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준중형차 내지는 소형차 시장에서 주요 자동차 회사들이 신제품을 내놓으면서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준중형 이하 차급은 성능뿐만 아니라 가격적인 측면도 고려해야 해 이익을 많이 남기기 어렵다. 하지만 엔트리카나 세컨카로 상당한 물량을 차지하고 있는 시장이다. 첫 차를 어떤 브랜드의 차량을 사느냐가 이후 차량 교체 시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것도 자동차 회사들이 시장 점유율을 유지·확대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배경이다.

폴크스바겐의 준중형 세단 제타.

지난 15일 폴크스바겐은 7세대 신형 제타를 한국에 출시하면서 준중형 세단 시장에서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와 정면대결을 펼치겠다고 선언했다. 준중형 세단은 수입차 시장에서 어정쩡한 위치에 있는데, 아예 가격을 낮춰 현대차 아반떼나 기아차 K3를 고려했을 고객을 끌어들이겠다는 것이다.

제타는 이전 모델도 수입차 시장에서 합리적인 가격과 적당한 성능을 갖춘 차로 정평이 나있긴 했다. 하지만 2015년 당시 마지막 6세대 모델의 가격은 3160만~3650만원으로 2255만~3210만원인 쏘나타보다 살짝 높거나 엇비슷한 가격이었다. 크기에 구애받지 않는 운전자가 ‘가성비(가격 대 성능비) 좋은’ 독일 자동차를 선택할 때 고려의 대상이었다.

슈테판 크랍 폭스바겐코리아 사장이 신형 제타 앞에 서 있다.

이번에 내놓은 신형 제타는 명시적으로 현대자동차 아반떼의 시장을 겨냥했다. 가격이 2714만원(프리미엄 트림) 또는 2951만원(프레스티지 트림)인데, 폴크스바겐의 할부 구매 프로그램을 이용할 경우 2330만원에 구입이 가능하다. 1570만~2779만원 아반떼의 상위 트림 가격으로 폴크스바겐 차량 소유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에 5년 또는 15만km 보증에 3년 간 소모품 교환을 지원한다. 슈테판 크랍 폭스바겐코리아 사장은 "많은 한국 고객들이 수입 세단을 ‘첫차’로 선택하는데 전혀 망설임이 없도록 이번 신형 제타를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키로 했다"고 말했다.

신형 제타는 전장 4700mm, 전폭 1800mm, 전고 1460mm, 휠베이스(축거) 2686mm로 아반떼(전장 4650mm, 전폭 1825mm, 전고 1420mm, 휠베이스 2720mm)와 비슷하다. 쿠페형 스타일인 아반떼와 달리 전형적인 세단형 디자인이다. 배기량 1.4L 가솔린 엔진을 탑재하는데, 최대 출력은 150마력(ps)다. 어댑티브 크루즈 기능, 전방출동경고장치, 사각지대 모니터링의 기능을 기본 제공한다.

현대자동차는 준중형 세단 아반떼의 하이브리드 모델을 8월 새로 출시했다.

지난 4월 7세대 모델이 나온 아반떼는 준중형차 최강자의 면모를 판매량으로 보이고 있다. 4~9월 아반떼는 5만4500대가 판매됐다. 월 평균 9100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평균 판매량(5200대)보다 75.0% 더 많다. 경쟁 모델이라 할 수 있는 기아차의 K3의 월 평균 판매량(2100대)의 4.3배에 달한다.

아반떼는 8월 하이브리드 모델이 추가됐다. 현대차는 2009년 LPG(액화천연가스)를 연료로 사용하는 LPi 하이브리드 모델을 선보였는데, 저조한 실적으로 단종시켰다. 11년만에 다시 등장한 하이브리드 모델은 연비가 21.1km/L(16인치 휠 기준)에 달한다. 거기에 1.6L 가솔린 엔진(105마력)과 전기모터가 함께 구동되면 최대 141마력까지 낼 수 있다. 힘 세고 연비도 좋은 구동계인 셈이다. 현대차는 8월 브레이스, 서스펜션 등에 고성능 부품을 사용한 N라인도 함께 출시했다.

지난 8월 출시된 아반떼 N라인 모델 내장.

신형 아반떼는 직선을 많이 사용해 모던하면서도 스포티한 디자인이 호평을 받고 있다. 국내 준중형 세단 최초로 10.25인치 디지털 클러스터와 10.25인치 파노라마 디스플레이를 탑재했다. 각종 안전 및 편의 사양도 대거 추가됐다.

현재 경쟁이 가장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시장인 소형 SUV에서도 신차들이 연달아 출시됐다. 현대차는 폴크스바겐이 신형 제타를 출시한 지난 15일 소형 SUV 코나의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 모델을 출시했다.

현대자동차는 15일 소형 SUV 코나의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출시했다. 현대차는 SUV에서는 처음으로 N라인도 내놨다. 사진은 신형 코나 N라인.

신형 코나의 가장 큰 특징은 엔진, 변속기 등 구동계의 업그레이드다. 엔진은 스마트스트림 1.6L 터보 CVVD 엔진을 탑재했다. 최대 출력은 198마력으로 기존 모델 대비 20마력 높아졌다. 최대토크 27.0kgf·m으로 같다. 스마트스트림엔진은 1.6L 엔진은 최근 출시된 현대차의 신형 준중형·중형 차량에 널리 쓰인다. 그런데 198마력의 출력은 바로 윗 급 SUV인 투싼(180~186마력)보다 더 높다. 가속력 등 운동성능을 높여 차별화를 꾀하겠다는 포석인 셈이다.

또 현대차의 SUV 중에서 처음으로 N라인 모델이 출시됐다. 엔진 성능을 높인 것과 동일하게 ‘달리기 성능’을 중요하게 여기는 20~30대 운전자들에 대한 소구력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연비는 13.9km/L(2WD 모델 기준)로 기존 2WD 모델 연비 12.8km/L와 비교해 8.6% 높아졌다. 지난해 8월 출시됐던 하이브리드 모델도 페이스리프트가 되어서 구동계를 바꿨다.

현대자동차는 15일 소형 SUV 코나의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출시했다. 현대차는 SUV에서는 처음으로 N라인도 내놨다. 사진은 신형 코나 N라인.

운전자 입장에서 신형 코나에서 체감할 수 있는 가장 큰 변화는 안전 및 편의 사양이 대거 탑재됐다는 것이다. ▲주행 중 전방 차량과 충돌하지 않도록 도와주는 ‘전방 충돌방지 보조(FCA)’ ▲차로 중앙을 유지하며 주행하도록 도와주는 ‘차로 유지 보조(LFA)’ 등을 기본으로 제공한다. 10.25인치 디스플레이, 전자식 파킹 브레이크(EPB)도 가솔린 차량부터 모두 기본 탑재됐다.

쌍용자동차는 소형 SUV 티볼리의 롱바디(장축) 모델 ‘티볼리 에어’를 페이스리프트한 신형을 지난 7일 내놨다. 티볼리 에어는 소형 SUV 임에도 뒷좌석과 짐칸에 충분한 공간을 확보했다는 것을 강조한다. 짐칸 용적만 봐도 720L에 달한다. 올해 출시된 소형 SUV들이 준중형 SUV 급으로 덩치를 키우면서 트렁크 용량도 460~510L 정도로 늘었는데, 티볼리 에어는 아예 체급을 뛰어넘는 공간을 제공해주는 셈이다.

쌍용자동차가 지난 7일 출시한 소형 SUV 티볼리의 장축 모델 티볼리 에어는 소형 SUV 가운데 내부 공간이 가장 넓다. 뒷좌석을 접으면 키 185cm인 성인 남성이 누울 수 있을 정도다.

뒷좌석을 접으면 트렁크까지 이어지는 실내 공간 길이가 최대 1879mm에 달한다. 키 185cm 성인도 다리를 쭉 뻗고 누울 수 있는 수준이다. 국내 판매되는 소형 SUV 가운데 가장 넓다. 야외 레저를 즐기면서 따로 텐트를 설치하거나 숙박 시설에 이용하지 않고 차에서 잠을 자는 ‘차박’이 가능한 수준인 셈이다.

쌍용자동차가 지난 7일 출시한 소형 SUV 티볼리의 장축 모델 티볼리 에어.

구동계도 성능을 높였다. 배기량 1.5L 가솔린 터보 엔진은 최대 출력 163마력, 최대토크 26.5kg·m까지 발휘한다. 이전 모델(126마력, 16.0kg·m)보다 최대 출력이 37마력 높아졌다. 그러면서 가격은 ▲A1 1898만원, ▲A3 2170만원으로 경쟁 소형 SUV보다 저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