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닫았던 경매법정이 다시 열리면서 강남 고가 아파트들이 나오자마자 낙찰되고 있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강남에 급매물이 슬슬 나오기 시작했다고 보는 이도 있지만, 적어도 경매 시장에서만큼은 강남 아파트 인기가 여전한 모양이다. 낙찰가율도 큰 폭으로 뛰었다.

22일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 아파트의 10월 낙찰가율은 116.2%로 지난 8월(107.7%)보다 8.5%포인트(p) 올랐다. 지난해 1월 강남3구 아파트 낙찰가율은 90.8%였다가 지난해 7월 101.0%를 기록한 뒤 처음으로 110%대를 넘어섰다.

감정가 15억원을 넘는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 역시 높아졌다. 낙찰가율은 115.3%로 지난 9월(78.8%)과 지난 8월(103.7%)보다 큰 폭으로 상승했다.

서울 송파, 강남 일대 아파트 전경.

고가 아파트가 경매에 잇달아 나오는 것은 코로나19 등에 따른 경기 악화의 영향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탄탄한 수요가 뒷받침되면서 비싼 값에 낙찰되는 모양새다. 지난 14일 강남구 개포동 현대3차 아파트 전용면적 164㎡는 경매시장에 나오자마자 감정가(24억7000만원)보다 4억4000만원 높은 29억1000만원에 낙찰됐다. 초고가 아파트여서 대출이 되지 않는데도 응찰자 11명이 참여했다.

지난 13일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전용면적 142㎡도 감정가(22억1000만원)의 127%인 28억688만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유찰 횟수는 0번이고 응찰자 수도 5명으로 집계됐다.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선수기자촌 전용면적 101㎡ 물건도 지난 12일 경매 시장에 나오자마자 응찰자가 10명 몰려 감정가의 110%인 18억4350만원에 낙찰됐다. 지난 6일 대치동 쌍용대치1차 아파트 전용면적 141㎡는 감정가 21억9900만원에 경매를 시작해 25억100만원(낙찰가율 114%)에 낙찰됐다. 총 6명이 경매에 참여했다.

최근 서울 아파트 거래는 줄어드는 추세이지만, 집값 상승세는 꺾이지 않으면서 주요 지역 아파트에서는 신고가가 속출하고 있다. 특히 경매시장에서도 초고가 아파트는 유찰 없이 첫 경매에서 낙찰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경매로 아파트를 취득하면 토지거래허가구역 규제와 자금조달계획서 제출 의무가 면제돼 강남 일대 경매 물건에 수요자들이 몰렸다.

감정가 15억원 이상의 고가 아파트는 경매 시장에 계속 나올 예정이다. 22일에는 강남구 압구정동 압구정현대8차(21억1000만원), 서초구 서초동 서초3차대림e편한세상(15억85000만원) 등의 경매가 진행될 예정이다.

오명원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다주택 보유에 대한 부담이 커지면서 똘똘한 한 채를 찾는 수요자가 늘어 강남3구나 15억원 이상 아파트의 경매에 참여하는 이가 늘고 낙찰가율도 높아졌다"면서 "특히 작년 말과 달리 유찰 없이 한 번에 낙찰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감정가가 수십억원에 달하는 아파트가 첫 경매에 낙찰된다는 것은 현금 부자들이 시장에 여럿 대기하고 있다는 의미"라면서 "권리사항에 문제가 없는한 나머지 고가 아파트들도 유찰 없이 낙찰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