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월간 무급 휴가에 들어갔던 대한항공(003490)의 외국인 조종사 40명의 복귀를 두고 사측과 노조가 갈등을 빚고 있다. 사측은 최근 화물 운송이 늘어나면서 대형 항공기를 운항할 수 있는 인력이 부족해 외국인 조종사 복귀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노조는 한국인 조종사 복귀가 우선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21일 대한항공과 노조에 따르면 사측은 무급휴가 중인 B747·B777 외국인 화물기 조종사를 각각 30명, 10명씩 복귀시키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라 여객기 대신 화물기 투입을 늘리고 있는데, 해당 기종을 조종할 수 있는 조종사가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항공기 조종사는 기종별로 운항 자격이 필요하다.

대한항공 운항승무원들.

대한항공 관계자는 "수익성 확보 차원에서 화물기 편수를 늘리고 있는데, 화물기 수요가 내년 3월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당장 대형 화물기를 조종할 수 있는 인력이 부족해 이를 해소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올해 4월부터 무급 휴직 중인 대한항공의 외국인 조종사는 총 287명이다. 이 가운데 B747 조종사는 63명, B777 조종사는 125명이다. 당초 349명의 외국인 조종사가 있었지만, B737·A380 등 활용도가 낮은 여객기의 외국인 조종사 62명을 지난 7월 31일부로 계약을 해지했다.

조종사 노조는 휴직 중인 내국인 조종사 복귀가 우선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내국인 조종사들 상당수가 휴업하고 있는데, 회사가 기종 전환 등을 고려하지 않고 외국인 조종사부터 복귀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A380 등 일부 여객기를 운항하는 기장의 경우 7개월째 휴업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대한항공은 내국인 조종사들의 기종 전환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소형기를 운항하는 조종사가 대형기를 조종하기 위해선 평균 6개월가량 소요되는 기종 전환 교육을 받아야 한다. 내년 3월까지 인력이 필요한 건데, 기종 전환 교육이 끝나는 시점이 3월 이후라는 것이다. 대한항공 측은 "화물 수송의 적기를 놓치지 않기 위해선 외국인 조종사 복귀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대한항공 A330 여객기에 화물이 실리고 있다.

노조는 조종사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사측에 부기장 투입을 늘리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기장 2명·부기장 1명(2C1F)’ 편조가 장거리 항공기에 탑승하는 현행 3 파일럿 제도를 ‘기장 1명·부기장 2명(1C2F)’ 편조로 변경하자는 것이다. 외국인 기장 대신 경험이 많은 내국인 부기장을 복귀시키자는 취지인데, 노조에 따르면 부기장이 기장 역할을 하는 데 2주가량의 교육이 필요하다.

사측은 안전 문제 때문에 노조의 요구를 수용하기 어렵다며 선을 그었다. 대한항공은 내부적으로 2C1F 편조를 유지하고 있다. 228명의 희생자를 낸 2009년 에어프랑스 A330 여객기 추락 사고의 원인으로 부기장 등의 과실이 지목된 점이 영향을 줬다고 한다.

노조는 사측에 7~10월 퇴직한 조종사를 재채용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이에 대해 사측은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을 받는 상황에서 퇴직 조종사 재채용은 법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외국인 조종사 투입 문제는 노조와 아직 협의 중인 단계"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