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모두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는 ‘주식 대주주 양도소득세 부과 기준 강화’에 대해,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책의 일관성’을 이유로 원칙 고수 입장을 밝히고 있다. 지금은 특정 상장사 주식을 10억원 이상 보유해야 ‘대주주’로 분류되는데 올 연말에는 이 기준이 3억원으로 대폭 낮아진다. 대주주로 분류되면 이듬해 이 주식을 팔아 이익이 나면 22~33%의 양도세(지방세 포함)를 내야 한다.

하지만 임대사업자 관련 규제 등 다른 정책에서는 오락가락한 모습을 보였던 정부가 주식 관련 증세에만 원칙론을 고수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입맛에 맞는 것만 선택적으로 원칙을 고수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임대사업자 혜택, 3기 신도시, 통신비 지원 등에 대해서는 상황에 따라 입장을 바꾸면서 시장에 혼란을 줬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의 국세청, 관세청, 조달청, 통계청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지금까지 상황에 따라 여러 정책에 대해 입장을 바꿨다. 대표적인 사례가 임대사업자 제도다. 임대사업자는 1994년 도입됐지만, 문재인 정부가 2017년 임대사업자 활성화 대책을 시행하면서 확대됐다

앞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2017년 8·2부동산 대책에 대해 청와대 유튜브에 출연해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세제, 금융 혜택을 드립니다. 다주택자는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좋겠습니다"라며 임대사업자 등록을 적극 권유했다. 하지만 갭투자(매매 가격과 전세금 간의 차액이 적은 집을 전세를 끼고 매입하는 방식)가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지목되자, 아파트 임대사업자의 신규 등록을 막으면서 사실상 제도를 폐지했다.

이에 시장에서는 "과거에는 맞고 지금은 틀리냐" "이제와 투기꾼 취급하는 게 억울하다" 등의 목소리가 나왔다. 일부 임대사업자들은 정부의 일방적 제도 폐지에 반발해 헌법소원을 추진하고 있다.

3기 신도시와 관련해서도 정부가 말을 바꾸면서 일부 지역 주민들이 반발했다. 국토부는 2018년 하남 교산지구를 3기신도시로 지정하면서 지하철 3호선 오금역 연장선을 통해 하남 교산신도시 2개역, 감일지구 1개역을 신설하기로 했다. 하지만 국토부가 중전철(3호선)을 대신해, 경전철로 노선계획을 바꾸면서 3호선을 믿고 분양을 받았던 일부 주민들 사이에서는 ‘분양사기’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13세 이상 국민 통신비 2만원 지원’도 일관성이 없었던 사례로 꼽힌다. 정부는 전국민 통신비 2만원 지원을 약속했지만, 여야 모두 반대의 목소리를 내자 ‘만 16~34세 및 65세 이상’으로 대상을 바꿨다.

여러 정책에 대해 입장을 바꿨던 정부가 주식 관련 증세에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는 지난 23일 국정감사에 출석해 대주주 요건을 강화해도 시장에 미치는 충격이 적다며 예정대로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증권가에선 대주주 요건 강화가 주식 시장에 큰 충격을 줄 것이라고 우려한다. 이경수 하나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외 주식시장 리스크 긴급 점검’ 보고서를 통해 "개인 수급에 있어 가장 큰 이슈는 연말 대주주 요건 회피 여부이며, 개인들은 매년 12월에만 3조~5조원 수준의 대주주 요건 회피 추정 순매도세를 보였다"며 "올해는 코스피와 코스닥에 모두 57조원의 순매수가 들어온 만큼 대주주 회피 물량은 더 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부가 대주주 요건 강화를 강행하려는 이유는 결국 세수 때문으로 추정된다. 정부는 주식 양도세 과세로 2017년 1조1112억원, 2018년에는 1조2624억원을 거둬들였다. 대주주 요건이 강화되면 8만여명이 새로 과세 대상에 포함돼 내년 이후에는 개인 투자자들이 내는 세금이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