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자 대부분 국산 독감백신 접종… 수입산 맞은 후 사망은 1명
정부⋅전문가 "국산 많이 공급… 안전성⋅효능 차이 없어"

23일 서울 강서구 한 병원에서 시민들이 독감예방접종 주사를 맞고 있다. 인플루엔자(독감) 백신을 맞고 사망한 사람이 최근 1주일새 30명 정도로 늘면서 백신 접종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질병관리청은 이날 전문가 대책 회의를 개최한다.

"국산 백신 말고 수입산 백신 주세요."

23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가족 모두 독감백신 맞으려고 하는데, 가격이 비싸더라도 수입산 백신을 맞아야 할지 고민 된다"는 문의 글이 올라왔다. 또 다른 맘 카페에서도 "국산 백신을 맞고 사망한 사람들이 나오면서 국산 백신에 대한 불신이 생겼다. 동네의원에 가서 수입산 백신을 맞을 수 있는지를 물어봐야 겠다"는 글들이 쏟아지고 있다.

국산 백신을 무료로 맞은 뒤 사망하는 사례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백신 제품명을 일일이 확인하거나, 특정 백신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사망자 대부분이 정부가 조달계약을 맺은 국가 예방 무료 접종을 한 것으로 확인돼 유료 또는 수입 백신 접종이 안전하다는 인식 때문이다.

올해는 이례적으로 독감백신 접종 후 사망자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23일 오후 1시 기준 독감백신 접종 후 사망자가 36명으로 집계됐다. 36명 가운데 중증으로 신고됐다가 이후 사망한 사례는 2명이다. 질병관리청은 사망자 36명에 대해 "백신 예방접종과 사망 간 연관성이 밝혀지지 않은 단순 신고 통계"라고 설명했다. 이 중 일부는 사망 원인이 백신과의 연관성이 없다는 것이 밝혀지기도 했지만 사람들의 불안감은 시간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에 독감 백신 접종을 하려는 사람들 중에는 백신 제품명을 확인하고 접종하는 경우가 늘었다. 국내에 독감백신을 공급한 회사는 국내 8개사, 해외 2개사다. 이 가운데 무료 접종을 위해 국가조달로 계약된 백신은 7개 제조사의 9개 제품이다. 여기에는 SK바이오사이언스, 녹십자, LG화학, 보령바이오파마, 일양약품, 한국백신과 같은 국내 제조사와 사노피파스퇴르라는 프랑스 제조사가 있다. 반면 국가예방사업에 참여하지 않는 제조사는 영국의 GSK(글락소스미스클라인), 보령제약, 동아ST 등이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질병관리청이 22일 0시 기준 사망 사실을 확인하고 원인에 대해 조사 중인 13명이 맞은 백신을 제조사 별로 살펴보면 보령바이오파마 3명, GC녹십자 2명, SK바이오사이언스 5명, 한국백신 2명, LG화학 1명이다. 하지만 이후 사노피의 수입 백신인 ‘박씨그리프테트라’ 접종 후 사망자가 나오면서 수입 백신 사망자도 나왔다. 이후 36명까지 사망자가 늘어나면서 보건당국이 제조사 파악 등 실태조사에 나섰다.

외국산 제품이 국산 제품보다 더 안전하다고 볼 수는 없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국가 무료 접종 대상 백신도 국산 제품이며, 시장에 공급되는 수입산 백신 수량이 국산보다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문제가 덜 발생한 것으로 보이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오히려 백신 유통과정의 위험성이 있을 수는 있다.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국산과 수입산 백신의 원재료는 크게 차이가 없다"면서 "제조사에서부터 병원까지 철저히 냉장상태를 유지해야 하고 단 한순간도 상온에 노출돼선 안 된다. 결국 보관의 문제 등을 살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전문가 또한 국산 제품과 수입산 제품의 안전성과 효능에 차이가 없다는 의견이다. 일각에선 백신 제조과정에서 ‘독성 물질’이 들어갔을 개연성을 제기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역학조사가 진행중이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사망자 중 고령자가 많고, 환절기라는 계절적 특성상 고령층 사망과 독감 예방 접종이 겹쳤을 수 있다"면서 "조사 결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보건당국은 백신 접종과 사망 간의 연관성을 파악 중이며, 아직 인과관계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만큼 접종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다만 국민적 불안이 증가한 상황을 고려해 질병청은 23일 전문가 회의를 개최하고 대책 마련에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