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로를 알 수 없는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환자 비율이 한 달새 절반 이상 떨어져 10% 초반까지 내려왔다. 반면 코로나 사망 가능성이 큰 고위험군이 모인 의료기관 신규 환자 비율은 높아지고 있다.

24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10일부터 23일까지 신고된 코로나 신규환자 1223명 중 어디서 코로나에 감염돼 온 건지 모르는 감염경로 조사중(불분명) 환자는 140명, 11.4%였다. 한 달 전인 지난달 23일 기준(9월10~23일, 1628명)으로 이 비율이 25.2%였다는 것을 고려하면 절반 이하로 뚝 떨어진 셈이다.

23일 코로나 집단감염이 발생한 요양원이 있는 경기 남양주시 오남읍 한 건물로 구급차가 들어가고 있다.

감염경로 불분명 환자 비율이 낮아지는 것은 방역당국이 코로나 전파를 통제하기 쉬운 흐름이라는 의미다. 반대로 이 비율이 높으면 지역 내 숨은 감염이 다수 있다는 얘기다. 숨은 감염자에 의한 코로나 확산은 전파 정도를 예측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또 현재 감염자 발생→격리→접촉자 조사→전파 차단 등으로 이뤄지는 우리 방역 체계에 부담이 생긴다. 감염경로를 알아내기 위한 역학조사에서 상당한 시일이 걸려 코로나 차단이 효과적으로 이뤄지지 못한다.

그러나 현재 11.4%라는 숫자도 결코 안심할 단계는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방역당국이 사회적 거리두기 1단계의 기준 중 하나로 삼고 있는 감염경로 불분명 비율은 5%다. 이보다 2배 많은 것이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유행 상황에 비해) 현재는 감염경로 조사 중인 비율이 많이 떨어져 역학조사 등에 여력이 생기고 있다"며 "그러나 아직 안심할 정도로 내려온 건 아니어서 계속해서 이 비율은 낮출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여기에 최근 집단감염이 주로 병원과 요양병원 등 의료기관에서 발생해 방역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의료기관 감염은 비교적 전파를 통제하기는 어렵지 않으나, 코로나 감염돼 사망할 가능성이 큰 고령층과 기저질환자가 다수 생활하는 곳이다. 의료기관 감염 비율은 한달 전 5.4%에서 27.1%로 5배 높아졌다.

23일 오후 12시 기준으로 경기 남양주시 행복해요양원에서는 22일 첫 확진자가 나온 뒤 접촉자 조사 중에 34명의 추가 감염이 확인됐다. 확진자들은 이 요양원 입소자 23명과 종사자 12명(원장 1명, 요양보호사 9명, 조무사 1명, 사회복지사 1명)이다. 현재 감염원과 감염경로를 조사 중에 있다.

경기 광주시 SRC재활병원 확진자는 124명까지 늘어났다. 입원환자 40명이 코로나에 걸렸고, 간병인과 보호자 51명, 의료인력과 기타 직원 14명, 병원 밖에서 전파된 것으로 추정되는 가족과 지인은 각각 11명, 8명으로 나타났다.

경기 의정부시 마스터플랜병원은 누적 71명의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했다. 입원환자 30명, 간병인·보호자 30명, 의료인력·기타 직원 7명, 병원 외 가족 전파 추정 3명, 지인 등 1명이다.

경기 안양시 일가족 감염은 가족이 일하고 있는 군포시 남천병원(간병인 3명, 환자 5명)으로 옮겨 붙었고, 또 의료기관은 아니지만 가족이 이용한 노인 주간보호시설(이용자 10명, 직원 5명)로도 전파됐다.

의료기관 집단감염이 늘어나는 탓에 국내 지역발생 환자도 연일 세 자릿수다. 지난 21일 104명의 신규 환자가 발생한 데 이어 전날 신규환자는 138명을 기록했다. 이틀 연속 100명대를 보인 것이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보건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은 "21일에 이어 22일에도 국내 발생 환자 수가 세 자릿수를 나타내는 등 신규 환자 수는 증가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이런 증가세는 요양병원과 요양시설, 어르신 주간보호시설과 같이 고위험군이 많은 취약시설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하는 것이 주요한 원인"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요양병원이나 요양시설에 계신 분들은 대부분 기저질환을 갖고 계시고 고령이라는 특성이 있어 감염이 발생할 경우 중증환자나 사망자가 발생할 우려가 크기 때문에, 경각심을 갖고 지속적으로 대응을 해왔다"며 "많은 요양병원과, 요양시설 등에서 방역수칙을 지키고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보다 철저한 관리를 당부드린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