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월 2차전지 54억 수출… 日 앞질렀지만 中에 추격당해

스마트폰 등 IT 기기와 전기차에 탑재되는 2차전지가 우리나라 주력 수출품으로 성장하며 무역 흑자 규모도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LG화학(051910), 삼성SDI(006400)에 이어 SK이노베이션(096770)도 ‘미래 산업의 쌀’이라고 불리는 2차전지 사업에 뛰어들어 전통적인 강국이었던 일본을 따라잡은 덕분이다.

그런데 일본을 제치고 나니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업고 성장한 중국 업체들이 공습에 나섰다. 중국 업체들이 빠르게 덩치를 키우면서 우리나라의 2차전지 대중 무역수지는 적자로 돌아섰다.

자동차용 2차전지를 생산하고 있는 중국 CATL 공정 모습.

2차전지는 우리 정부가 바이오헬스, 화장품과 함께 신(新) 수출성장동력 품목으로 꼽을 정도로 수출 증가세가 가파르다. 2차전지 무역흑자 규모도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 2016년 49억달러였던 2차전지 수출금액은 지난해 92억달러로 증가했다. 올해 1~9월에는 54억달러를 기록했다. 덕분에 무역수지도 계속 개선되는 추세다. 2차전지의 무역 흑자 규모는 2016년 42억달러에서 2019년 58억달러로 확대됐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2차전지 분야에서 우리나라는 무역적자를 냈었다. 특히 일본 수입 비중이 컸다. 2000년대까지만 해도 글로벌 2차전지 시장은 산요전기, 소니 등 일본 기업의 독무대나 다름없었다. 특히 일본 소니는 2차전지 중 대표격인 리튬이온전지를 1991년 상업화에 성공했다. 리튬이온전지는 다른 2차전지보다 에너지 밀도와 출력이 높아 소형 IT기기에서 대형 에너지 저장장치에까지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그런데 지속적인 엔고(円高) 현상에 수출 기업의 가격 경쟁력이 크게 악화되고, LG화학과 삼성SDI 등 한국 대기업 계열사가 빠르게 기술력을 확보하면서 2차전지 시장에서 일본 기업의 입지는 상당히 줄었다. 전기차 보급이 확대되면서 2차전지 분야에서 새로운 시장이 열린 상황에서도 일본 기업은 빠르게 대응하지 못했다.

덕분에 우리나라 2차전지 대일 무역수지는 흑자로 돌아섰다. 2차전지의 주력 제품인 리튬이온전지의 대일 무역수지는 5년 전까지만 해도 적자였지만, 2015년 3630만달러 적자에서 2016년 2520만달러 흑자로 전환했다. 이후 흑자 규모가 계속 늘어 올해 리튬이온전지 대일 무역 흑자 규모는 2억달러에 육박할 전망이다.

그러나 최근 2차전지 무역 실적에서 악화되는 지표가 있다. 바로 대중 무역수지다. 2차전지의 주류 제품인 리튬이온전지의 경우, 대중 무역수지는 3년 전까지만 해도 흑자를 기록했지만 2018년 적자로 돌아서 2년 연속 적자 규모가 확대되고 있다. 올해(1~9월)는 이미 지난 한 해 적자 규모를 넘어서 중국에만 6억달러(약 7000억원)가 넘는 무역 적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2차전지 분야의 전통적인 강국으로 꼽혔던 일본을 따라잡았지만, '배터리 굴기'를 선언한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 기업들과 힘겨운 경합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그래픽=박길우

중국 정부는 지난 2015년 12월 발효된 한중 FTA에서 리튬이온 전지를 '초민감' 품목으로 선정해 한국으로 수출하는 중국산 배터리 일체에 대한 8% 관세를 즉시 철폐하기로 했다. 반면 중국에 수출되는 한국산 배터리는 9.6%의 관세를 내야 한다. 지난 5년 동안 관세 철폐를 통해 가격 경쟁력을 높인 중국 업체들은 기술 개발 여력을 끌어올려 세계적인 플레이어로 성장했다. 전기차용 전지의 경우는 2016년 말부터 지금까지 자국 업체가 생산한 배터리를 탑재하지 않은 전기차에는 보조금을 주지 않는 방식으로 2차전지 업체를 일방적으로 지원했다.

덕분에 배터리 셀 분야에서 한·중 간 격전이 벌어지고 있다. 중국 CATL, BYD(비야디)는 일본 파나소닉이 다지고 LG화학과 삼성SDI가 뒤를 이어온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 새로운 강자로 등장했다. 특히 기업 역사가 불과 10년도 되지 않은 CATL(2011년 설립)은 단숨에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 1위 업체로 뛰어올랐다.

한 2차전지 업체 관계자는 "국내 4대 대기업 중 3곳(삼성·LG·SK)이 2차전지 분야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어 혁신에 따른 생산 증대와 수출 확대가 이어질 것"이라며 "이에 따라 무역 흑자가 이어지겠지만, 대중국 수지가 적자를 보이는 것은 중국 업체의 경쟁력이 그만큼 위협적이라는 점을 인지해야 하는 이유"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