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KT-LGU+ 국내 넘어 해외서 5G 경쟁
글로벌 AR∙VR 시장, 2025년 319조원 전망
중화권 시장 선점 후 동남아, 유럽, 북미 진출 전략

SK텔레콤(017670), KT(030200), LG유플러스(032640)국내 이동통신 3사가 5G(5세대) 이동통신 콘텐츠 해외 수출에 적극 나서고 있다. 5G 인프라 투자에 많은 비용이 소요되는 만큼 내수 시장만으로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나가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통신 3사는 자체 AR(증강현실), VR(가상현실) 콘텐츠 개발에 집중한다. 해외 진출 첫 교두보로 중화권 시장 공략을 강화하는 것도 특징이다.

21일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오는 2025년 글로벌 AR∙VR 시장 규모가 2800억달러(약 319조원)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로 인해 소비자들이 집안에서 머무는 시간이 증가하며 시장 성장세가 더 빨라질 것이란 분석이다.

이미지=피키스트

이에 관련 국내 기업들도 움직임도 발 빠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날 SK텔레콤은 혼합현실(MR) 제작소 ‘점프스튜디오’를 확장하며,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서비스 글로벌 진출 계획을 밝혔다. 확장을 기념해 K팝 대표 안무가 리아킴의 ‘볼류메트릭 휴먼’ 3D 홀로그램 공연도 제작했다.

SK텔레콤은 점프스튜디오를 엔진으로 글로벌 시장에 점프 AR∙VR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점프스튜디오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볼류메트릭’ 기술을 기반으로 106대의 카메라를 통해 초당 60프레임 촬영을 할 수 있다.

이를 자사의 ‘T리얼 플랫폼’ 기술과 접목해 고화질 3D 홀로그램을 생성한다. 여기서 생성된 콘텐츠는 스마트폰, HMD(VR 헤드셋), AR 글라스 등에서 점프 AR∙VR 앱을 통해 감상 가능하다.

SK텔레콤이 본사 T타워에 구축한 혼합현실 제작소 점프스튜디오 전경과 내부 모습.

SK텔레콤은 해외 기업에 일회성으로 AR∙VR 콘텐츠를 수출하는 대신, 각국의 대표 기업과 손잡고 점프 브랜드 그대로 현지 시장에 출시한다. 마케팅, 콘텐츠 제작 투자 등도 함께 수반된다. 당장의 매출보다는 사용자 확보에 주력하겠다는 방침이다.

첫 해외 출시 지역은 올해 5G 상용화를 맞아 관련 투자가 활발한 홍콩이다. 홍콩 1위 통신기업 PCCW 그룹과 손 잡았다. 중화권에서 인기가 높은 동물인 판다 등을 AR∙VR 콘텐츠로 만들거나, 점프스튜디오를 활용해 K팝 볼류메트릭 콘텐츠를 공동 제작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SK텔레콤은 홍콩 PCCW를 시작으로 유럽, 북미 대표 통신사, 콘텐츠 기업들과 점프 AR∙VR 콘텐츠 공동 투자·제작을 논의 중이며 서비스 출시국을 점차 늘려 나갈 계획이다. 이를 위해 독일 도이치텔레콤, 미국 티모바일 등과도 협의 중이다. 현재 점프 AR∙VR 서비스는 다운로드 기준으로 300만 사용자를 확보했다. 내년까지 1000만 사용자로 확대한다는 목표다.

‘KT 라이브 스테이지’ 글로벌 생중계 방송의 사전 리허설 현장.

KT는 지난 7월 중국 최대 통신사 차이나모바일의 자회사 미구와 5G 콘텐츠 판매 계약을 체결하고 케이팝 생중계 서비스를 중국, 홍콩 등지에 수출하기로 했다. 이에 앞서 KT는 지난 4월 대만 통신사 FET와도 5G 서비스 공동 개발 및 콘텐츠 제휴 사업을 위한 MOU(양해각서)를 체결하기도 했다.

KT가 중국에 수출하는 5G 콘텐츠는 국내 신인 아이돌 중심의 생중계 K팝 음악방송 ‘KT 라이브 스테이지’다. KT는 중소 음악 기획사 및 제작사들과 협력해 AR 효과를 가미하고, 참여한 모든 아티스트의 VR 영상을 제작했다. 케이팝 콘텐츠에 관심이 많은 아시아권 국가를 대상으로 계속해서 생중계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LG유플러스도 지난 6월 대만 최대 통신사인 청화텔레콤과 VR 콘텐츠 수출 계약을 맺었다. 청화텔레콤에는 U+VR의 K팝 중심 VR 콘텐츠 180여편과 멀티뷰 등을 공급한다. 이번 수출은 지난해 10월 중국 차이나텔레콤과 올해 홍콩텔레콤, 일본 KDDI에 이어 4번째 계약이다. 현재 기준으로 LG유플러스의 5G 콘텐츠 수출액은 1000만달러(약 114억원)를 돌파했다.

U+VR로 유명 스타들과 현실감있는 가상 데이트를 즐길 수 있다.

또 LG유플러스는 지난 8월 일본 통신사 KDDI와 AR 교육 콘텐츠 수출 계약도 맺었다. 해외 통신사에 5G 교육 콘텐츠를 수출하는 첫 사례였다.

특히 이 회사는 지난달 퀄컴, 벨 캐나다, KDDI, 차이나텔레콤 등을 주축으로 하는 ‘XR(확장현실) 얼라이언스’를 출범시켰다. 첫 의장사는 LG유플러스가 맡았다. VR, AR, MR 콘텐츠를 공동으로 개발해 5G 생태계를 확장한다는 목표다.

통신 3사가 중화권 시장 공략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중국 AR, VR 관련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세가 기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VR과 AR의 설비 출고량은 804만대와 89만대를 각각 기록했다. 2023년에는 3620만대와 3218만대에 각각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향후 4년 간 연평균 60%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하는 동시에 2023년 시장 규모는 4300억위안(약 73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일러스트=박상훈

통신업계 관계자는 "AR, VR 등 5G 콘텐츠 수출액이 당장 회사 매출에 큰 기여를 하지는 못하지만, 향후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기대되는 만큼 손해를 보더라도 글로벌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 우선 과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