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춤했던 서울 강남 지역의 아파트 거래가 활발해지는 모양새다. 하지만 집값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강남권에서 신고가를 기록하는 단지가 있는가 하면 급매물도 나오는 혼란한 상황인 만큼 단기간 조정을 보일 수도 있겠지만, 집값이 내리기는 어렵다고 보는 경우가 많다.

지난 15일 서울 송파, 강남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23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9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1만3207건으로 8월(1만2277건)보다 930건(7%)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 서울 거래량은 1만1483건이었는데, 이에 비해서도 늘어난 수치다.

특히 강남권 아파트의 거래가 크게 늘어난 것이 눈에 띈다. 강남4구의 아파트 거래량은 토지거래허가제가 시행된 이후 지난 8월 3028건까지 떨어졌다가 9월 4370건으로 44.3% 증가했다.

9월 서초구 아파트는 1122건 거래돼 전달(727건) 거래량을 크게 웃돌았다. 올해 들어 가장 많은 거래량이기도 하다. 강동구의 9월 아파트 거래량도 1446건으로 전달(540건) 대비 크게 증가하면서 올해 들어 가장 많이 거래됐다. 강남구 역시 9월 1080건을 기록하며 전달(931건)보다 거래량이 늘었다. 다만 송파구는 9월 거래가 722건에 그치며 전달(830건)보다 소폭 감소했다.

강남권에서는 최근 신고가로 거래된 사례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면적 59㎡는 지난달 22일 3.3㎡당 1억원인 24억에 거래돼 신고가를 기록했다. 강남구 압구정동 신현대 전용면적 171㎡는 지난달 7일 44억5000만원에 거래돼 기존 최고가를 경신했다. 미성1차 전용면적 153㎡ 또한 지난달 23일 35억7500만원에 매매되면서 최고가를 기록했다.

반면 일부 단지에서는 최근 호가가 수천만원에서 1억원까지 떨어지고 매물이 느는 움직임도 보인다. 서초구 반포동의 래미안퍼스티지, 강동구 고덕주공,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등에서는 직전 최고가보다 최소 2000만원에서 최대 2억원까지 내린 가격에 매물이 나오고 있다. 정부가 다주택자와 법인에 대해 종합부동산세 중과세율을 올리는 등 규제 장벽을 높이자 매수심리가 급격히 냉각한 탓이다.

혼조세를 보이는 장세 영향으로 강남권의 전체적인 아파트값은 큰 변화가 없는 상황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강남4구의 아파트값 상승률은 9월 첫째주부터 10월 셋째주까지 7주 연속 0.00%로 보합세를 기록하고 있다. 이중 강남구의 아파트값은 10월 둘째주 0.01% 내려 잠시 하락 전환했다가 셋째주 들어 0.00%로 다시 보합세가 됐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거래량이 늘었음에도 주택 가격이 별다른 변화가 없는데 대해 신고가와 급매 위주 거래가 동시에 나타나는 혼란한 시장 분위기 때문이라고 분석하면서 이를 강남 집값 하락의 신호탄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전망했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소장은 "토지거래허가제 시행 전후로 거래가 위축됐다가 10~11월 이사 시즌을 맞으면서 규제로 급매를 내놓는 사람들과 실거주 아파트를 찾는 매수자들이 타협하는 국면"이라면서 "하지만 강남에는 워낙 대기수요가 많고 전셋값도 오르는 중이어서 집값이 여기서 더 하락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했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강남에서 최근에 신고가도 나오고 있지만 재건축단지를 중심으로 급매도 더러 있다"면서 "주택 공급도 부족하고 금리도 여전히 낮은 데다 시중 유동자금도 너무 많아 장기적으로 집값이 내린다고 예상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