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시가총액, 엔비디아 70%도 안돼
7나노 공정 도입 지연… 경쟁사 AMD는 이미 제품 나와
"제조는 삼성전자·TSMC가 더 잘할 수도"
크르자니크 전 CEO 시절 대규모 구조조정 영향
밥 스완 현 CEO, 어떻게 회사 변신시킬지 주목

인텔은 PC·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를 앞세워 올 상반기 389억5100만달러(44조4580억원, IC인사이츠 집계)의 매출로 세계 반도체 1위 자리를 지켰다.

하지만 인텔의 시가총액은 2303억4000만달러(약 263조원)로 8위 기업(매출 기준)인 엔비디아(3412억6000만달러)의 70%에도 못 미친다. 여기에 경쟁사인 AMD가 이번달 대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회사 TSMC와 협력해 7나노 기반 차세대 CPU ‘라이젠 5000시리즈’를 발표했지만, 인텔은 7나노 공정 도입이 차질을 빚고 있다.

마켓워치는 지난 17일(현지시각) ‘인텔은 어떻게 실리콘밸리의 왕관을 잃어버렸는가?’라는 제목의 테레스 폴레티 테크 칼럼니스트가 작성한 기고를 소개했다. ‘무어의 법칙(반도체 성능이 2년마다 2배씩 증가)’의 주역인 인텔은 무엇 때문에 지금의 위기를 겪고 있는 것일까.

미국 오리건주에 있는 인텔의 생산시설에서 한 작업자가 웨이퍼(반도체 원판)를 살펴보고 있다.

◇ "제조는 삼성전자·TSMC가 더 잘할 수도"

인텔은 올 7월 차세대 7나노 공정을 기반으로 한 신제품이 최소 6개월 이상 지연될 수 있다고 밝혔다. 회사측은 데이터센터용 그래픽 프로세서인 폰테 베키오를 자체 7나노 공정으로 생산할 수 없게 되자 외부 기업에 맡기는 상황에 처했다.

테레스 폴레티는 "7나노 공정 지연은 4년 가까이 지속된 10나노 공정 지연에 이은 것"이라며 "인텔의 지속된 부진이 경쟁사인 AMD가 파트너인 TSMC와 함께 제조 공정에서 앞서나가게 했다"고 지적했다.

인텔의 공정 이슈는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라고 폴레티는 설명하고 있다. 인텔이 2011년 22나노 공정을 위해 3차원(D) 트랜지스터를 만들었을 때도 일부 문제가 있었으며, 14나노 공정으로 이동했을 때도 2년 대신 3년의 시간이 걸렸다. 10나노 공정도 당초 2016년에 양산 제품을 내놓을 예정이었지만 2018년으로 2년이 밀렸다. 인텔은 코발트 같은 신물질을 공정에 도입하는 등 혁신을 시도했지만 진행과정은 순조롭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사이트64의 나단 브룩우드는 "앤디 그루브(인텔 전 회장)는 일본과 경쟁할 수 없었기에 메모리 반도체 사업에서 철수했다"면서 "오늘날 앤디 그루브의 비전으로 인텔을 본다면 (이미 5나노 공정에 돌입한) 삼성전자와 TSMC가 (제조는) 더 잘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했다.

◇ 막강했던 R&D팀, 그들은 어디로 갔나

VLSI 리서치의 댄 허치슨 사장은 "가장 오랫동안 인텔의 큰 장점은 R&D(연구개발)팀을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이었다"면서 "아시아에서 (인텔 R&D팀 능력에) 근접할 곳은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2013년 인텔 최고경영자(CEO)에 부임한 브라이언 크르자니크 시절 인텔은 대규모 구조조정 등으로 상당수 제조 역량을 잃었다. 크르자니크 전 CEO는 2016년 전체 인력의 11%인 1만2000명을 감원하는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허치슨 사장은 2016년 빌 홀트(제조 총괄), 2019년 마크 보어(프로세스 아키텍처 임원)의 은퇴로 인텔이 오랜 기간 리더십 역할에서 공백을 겪었다고 지적했다. 보어는 인텔이 웨이퍼에 트랜지스터를 구현하려는 목표가 ‘너무 공격적’이었다고 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인텔의 부진에는 실패한 공정 기술과 부적절한 리더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보고 있다. 퓨러럼 리서치의 다니엘 뉴먼 애널리스트는 "그것(부진)은 분명히 사람과 기술의 문제"라고 분석했다.

반도체업계에서는 2016년 인텔에 합류, 지난해 초부터 회사를 이끌고 있는 밥 스완 CEO가 앞으로 인텔을 어떻게 변신시킬지 주목하고 있다. 스완 CEO가 인텔 내부와 엔지니어 분야에 정통하지 않은 만큼 고전적인 방법보다는 새로운 시도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