재 ‘포스맥(PosMAC)’을 활용한 특화 문주를 제시했다. 포스맥은 특수 철강재로 기존 아연 도금강판보다 부식에 강하다.

문주 디자인을 둘러싸고 재건축조합이 건설사에 발끈한 사례도 있었다. 서울 강동구 고덕주공3단지(고덕 아르테온) 재건축조합은 지난 4월 "삼성물산이 우리 아파트 문주 디자인과 매우 유사한 디자인으로 신반포15차의 문주 디자인을 제안했다"면서 "이는 디자인권 침해"라고 주장했다. 삼성물산은 신반포15차 수주전에 나서며 총 150m에 이르는 초대형 문주를 설치하겠다고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