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포스코를 철강회사라 하기 어렵지 않을까요?"

국내 1위 철강사인 포스코내부에선 이같은 이야기가 심심찮게 나온다. 포스코가 기존에 주력했던 제철 사업보다는 미래 성장산업인 소재, 에너지 사업을 육성하는 데 드라이브를 걸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있는 포스코 빌딩.

일단 올해만 보면 철강업 의존도는 크게 낮아졌다. 지난 8월 13일 포스코가 공개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상반기 영업이익에서 철강 부문이 차지한 비중은 35%에 그쳤다. 지난 2016년까지만 해도 포스코 전체 연결실적에서 철강 사업(별도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90%를 넘었다. 하지만 지난해 72%를 기록한 데 이어 6개월 만에 절반 아래로 떨어졌다. 올해 상반기 코로나 이슈로 철강업이 부진했기 때문인데, 증권가에서는 실제로 "이제 포스코는 단순히 철강업만으로 평가해서는 안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상반기 무역 부문과 건설 부문에서 벌어들인 영업이익 비중은 각각 28%, 25%로 철강과 엇비슷한 수준을 기록했다. 종합상사인 포스코인터내셔널이 1344억원의 영업이익을 냈고, 포스코건설도 올 1분기 필리핀, 이라크 등 해외 부실 사업장을 정리하고 국내 대형 프로젝트를 준공하며 같은 기간 영업이익 964억원을 기록했다.

물론 무역과 건설을 신성장 산업으로 분류할 수는 없지만, 예전부터 추진했던 사업 다각화의 덕을 봤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포스코가 코로나 시대를 맞아 신성장에 집중하는 전략을 택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업계에선 실제로 포스코가 그룹 차원에서 철강 외 사업 확대를 통한 신성장 동력을 찾는 데 힘을 쏟고 있다고 설명한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지난 2018년 11월 취임 100일을 맞아 발표한 ‘100대 개혁과제’에서 시작점을 찾을 수 있다. 그는 이날 조직개편을 통해 포스코의 기본 조직을 철강·글로벌인프라·신성장 등 3개 부문으로 나누고, 오는 2030년까지 철강을 제외한 나머지 분야의 매출 비중을 60%로 끌어 올리겠다는 비전을 발표했다.

올해는 코로나 여파로 투자비를 4조1000억원에서 3조2000억원으로 줄이기로 했지만,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위한 투자는 줄이지 않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지난 1분기 컨퍼런스콜에서 이경섭 포스코 투자전략실장은 "노후설비 교체 시기를 최대한 미루면서 투자 비용을 줄여나갈 계획이지만, 이차전지 등 신성장 부문은 투자 시기가 중요한 만큼 계획대로 추진하겠다"고 했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지난 2018년 회장 취임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아직 실적엔 드러나지 않았지만, 이차전지(배터리) 소재 사업도 포스코가 미는 중요한 미래 먹거리다. 포스코 그룹은 에너지 소재 분야에서 오는 2030년까지 세계 시장점유율 20%와 매출 17조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전기차 배터리와 반도체 관련 소재사업을 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고, 역량을 일원화해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최 회장의 전략에 따른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테슬라에도 관심이 매우 많은데, 실제로 전기차 배터리의 양대 소재인 양극재와 음극재를 모두 생산하는 등 이차전지 분야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면서 "조만간 이차전지를 비롯한 비철강 분야가 본격적으로 포스코의 ‘캐시카우(수익창출원)’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