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대책의 일환으로 대출 규제 강화가 계속 언급되는 가운데 파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대출 규제가 주택 수요를 줄이는 데 일부 도움이 되겠지만, 서민의 주거 불안을 심화하는 부작용도 있다고 지적한다.

조선DB

◇연이어 나오는 대출 규제 발언에 커지는 불안감

16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시중은행은 최근 신용대출 금리를 올리고 대출 한도를 줄이는 등의 조치를 내렸다. 대출을 총 동원해 집을 사는 ‘영끌족’이 부각되는 등 부동산 불안이 계속되자 나온 움직임이다.

홍남기 부총리는 지난 7일에는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기재부 국정감사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막으니 신용대출이 늘어 대책이 필요하다"면서 "전체적으로 어떤 대출을 종합적으로 콘트롤하기 위해서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지난 12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DSR 규제를 확대 적용하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전세자금대출과 신용대출이 크게 늘었지만 이에 대한 관리가 부실했다는 지적이 나온데 대한 답이었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의 뜻이기도 하다. 금융위원회가 국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8월 18일 "신용대출을 통해 부동산 대책 효과를 하락시키는 행위를 조치하라"고 지시했다.

시중은행들은 이미 자체적으로 의사 등 고소득 전문직군의 대출 한도를 축소하거나 우대금리를 폐지하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아예 대출 축소 방침에 대한 발표가 조만간 나올 것이란 전망이 많다.

방법으론 DSR 규제가 언급된다. DSR은 주택과 신용 등 대출 원리금 총액이 연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인데 신용대출에도 DSR 비율을 적용해 대출가능액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그 밖에도 신용대출 상환기간을 단축하거나 주택담보대출(LTV)한도와 신용대출 한도를 다 함께 축소할 수 있다고 전망되고 있다.

추가 대책 발표 분위기가 감지되자, 부동산업자들 사이에선 "미리 대출 받아놓으라"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1주택자지만, 직장 문제로 전세살이를 하고 있는 직장인 A씨(45)는 "보유세가 내년엔 더 오른다고 하고, 전세금도 올려줘야할 것 같아 신용대출 한도가 줄어들기 전에 미리 받아두려고 한다"고 했다.

◇ "대출 규제, 영끌 매수세도 꺾지만 주거 사다리도 끊는다"

대출 규제 언급이 계속되는 이유는 이를 통해 ‘영끌 매수’는 한풀 꺾고 가계부채 증가세도 어느 정도 조절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2017년 8·2 대책 당시 주택담보대출 비율(LTV)이 40%로 줄어들고, 2019년 12·16 대책으로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LTV가 0%로 줄었을 때도 일시적으로 매수세가 꺾인 바 있다.

하지만 부동산 전문가들 사이에선 ‘대출 규제 강화가 시장을 더 왜곡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특히 서민의 주거 사다리를 끊어버리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하는 경우가 많다.

익명을 요구한 학계 전문가 A씨는 "이미 주택시장에 대출 등 각종 규제 장치가 넘치게 작동하고 있는데 돈줄을 더 묶겠다는 것은 서민의 내 집 마련을 차단하겠다는 얘기 밖에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정부가 수요 억제 일변도로 공급책을 즉각 내놓지 않은 바람에 시장 왜곡과 불안을 심화시켰다"면서 "시장을 똑바로 읽고 있다면 대출 규제 강화를 결단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비판했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업계 부동산 전문가 B씨는 "대출 규제는 부자보다 서민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즉각적이기 때문에 자칫 서민의 숨통을 끊어버리는 격이 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그는 "대출 규제를 확대하면 내 집 마련 기회가 차단된 무주택자들이 서울에서 수도권 외곽, 지방으로 계속 밀려나는 현상이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생애 최초주택 구입자에 대해서는 대출 제도를 풀어주는 등 융통성을 발휘해야 한다는 제언도 이어졌다. 이 전문가는 "DSR을 전 대출에 확대 적용해 대출을 강화하더라도, 생애최초주택 구입자에 대해서는 오히려 대출 규제를 완화해줘야 엇박자를 안 낼 수 있다"면서 "생애최초주택 구입자의 LTV 규제를 풀고 맞벌이 가구의 대출 소득 기준을 좀 더 상향 조정해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